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동조합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앞에서 전체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어 회사 경영권 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23일 진행되는 본입찰을 앞두고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M지부(육상노조) 400여명이 참석해 회사 매각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HMM 선원노조 전정근 위원장과 선원노조 조합원은 결의문을 통해 뜻을 함께한다고 전했다.
HMM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7월 매각 공고를 낸 뒤 8월에 인수 적격 후보 3곳을 선정해 9월부터 실사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HMM 노조는 인수 후보로 선정된 LX인터내셔널,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동원산업 등이 자기자본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매각이 유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육상노조 이기호 위원장과 선원노조 전정근 위원장은 지난 20일 산업은행 고위급 임원과 면담을 진행하고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산업은행 측은 인수 후보의 문제점과 한계를 고민하고 있으며 입찰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정책금융기관이 HMM의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데다 재무 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후보자들에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산은이 1조6800억원에 달하는 잔여 영구채 처분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사가 매각돼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정부 지분이 다시 높아지기 때문에 이 같은 불완전한 지배구조 하에선 건실한 기업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또 인수 후보 기업의 자체 자금이 현저히 부족함에도 공적 자금을 회수하고자 졸속으로 매각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민노총 양봉현 집행위는 “자체 인수 자금이 최대 1조5천억원에 불과한 인수 후보 기업이 HMM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4조에서 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해 HMM의 곳간 털어가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총 사무금융노조 이재진 위원장 또한 “동원산업과 하림은 최소 50% 이상의 금액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며 “(인수 기업으로 낙찰되면) HMM의 현금성 자산 14조~15조를 곳간 채우는 데 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HMM 노조는 회사 매각에 앞서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의 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호 위원장은 “노조와 산업은행, 정부, 해진공, 가능하면 해수부까지 참여해 의견을 내고 영구채 해결방안을 마련해 다시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산업엔 단순히 투자할 회사가 아니라 전략적인 파트너십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현재 컨테이너선 사업이 매출의 83%를 차지하지만 위험성이 커 다양하고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데 투자를 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곳이 주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유찰이 되면 노조 활동을 잠정적으로 일시 중단하겠지만 현재 인수 후보자 중에서 낙찰이 되면 의견을 끝까지 관철시키려고 노력하겠다”면서 “최종적으로 주식 인수 계약을 중단하도록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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