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25 10:31
특집:막오른 FTA시대 (下)세계에 부는 FTA 열풍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 세계 무역은 현재 진행중인 도하개발아젠다(DDA)처럼 전통적인 다자체제를 통해 규범과 질서의 큰 틀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국가별, 지역별 협상을 통한 지역주의가 다른 한 축을 급속도로 형성해 나가고 있다.
지역주의는 처음 2개 이상의 국가간에 전개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별로 블록화된 거대경제권이 회원국 확대와, 개별 국가 및 다른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동시에 추진하며 팽창을 거듭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가운데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 꼽히던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이 최근 FTA 논의 대열에 가세, 세계적으로 `FTA 열풍'이 불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지역협정 200개 넘어 =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00년 7월 현재 FTA를 포함한 광의의 개념인 지역무역협정(RTA)은 240개가 존재하고 이중 70% 가량인 172개가 발효중이다.
발효중인 172개 가운데 FTA는 148개, 관세동맹은 24개이지만 협상중인 68건 중에는 1건을 제외한 모두가 FTA에 해당한다. 현재 발효중인 협정의 절반 이상은 서유럽과 지중해 연안지역에서 이뤄졌고 미주지역과 동유럽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WTO에 통보된 지역무역협정 152개 가운데 98개가 90년 이후에 통보된 가운데 95년 WTO가 명실상부한 다자무역의 공동체로 출범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역무역협정은 증가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 실제 80년대에 통보된 지역무역협정은 9개에 불과했다.
특히 다자체제의 신봉자이자 리더였던 미국이 지난 94년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선진국-개도국간 최초의 FTA로 불리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발효시키며 다자와 지역주의를 동시에 추진한 것은 지역협정 가속화의 기폭제 역할을 한 `사건'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인교 박사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한창이던 90-94년 33개의 지역무역협정이 체결된 것이 당시에는 UR의 실패를 염려한 각국의 `보험정책' 개념으로 여겨졌지만 WTO 출범 이후에도 100여 개의 협정이 이뤄진 것을 보면 `보험'보다는 통상정책의 전환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결국 90년대부터 본격화된 `지역주의 도미노'는 유행처럼 잠시 지나쳐가는 현상은 아닌 것이다.
◆세계 곳곳에 무역블록 = 다수의 국가가 참여한 대형 지역무역협정은 북중미 3국의 NAFTA와 93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 중부유럽자유무역협정(CEFTA),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에서 95년 발효돼 칠레, 볼리비아 등이 가세한 남미공동시장(MERCOSUR) 등을 들 수 있다.
NAFTA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발효된 94년부터 3년간 NAFTA 역내 교역은 44% 늘어난 반면 기타 지역과는 33% 증가하는데 그쳤다. 멕시코의 경우 출범 이후 5년 만에 미국과의 교역규모가 881억 달러에서 1천960억 달러로 122% 늘었다.
미국은 이미 이스라엘, 요르단과 FTA를 체결한 데 이어 칠레, 모로코, 싱가포르 등과도 추진 중이지만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선진국, 신흥공업국, 저개발국 등에 걸쳐 서반구 34개국을 아우르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다.
특히 지난 8월 부시 미 대통령은 무역촉진권한인 일명 `패스트 트랙'을 회복시키는 법안에 서명함에 따라 FTAA 협상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단일시장을 넘어 단일통화까지 형성, 단순한 지역무역협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 거대공동체로, 다른 국가와의 FTA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실제 EU는 2005년까지 남미시장까지를 묶는 MERCOSUR와의 FTA를 추진 중이며 2010년까지는 유럽지역과 지중해연안 12개국의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북미지역과의 장벽도 허물어 버리는 범대서양자유무역협정(TAFTA)을 추진하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6개국으로 출발한 AFTA가 베트남에 이어 97년에는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를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10개국에 걸친 지역무역협정으로 커졌다. 이런 무역환경의 급변은 지역무역협정의 `예외지역'처럼 느껴졌던 동북아 3국도 FTA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중국은 지난 2000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기간에 아세안 국가와의 FTA 추진의사를 밝힌 바 있고 일본은 지난해말 첫 대상국이었던 싱가포르와의 FTA협상을 타결 짓고 FTA국가 대열에 합류한 데 이어 칠레, 멕시코, 미국 등과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칠레와의 성공에 이어 일본, 멕시코, 아세안 등을 대상에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한.중.일 3국간 FTA를 통한 동북아경제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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