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1 09:14

중동 해운항만시장, 인프라 확충으로 올해 턴어라운드 청사진

사우디·UAE 등 물동량 증가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지난 한 해 어려움을 겪은  중동 해운항만시장이 올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중동 국가들이 대규모 경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훈풍이 불 거란 분석이다. 

중동 해운시장에서 높은 물동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경제 개혁을, 아랍에미리트(UAE)는 두바이엑스포 등의 경제 활동 활성화를 앞세워 중장기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쿠웨이트도 정부의 다변화된 인프라 개발이 해운항만시장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동지역에서 여전히 높은 군사적 긴장감과 석유 의존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는 점은 중동 해운항만시장에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비전 2030’, 사우디 해운항만시장 성장 원동력

중동 해운항만시장에서 높은 물동량 점유율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운항만시장은 올해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솔루션과 해외항만개발협력지원센터는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상 물동량이 전년 대비 회복할 것으로 점쳤다. 2020년 7월 이후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올해도 지속될 거란 전망이다. 지난해는 약 3.9% 감소했지만, 올해는 2.5% 증가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피치솔루션은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항만인 제다항의 올해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년 462만5500TEU 대비 3.4% 증가한 478만1300TEU를, 담맘항은 경제 신도시 건설에 따른 수혜로 4.6% 늘어난 189만3800TEU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2021~2024년 제다항의 항만 물동량은 매년 3.3% 이상 증가해 2024년까지 530만t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대폭 축소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역량은 2021~2024년 매년 10.5% 성장하며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규모 경제 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은 사우디 해운항만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줄 원동력이다. 비전 2030을 통해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 수년 동안 해운항만분야에서 인프라 투자를 높여 나가겠다는 각오다. 

더불어 킹압둘라 같은 스마트도시가 홍해 인근에 건설되면서 중장기적인 경제 성장도 예상된다. 다만 걸프지역 국가의 단기적인 긴장이 해운항만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항만 적체와 철도 연계 네트워크 미개발 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항만개발협력지원센터는 “교통인프라사업은 국가혁신 계획인 ‘비전 2030’에서 추진될 것”이라며 “경제와 민간분야 성장의 다양화를 위해 교통 네트워크 확장 사업을 추진해 유류 수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UAE 물동량 1년만에 반등

지난해 감소세를 보인 UAE의 물동량은 1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하반기 두바이엑스포 개최를 준비하면서 수입이, 석유 생산이 증가하면서 수출이 각각 늘어날 거란 분석이다. 

특히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부문의 수요가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플랫폼 전환에 따라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궁극적으로 경제 활동이 활성화돼 물동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침체기를 겪었던 칼리파항은 2021년 가장 강력한 성장을 보일 항만으로 지목됐다. 칼리파항의 올 한 해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249만5500TEU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UAE의 양대 항만 중 하나인 제벨알리 역시 올해 2.6% 늘어난 1347만2100TEU를 낼 것으로 관측했다. 

UAE는 석유에서 얻는 수입으로 국개개발계획의 핵심 요소인 해운과 물류허브로 역할을 담당하는 항만 인프라에 투자를 지속해왔다. 특히 칼리파항 제벨알리항 등 2개 주요 항만은 유럽과 아시아 통로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중동국가의 에너지 생산업체와의 근접성으로 엄청난 혜택을 받아왔다. 

현재 진행 중인 칼리파항 개발사업은 컨테이너 처리 능력을 연간 2400만TEU로 확대하는 UAE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향후 칼리파와 제벨알리의 항만 시설 확대로 이 지역의 해운항만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마찬가지로 걸프지역 국가와의 국제·정치적 긴장감은 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걸프지역 내 다른 국가들의 해운업 강화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쿠웨이트의 해운분야는 정부의 다변화된 인프라 개발이 투자 유치의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쿠웨이트는 향후 농산품과 공산품 수입의 의존도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공급 제한이 2021년 1월부터 완화돼 석유 생산량은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제가 다양화되면서 새로운 무역 관계가 형성되고 세계 시장에서 탄소와 수소가 결합한 탄화수소의 가격이 회복되면서 쿠웨이트의 전략 항만 두 곳은 중장기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거란 관측이다. 

쿠웨이트 항만들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아라비안 걸프만에 도착하는 해운 노선의 지정학적 요인이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머스크 양밍해운 APL 등이 이러한 지정학적 강점을 눈여겨보고 기항을 이어나가는 선사들이다. 

피치솔루션은 쿠웨이트 최대 항만인 슈아이바항의 올해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년 대비 6.9% 늘어난 33만TEU, 슈웨이크항 역시 6.9% 증가한 64만6900TEU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쿠웨이트는 2015~2020 계획과 쿠웨이트 비전 2035로 경제 활동과 무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쿠웨이트의 메가시티 개발 계획에 공항 심수항 경제자유무역구역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해운항만분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석유에 치우친 경제 구조는 쿠웨이트의 해운항만시장에 부담으로 다가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웨이트의 해운업이 다양화되지 않은 데다 상당 부분 유류 운송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해외항만개발협력지원센터는 “걸프협력위원회에 포함돼 있는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분쟁, UAE와 바레인 간의 분쟁으로 지역의 불안정성과 무역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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