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한일항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국적선사들이 올해 첫 선적상한선(실링)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외국선사들은 중국 톈진해운(TMSC)이 선사 단체 가입을 마치는 등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취항선사들은 올해 1~2월 실링을 93%로 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포인트, 지난해 11~12월에 비해 5%포인트 낮은 수치다. 전통적인 비수기에 대응해 공급을 축소한 것이다. 최근 들어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운임을 다잡는 측면도 있다.
선사들은 시황을 반영해 실링을 낮췄음에도 달성률이 매우 저조하다고 전한다. 1월 첫 주 내내 일본의 신정 연휴가 이어진 데다 2월엔 우리나라의 설 연휴로 공장가동이 멈추면서 물동량이 대폭 줄어든 까닭이다. 2월 중순 현재 고려해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사들이 실링 달성에 회의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특정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물동량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1월보다 2월이 짧은 조업 일수 등으로 실적이 더 나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2기(3~4월) 실링은 98%로 정해졌다. 1~2월에 비해선 5%포인트 높아졌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2%포인트 낮다. 지난해는 100%로 실링을 정했음에도 많은 선사들이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4월은 한일항로의 성수기로 물동량이 정점을 찍는 시기다. 특히 지난해 4월 물동량은 사상최고치인 18만4000TEU를 기록한 바 있다.
외국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시나브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중국 SITC의 한일 수출항로 점유율은 2%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선사 전체 점유율이 10%인 점에 미뤄 매우 높은 수치다. 수입항로에서 강세를 띠어온 SITC는 최근 들어 수출항로에서도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의 자회사인 씨랜드(옛 MCC트랜스포트)는 수출항로 물동량을 늘리면서 국적선사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는 상황이다. 지난해 출범한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도 한일항로에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원은 싱가포르선사 익스프레스피더스와 한일간 피더화물수송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스위스 MSC는 지난해 6월 2800TEU급 선박 1척을 투입해 부산과 일본 규슈 지역을 잇는 노선을 개설하며 한일항로에 2000TEU 선박 시대를 열었다. 국적선사 관계자는 “SITC는 수입화물과 수출화물 비중을 동반 확대하고 있고 씨랜드는 수출항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최근 들어 국적선사들의 화물 이탈 소식이 자주 들리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거기다 지난해 한중일 펜듈럼항로를 개설한 중국 TMSC도 한일 구간 직교역(로컬) 화물 수송 채비를 마쳤다. TMSC는 지난해 말 이 항로 운임협의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 가입을 마쳤다. 한일항로에선 협의체에 가입해야 로컬화물 수송에 나설 수 있다.
중국선사는 지난해 9월 600TEU급 선박을 배선해 부산과 일본 모지·하카타노선을 취항했다. 한근협 가입을 마쳤지만 아직까지 수출입화물 수송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TMSC가 한일 구간에서 실어나른 물동량은 모두 원양항로와 연결되는 피더화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동량 부진에도 운임은 국적선사의 경우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0달러선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외국선사 운임은 이보다 20~50% 가량 낮은 수준이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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