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잠수사들의 구조작업 지연에 실종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젠 우리가 하자!”
가족들 사이에서 정부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갔다. 해경 잠수사들이 입수 10분 후 선체에 도달했으나 객실 진입에 실패했다. 산소통에 산소가 부족했던 탓이다. 정조(停潮) 때 물살이 느렸지만 부유물이 많아서 전방 10센티도 안 보였다는 게 그들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걸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선체만 만지고 돌아온 거냐고 울부짖었다. 물살이 얼마나 빠른지, 앞이 얼마나 안 보이는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고 우르르 일어섰다.
가족들은 “민간 잠수사는 시신을 봤다고 하는데 왜 해경은 못 봤다는 거냐? 해경이 안 되면 해군으로 넘겨 달라”고 요청했다.
“당신 자식이 바다에 있어도 그렇게 할 거냐?”
어떤 이는 해경의 멱살을 잡았다가 놓았다.
해경은 수동적 방어만 취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엔 학부모 대표가 나와 영상을 보여주면서 설명해 나갔다.
“민간잠수부가 카메라 2대를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화면 보셨죠? 통신장비로 녹음해 온 겁니다. 머구리 작업 같은 거 아시죠.”
“시야가 10센티도 안 된다고 했는데 5미터 이상이나 되더라구요. 꽤 보였다는 이야깁니다.”
물때가 하루에 네 번 있는데 나흘 동안 시야가 계속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울분을 토로했다. 시야가 어느 정도인지 가릴 재판관이 없으니 딱하기만 하다.
“잠수사가 올라오는 도중에 4층쯤에서 애들을 봤답니다. 살아있는 건 아니지만 봤다는 겁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팔봉 회장은 눈이 번쩍했다. 딸이 4층에 있었다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 잠수사가 그들의 입고 있던 옷, 모양, 색깔을 상세하게 얘기했을 때 그는 실망했다. 어른들이 아니고 학생들이었다는 데 허탈해졌다.
나중에 경찰청장이 4층쯤에 3명이 있다고 직접 말했을 때 가족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들으셨죠? 알고 있으면서도 구조하지 않은 겁니다. 이건 백주의 직무유기 아닙니까?”
해난사고 규정상 구조수색을 총괄하는 해경은 정작 선체수색에 필요한 심해잠수장비나 인력이 없어 구조에 난항을 겪었다. 그럼에도 첨단장비를 보유한 해군엔 지원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에서 사고 이튿날 시뮤즈호를 현장에 파견했지만 구조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 선박은 안전설비인 감압챔버와 잠수사 공기공급장치를 갖췄지만 해경의 비협조로 사흘간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가고 말았다.
그런 해경이 구난업체 명단에도 없던 언딘을 동원해 부모들의 의혹을 샀다. 해경이 소개한 경험과 능력이 뛰어난 구난업체 12곳 명단 중에 언딘은 없었다. 명단에 포함된 알파잠수마저 제외하면서 준공 승인도 얻지 못한 언딘의 바지선을 불러와서는, 이미 도착한 다른 바지선을 계속 대기만 시키다가 돌려보낸 것은 의문투성이였다.
“언딘과 계약하라고 지시를 내린 사람이 누구일까?”
밝혀질 리가 없다. 그림자 행세만 하기 때문에 그림자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그 와중에 알파잠수의 다이빙벨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국내 민간기업 잠수사로는 최초로 120미터 잠수에 성공한 알파잠수의 대표는 국제공인기관인 국제심해저잠수협회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산소탱크만 짊어지고 단독잠수를 감행, 수심 120미터에서 15분간 머물다 올라온 경력이 있다.
그는 사고현장까지 갔음에도 해경의 방해로 결국 철수했다가 그로부터 5일 뒤 소조기에 가족들의 요청으로 다시 불려가 작업을 시도했지만 역시 크고 작은 방해를 받고 물러났다. 드디어 다이빙벨의 성능을 입증하던 날 잠수사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진 철수하고 말았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다이빙벨 투입은 어처구니 없는 촌극으로 기억됐다.
무엇이 진실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 그래? 다시 한 번 해봐요” 할 만한데, 오히려 “다이빙벨 소용없어, 현 상황에 안 맞아.”하고 해경은 부리나케 구조를 막기에 급급했다.
사고 사흘째 18일 오전 11시 해경이 선체로 들어가는 통로를 확보해서 배에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정오 무렵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아들딸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오후 3시 무렵 진입에 실패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실망하여 쓰러져 실려가는 어머니들이 보였다.
또다시 오보로 말썽이 나자 중앙대책본부는 ‘우리도 뉴스를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팔봉 회장의 실망이 컸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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