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4 17:13

“올해 이전 맺은 전용선계약은 리스 아니다”

금융위 신리스기준서 유권해석…해운업계 6조 재무건전성 확보


 

신 국제회계기준 리스기준서(IFRS16) 채택 이후에도 해운사들이 전용선계약으로 올린 수익을 계속 매출액으로 잡을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이전에 해운사와 화주가 체결한 장기운송계약(CVC)은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운송계약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한 감독지침을 24일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해운업계는 막대한 규모의 매출액 증발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운사는 6조원의 매출액 감소, 포스코와 한국전력 현대제철 등 화주기업은 총 7조원의 부채 증가를 차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부터 우리나라가 신 리스기준서를 채택하면서 해운업계에선 연속항해용선계약(CVC)을 리스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을 빚어왔다.

CVC는 선사가 화주에게 특정 선박을 장기간 투입해 운송용역을 수행하는 계약으로, 일반적으로 전용선계약으로 불린다. 계약기간은 10년 이상이 대부분이다.

포스코와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5곳,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전략화물 화주들은 이 계약을 통해 시황 흐름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원자재 수입을 실현하고 있다. 해운사는 장기간 운임수입을 올릴 수 있고 국내 조선소는 신조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선사·화주·조선사 상생모델이다.

선사들은 그동안 CVC를 매출로 인식해왔다. ▲특정 자산을 사용해야만 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지 ▲계약에 따라 자산 사용권이 이용자(고객)에게 이전되는지를 모두 따져서 리스 여부를 결정토록 한 종전 회계기준 상 리스가 아니란 판단이었다. IFRS를 채택한 중국과 대만 해운사도 우리나라와 같은 입장이었다. 이 같은 회계처리로 CVC는 해운사 재무건전성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새 리스기준이 적용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부 회계법인은 ▲선박 사용권을 화주에게 넘기는 계약인 데다 ▲운항비와 연료비 등을 부담하는 용역계약인 CVC를 리스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별되는 자산의 사용 통제권을 일정 기간 이용자가 보유하면 리스이거나 리스요소가 포함된다고 명시한 새로운 기준에 부합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해운사는 회계법인의 시각은 운송계약의 실체를 외면하고 특정 계약서 문구에 매달려 왜곡 해석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해운사 단체인 선주협회는 선사와 작업반을 구성하고 법무법인 광장, 삼정회계법인과 컨설팅 용역을 체결하는 등 새 리스 기준 채택에 대응해왔다. 해양수산부와 금융위 금융감독원에 CVC를 리스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의견서도 냈다.

정부는 수개월간의 심의 끝에 지난해까지 체결한 CVC는 종전대로 회계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감독지침을 발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해운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감독지침은 또 올해 이후 체결한 CVC의 경우 새 리스기준에 맞춰 계약별로 판단해 회계처리토록 했다. 계약서에 선박 교체 투입의 주체를 선사와 화주 중 누구로 명시하느냐가 리스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발전자회사와 맺는 CVC가 향후 리스로 판단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발전자회사들은 그동안 운송계약 수행 과정에서 선박 대체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해 왔다는 설명이다.

선주협회는 “CVC를 매출액으로 인식할 수 있게 돼 시장 불황에 직면한 해운업계가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이번 정부 판단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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