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18 17:28
(서울=연합뉴스) `1위라고 내세우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2위를 인정하자니 내키지 않고..'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의 선박수주 집계결과가 국내외 기관별로 큰 차이를 보여 국내업계가 남모르게 속병을 앓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전문분석기관인 영국 로이드(Lloyd)가 최근 집계, 발표한 `2002년 국가별 선박수주 현황'에 따르면 작년 한해 한국의 선박수주는 208척, 566만3천CGT(보정총t수)로 439척, 747만4천CGT의 실적을 낸 일본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이 분석결과에 따르면 99년과 2000년 연달아 선박수주에서 1위를 차지했던 우리나라는 2001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다시 일본에 밀리게 된 셈이다.
로이드는 클락슨((Clarkson)과 함께 세계 2대 조선 및 해운 시황 분석기관. 그러나 문제는 로이드가 발표한 한국의 수주량이 국내 자체 집계치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산자부가 한국조선공업협회의 집계를 근거로 올해초 밝힌 작년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230척, 759만CGT로 로이드의 발표수치(208척, 566만3천CGT)와 200만CGT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국내 집계를 근거로 하면 오히려 한국의 수주량이 일본보다 앞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클락슨이 발표한 수치는 일본 780만CGT, 한국 690만CGT로 이 자료에서도 역시 일본이 한국을 앞서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로이드 수치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한국의 수주량은 로이드 발표치보다는 훨씬 많게 집계돼 있다.
집계 방식이나 기준이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해마다 기관별로 수주통계치가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이번처럼 큰 격차가 생긴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번에 통계치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지난해 연말 대규모로 이뤄진 `소나기 수주' 실적의 상당부분이 전체집계에서 누락된 데 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로이드의 발표로 `일본 1위', `한국 2위'로 순위가 굳혀지자 일본 언론들은 최근 `일본 조선업계가 2년 연속 한국을 앞질렀다'며 서둘러 보도했고 이에 따라 국내업계는 `사실은 우리가 1등일지도 모르는데..'라며 내심 찜찜해 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해외 기관의 분석결과 외에는 국가별 객관적 통계치가 체계화돼 있지 않아 양국간 정확한 순위를 가려낼 묘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업계의 더 큰 고민은 지난해 집계에서 빠진 작년말 실적이 올해 분으로 이월될 경우 각국의 조선업계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올들어 수주 호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작년 연말실적까지 합산되면 올 전체 수주 집계량이 크게 늘 수 밖에 없어 가뜩이나 지난해 EU(유럽연합)가 국내 업계를 제소한 마당에 공연히 수주독점이나 저가수주 시비에 또다시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기관별로 다른 수치를 발표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한국과 일본 가운데 진정한 승자가 어느쪽인지 여부는 안갯 속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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