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벌크선과 탱크선 시황은 공급량이 적어 회복세를 띨 거란 관측이 나왔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향후 인도되는 신조선이 상당히 많아 기상도가 흐릴 것으로 예측됐다.
조선시장은 선박 수주량 감소에도 높은 선가가 반영된 신조선이 본격 인도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웹 세미나를 열고 올해 산업별 전망을 발표했다.
“컨선시장 누적되는 공급부담에 반등 어려워”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해운업 전망 발표에서 컨테이너선은 올 한 해 시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신조선 인도 스케줄을 고려할 때 업황 하방 압력이 상당 기간 계속될 거란 예상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신조선 인도량이 축소되더라도 누적되는 공급 부담을 고려할 때 빠른 업황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고금리·고물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데다 전년 및 평년 대비 저조한 글로벌 경제성장률에 따른 해상 물동량을 고려하면 저조한 업황이 이어질 거란 예측이다. 선사들의 영업실적도 대규모 신조선 인도에 따른 운임 하방 압력으로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벌크선은 낮은 선복량 공급에도 중국 부동산 위축 등으로 수급 지표가 다소 저하돼 하방 압력이 내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박 발주량이 적어 중국의 부동산 경기부양책,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 강화 등 수급 변동 요인에 업황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벌크선사들의 영업실적은 고정운임방식, 원가보상방식 등의 운임 구조가 시황 변동성을 크게 완화하고 있어 양호할 것으로 예측했다.
컨테이너선 기상도는 흐린 반면, 탱크선은 상반된 예측이 나왔다.
김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제재 관련 무역패턴 변화로 구조적으로 증가한 해상물동량과 낮은 신조선 인도량을 고려할 때 탱크선은 중기적으로 우호적인 시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탱크선 운용 비중이 높은 선사 역시 선대 운용 전략에 따라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점쳤다.
한신평은 해운시장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판단했다. 컨테이너선사는 실적 하방 압력이 심화되고 있지만, 팬데믹 기간 이어진 우호적인 시황을 바탕으로 대규모의 영업 현금을 창출하고 재무안정성이 대폭 개선될 거란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벌크선사는 장기계약 중심으로 선대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 요인으로 들며, 양호한 영업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다수의 벌크선사가 탄소중립 트렌드에 발맞춰 타 선종 대비 고가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에 따른 재무 부담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HMM, 폴라리스쉬핑의 지배구조 변경이 진행 중으로, 진행 경과와 이에 따른 영업적·재무적 영향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NG운반선·컨선 수주 전년比 감소 전망
한신평은 올 한 해 조선업 시황 전망을 ‘중립’으로 판단했다.
선박 수주량은 감소하지만 높은 선가가 반영된 신조선의 인도가 본격화되면서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표면화될 거란 이유에서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국내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올 한 해 신규 선박 수주는 전년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점쳤다. 대규모 발주에 따른 기저효과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신규 수주가 줄어들 거란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조선사들의 곳간을 든든히 채워준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의 발주 감소는 국내 조선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선은 교체 수요 위주로 발주가 진행되고, LNG 운반선은 2022~2023년 대규모 발주에 따른 기저 효과로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LNG 운반선의 중장기 수주 전망은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탱크선은 수급 전망이 우호적인 가운데, 환경 규제 효과로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발주량이 감소할 거란 관측에도 신조선가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조선사들에게 긍정적이다. 신조선가지수는 조선업계가 초호황 기였던 2008년 178p에 근접했다. 지난해 12월 말 클락슨 선가지수는 177포인트(p)를 기록, 3년 전 126p와 비교해 40%(51p) 상승했다.
신조선가 변동은 조선사들의 수주잔량 확보에 따라 이뤄지기 마련이다. 2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조선사들은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해 건조 단가를 올리는 게 수월해진다. 현재 국내 대형조선사들은 현재 3년 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수주잔고 확충에 따른 조선사들의 협상력 제고로 신조선가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은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선가가 상승한 이후 수주한 물량의 매출 인식 비중이 점차 늘면서 기업들의 사정이 나아질 거란 분석이다.
더불어 강재 가격 하향 안정화와 원·달러 환율도 조선사들에게 우호적일 것이라고 김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그는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인건비 상승으로 향후 외형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중단기적으로 수익성 개선 추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올 한 해 국내 조선업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선사들의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되지만, 개선된 재무 여력을 바탕으로 대응이 가능할 거란 지적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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