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남미서안을 취항하는 주요 선사들이 11월에만 수차례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에 나서면서 서안노선이 때 아닌 선복 난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배출규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일부 선사는 선박에 탈황장치인 스크러버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를 비롯한 일부 선사가 10월부터 스크러버를 설치하기 위해 격주 단위로 휴항하자, 선복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화물적재율(소석률)은 100%를 기록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10월 말부터 선적예약이 어려워졌다”며 “11월에는 중순이 채 되기도 전에 모든 예약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공급부족 여파는 운임에 여실히 반영됐다. 이달 초 부산발 남미서안행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000달러를 넘어섰다. 15일 현재 다시 3000달러대가 무너졌지만 월말인 25일께 주요 선사들이 또 다시 대규모 운임인상(GRI)에 나설 예정이어서 재상승이 예상된다. 주요 취항선사들의 가이드운임은 최대 3000달러 후반대까지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선사 관계자는 “이달 말 운임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 평가해도 될 정도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며 “선복이 굉장히 부족해 저운임을 추구하는 화주들은 선적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 연말 남미서안행 수요는 지금보다 한층 잠잠해질 전망이다. 현지 수입화주들이 크리스마스 전인 12월20일부터 1월 연초까지 장기휴가에 돌입함에 따라 수요가 자연스레 줄어들 거란 평가다.
남미동안 노선은 전달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1월8일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행 해상운임은 TEU당 2045달러를 기록해 전달 최저치인 1798달러에 견줘 약 250달러 인상됐다.
15일 현재 부산발 운임은 2000달러 초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서안과 달리 결항하는 선박이 없어 안정적인 운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달 중순까지의 화물적재율은 100%를 기록했다. 다만 서안과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시즌 수요가 끝나는 11월 중순부터 선적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사들은 저유황유 사용 및 탈황장치 설치에 따른 운항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달 1일 출항하는 모선부터 저유황유 할증료를 징수한다. 할증료 규모는 대부분 100달러대로 나타났다. 해운업계는 남미지역까지 한 달 내외의 운송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들어 저유황유 할증료를 12월부터 징수한다고 전했다. 남미지역 항만을 입항하는 선박들은 새해부터 모두 황산화물 배출량을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
한편 함부르크수드와 머스크라인이 아시아-남미서안 서비스 ‘ASPA1'의 운항을 중단하고 'ASPA·2·3’의 기항지를 새롭게 개편한다. 함부르크수드에 따르면 ASPA1은 부산발 기준 지난 17일 출항한 <라인머스크>호를 끝으로 서비스를 한동안 중단한다. 로테이션은 부산-상하이-닝보-서커우-홍콩 순이었다.
ASPA2의 개편 기항지는 홍콩-서커우-닝보-상하이-칭다오-부산-요코하마-만사니요-라사로카르데나스-부에나벤투라-과야킬-발보아 순이며, 다음달 3일 출항하는 <머스크살리나>호부터 적용된다.
22일 개편된 ASPA3의 개편 기항지는 닝보-상하이-부산-발보아-부에나벤투라-카야오-푸에르토앙가모스-산안토니오 순이다. 개편 후 첫 모선은 <머스크서배너>호였다.
함부르크수드는 서비스 개편에 따라, 남중국에서 남미서안으로 향하는 화물이 부산에서 환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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