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2-14 10:14
(서울=연합뉴스) = 최근 자동차선 매각으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난 현대상선이 그룹으로부터 독립 경영을 선포했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은 13일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앞으로 해운업에만 전념하고 일절 대북사업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계열사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 등 그룹내 지주회사의 역할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이 편지는 자동차선 매각에 따른 수익 감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로 매각 효과와 향후 수익 전망을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있지만 그룹내 지주회사 역할 포기 등 그룹 경영과 관계된 일부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현대상선의 대주주이자 그룹 총수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미국에 장기 체류 중인 상황에서 '그룹 지주회사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정 회장과 사전연락이 있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노 사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이미 여러차례 독자 경영 방침을 밝혀왔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며 "주주들에게 다시 한번편지 형식으로 이점을 강조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종합상사, 현대증권, 현대아산 등 그룹계열사들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해오는 동안 계열사 지원은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하면서도 '지주회사 포기'를 명시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현대상선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 지분 15.16% 보유)의 최대주주가 정몽헌 회장의 장모인 김문희씨이고, 정 회장 역시 현대상선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상선 경영진이 지주회사 역할을 거론하기에는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사임한 김충식 전 사장도 계열사 지원 문제 때문에 정 회장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독립 경영 선포가 현대상선을 통해 향후 그룹 경영에 복귀하기 위한 정 회장의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북 4억달러 지원설이 불거나오기 전 그가 측근 인사를 그룹 계열사에 전면 배치하는 등 경영 복귀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매출 규모나 수익성을 따져 볼 때 그룹을 이끌 수 있는 회사는 현대상선 밖에 없는만큼 대외적으로 상선에 대한 여러가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상선의 지주회사 포기 선언은 그룹 오너로부터의 독립이라기보다 대북사업을 하고 있는 그룹 때문에 현대상선이 떠안고 있는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미 계열사들은 독립 경영 체제로 들어간지 오래"라며 "상선이 지주회사 역할을 포기한다는 것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이유로 정 회장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전면에 나서지 않겠느냐"며 "그렇더라도 최고 경영자가 주주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낸만큼 앞으로 주주들의 감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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