1996-11-30 11:33

[ (인터뷰)-4년차 ]

요즘 같이 튀어야만 살아 남는다고 말하는 시대에 ‘편안한 인상’이란 말
은 칭찬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도 나도 절대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야물딱진 얼굴들로 사는 세
상에 조금쯤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인상, 또는 그런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잘 알기도 전에 후한 점수를 주고픈 생각이 든다.
올해까지 해서 물류부서 업무로 꽉 만 4년을 채운 선경유통의 오세준 대
리,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성균관대 86학번입니다.
전공은 산업공학이었구요.
선경유통에 입사한 이후 기획팀 산하 물류파트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전
공이 물류와 연관이 있는 산업공학인지라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응이 좀
빨랐다고 할 수 있죠.”
입사 이후 처음 6개월간은 전반적인 물류업무를 살펴보는 일종의 OJT 기간
이었는데 직접 배송차를 타고 배송을 해보는 등 실질적인 현장업무를 경험
해보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도매물류로 유명한 미국의 플레밍사를 2달간 방문하는 연수기간도 가
졌다.
현재 그는 처음의 식품사업을 거쳐 통신기기 사업에서 물류업무를 맡고 있
는데, 기존의 업무에 비해 업무량이 배가된 느낌이란다.
“얼마 전에 동경물류전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저희 통신전용 물류센터에 적합한 「Ball-Picking」시스템이란
것을 보고 왔는데요, 이것이 저희가 이동통신과 함께 개발한 「ATELS」란
정보시스템과 연계하여 쓰기에 적합한 것 같아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
고 있습니다.”
현재 선경유통의 통신기기 물류센터는 죽전, 대구, 대전 3곳에 있는데, 이
중에서 내년 2월에 1천평으로 중축을 계획하고 있는 죽전 물류센터에 이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다.
삐삐와 같은 통신기기 제품은 특성상 제품별로 정확한 분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시스템은 자동화와 수동화가 적절히 섞여 선경이 추구하고자
하는 통신사업의 구미에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고.
“4년간 물류라는 것을 해왔는데요, 한마디로 말하면 어렵더라구요.
고되구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재미도 있는게 영 모르겠어요.”
뭐든지 이제 조금 알기 시작한 사람이 그것을 잘 안다고 떠벌리기 마련이
다.
벼도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4년간 줄기차게 물류만 했으니 어떻게 보면 반 전문가라고 할 수도 있으련
만, 그는 잘 모르겠단다.
이제 쬐금 알것 같다는 것이 그가 말한 전부였다.
“사회 초년병으로서 물류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물류를
허황되거나 그릇된 인식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물류가 소위 물류센터에서 짐같은 것을 나르는 ‘까대기’라는 것은 그릇
된 인식이고, 요즘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굉장한 것만도 아니죠.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겉에서 부풀려진 모습만 보고 일을 시작하면
실망이 많은 법이거든요.
진정으로 물류에 관심이 있다면 물류센터와 같은 우선 직접 몸으로 부딪히
는 현장에서 일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그의 나이 서른.
그는 일에 있어서 고집해야 할 때는 고집할 줄 알고 물러나야 할 때는 물
러날 줄 아는 적절한 판단기준을 갖고 싶다고 말한다.
즉 나무만 보지 않고 숲도 볼줄 아는 능력.
여기에 더불어 지금까지 중점적으로 했던 물류시스템이 됐던 어느 분야가
됐던지간에 물류에 있어서 나만의 분야를 갖는 것이 그가 개인적으로 갖는
욕심이다.
인터뷰한 날짜로 쳐서 결혼한지 정확하게 1년하고도 10일째 됐다며 비상한
(?) 기억력을 자랑하는 그는 지금의 부인을 제대 이후 조인트 동문회에서
만났단다.
처음에 찍은 것은 자기가 먼저 했지만 프로포즈는 부인이 먼저 했다며 엄
청난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하는 ‘간큰 남자’오세준 대리.
같이 먹자고 하는 사람만 있으면 무조건 따라갈 정도로 술을 즐긴다는 그,
오늘밤 웬지 물류업무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이 남자한테 한번 연
락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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