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4 10:19

내년 컨선·벌크선시장 맑음 vs 탱크선·가스선은 가시밭길

“컨선사들 선복조절로 시장 흐름 주도”
한국조선 내년 수주량 전년比 127% 폭증 전망


내년도 해운시장에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시황은 개선되고, 탱크선과 가스선 분야는 부진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제한되지만 선사들이 선복 조절로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며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점쳤다. 벌크선은 선복량 증가율이 더뎌 전반적으로 시황 호조가 기대된다는 관측을 내놨다.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시장은 올해보다는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환경 규제가 임박하면서 그동안 발주 시기를 저울질했던 선주들이 본격적으로 건조 협상에 나설 거란 견해다.

컨선사들 내년에도 공급조절로 운임방어 

수출입은행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컨테이너선은 초대형선의 선령이 아직까지 낮아 노후선 비중이 적은 데다 환경 규제 강화에도 대량으로 폐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 선복 공급조절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수급 여건 개선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악재로 꼽았다.내년 글로벌 물동량은 기저 효과로 크게 늘어나겠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엔 못 미칠 거란 예측이다. 

다만 그는 올해 선복 조절로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선사들이 내년에도 유사한 전략을 펴 다소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점쳤다. 올해 선사들은 코로나 팬데믹에도 노선 축소를 통한 선복 투입량 조정으로 운임 하락을 방어하고 물량 증가 시 매우 높은 운임을 형성하는 등 위기 상황에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양 연구원은 “컨테이너선업계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상황으로 해운사들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전망 등을 인용해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원양항로에서의 물동량 증가는 상반기 코로나19 사태의 봉쇄령이 해제되면서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재고 비축을 위한 수입이 늘어난 게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수요는 재고 확보 이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 이후에는 전년 대비 감소한 해운 수요의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올해 선복량 증가와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벌크선시장은 내년엔 다소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못하더라도 중국의 인프라 투자 등으로 전반적인 수요는 증가세를 보일 거란 분석이다. 특히 벌크선 선복량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을 하회하면서 시황이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 재확산, 환경규제 움직임에 의한 석탄 교역량 제한 등 수요 불안 요인이 다소 상존해 2019년 수준의 시황에는 다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양 연구원은 점쳤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탱크선시장은 내년에도 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항공운송 등 교통 수요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석유 소비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는 등 세계 경제가 2021년까지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산유국 감산 조치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석유 재고량이 높은 수준이라 해상운송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건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유조선의 7.7%, 제품운반선의 3.2%가 저장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시장상황에 따라 이들 선박이 시장으로 반환될 경우 선복 공급 증가가 높아질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개선 기대감보다 위험 요인이 높게 나타나 내년에도 탱크선시장은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선시장도 코로나19 후폭풍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 가동률 하락과 발전 수요의 감소 등으로 LNG 운송 수요가 감소하며 운임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양 연구원은 “2021년 세계 경제가 회복하며 LNG 수요도 증가하겠으나 2018년 이후 대량 발주된 선복이 시장에 인도되며 약 10%에 가까운 선복량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스폿(현물운송)시장의 운임 개선 기대감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규제시행 앞두고 발주 늘려…한국조선 ‘수혜’

내년엔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환경이 매우 호전될 전망이다. 2022년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배출권 규제와 2023년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 시행 등 지금보다 더욱 강화된 환경 규제를 앞두고 선주들이 발주를 늘리며 조선사들의 수주량이 크게 개선될 거란 이유에서다. 그동안 발주를 망설였던 선주들이 내년부터는 연료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발주를 늘리는데 그 수혜를 국내 조선사들이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수주 부진으로 허덕였던 조선사들은 내년 수주를 반등의 기회로 삼아 2022년 일감 부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NG선은 여전히 조선사들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주력 선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LNG는 석유계 대비 t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3분의 2 수준이며, 연료 소모량도 약 20% 줄일 수 있는 데다 탄소배출량이 석유계연료에 비해 최대 약 40% 적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과 금융보다 효율성이 중시되는 가운데, 기술적 신뢰도를 필요로 하는 LNG선의 비중 확대에 따라 우리나라 조선업의 수주 점유율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양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석유계 대비 경제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LNG 연료가 신조선의 대안으로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 조선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 990만CGT(수정환산톤수) 대비 반토막 난 440만CGT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환경규제에 따른 발주량 증가로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내년 전망은 올해보다 밝다. 

수출입은행은 내년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량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 한 해 55.7% 급감한 수주량이 내년엔 127% 증가한 1000만CGT에 이를  거란 예상이다. 글로벌 발주량은 전년 1420만CGT 대비 111% 폭증한 3000만CGT를 기록하고 이중 3분의 1을 한국조선소가 쓸어담는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유럽의회의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가 2022년 시행 계획으로 통과되며 유럽을 기항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또 하나의 강한 규제가 예고된다. 

EU는 관리 히역 항행 선박들에 대한 데이터수집을 국제해사기구(IMO)보다 1년 앞서 시행해 이를 기반으로 2022년 배출권 거래제를 서둘러 결의했는데 IMO 역시 2024년을 전후해 유사한 규제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11월 해양환경보호위원회인 MEPC회의에서 EEXI까지 결의될 경우 노후선들은 2023년 이후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수준의 속도제한 규제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재 위축된 선박금융시장의 움직임이 교체투자 활성화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내년 선박에 대한 신규투자는 매우 큰 수준은 아닐 거란 게 양 연구원의 분석이다. 

양 연구원은 노후선 교체 압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지만 선주들 중 일부는 규제 시기에 맞춰 2021년부터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2021년에도 황산화물 규제에 의한 대량폐선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2022년 유럽 배출가스거래제도, 2023년 EEXI 등에 대응한 스케줄로 인도받기 위한 투자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내년 글로벌 수주액 역시 115% 폭증한 71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이중 우리나라는 105% 폭증한 225억달러를 확보할 것으로 점쳤다.

조선사들은 일감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주가 크게 부진해 2022년 인도 물량이 2018년 저점 수준 이하로 감소가 우려된다. 2022년 인도물량이 야드에 투입되기 시작하는 2021년 하반기 이후 국내 조선사 대부분이 일감 부족 위기를 겪을 전망이다. 내년 수주량이 증가하며 2023년 인도 물량이 전년 대비 증가는 하지만 절대적 수주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일감 부족 위기는 2023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감부족 현상은 장기적 추세가 아닌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단기적 위기로 조선사들이 이에 대한 위기극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양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향후 환경규제 강화 효과에 의한 잠재적 수요 기대가 높은 만큼 핵심인력 등 경쟁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일시적 위기를 해소할 방안을 조기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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