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간편 결제를 통해 결제수수료 부담을 낮춘 ‘제로페이’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 이후 정식서비스를 시작,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에게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및 해외에서 성공한 알리페이와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로페이는 최저임금에 대한 후속책으로 정부와 지자체, 은행과 민간 간편 결제 사업자가 내놓은 결제서비스이다. 소기업 중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광업, 제조업, 건설업, 운수업은 10인 미만)인 소상공인 가맹점 중 매출액 8억원 이하는 수수료 0%를 적용받는다. 소비자에게도 40%의 소득공제 혜택이 돌아간다. 현재 20개의 은행(개별 앱 사용 10개 은행, 은행 공동사용 앱 뱅크페이)과 4개의 핀테크 업체(개별 앱 사용)가 함께 QR코드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제로페이로 구매하려면 별도의 은행 앱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따른다. 기존 은행 앱과는 다른 별도의 결제 앱을 요구하기도 하며 주요 은행 자체 앱의 일부로 제로페이 기능을 탑재하다보니 메뉴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각각의 은행 앱을 이용해야하는 불편함에 대한 대안으로 서울시는 통합 앱인 ‘뱅크페이’를 준비했지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결제 및 입력 오류가 잦고 공인인증서 연동을 위해서는 PC를 이용해야하는 불편함 등으로 5점 만점에 1.7점의 사용자 평가를 받고 있다. (2019.1.13 기준)
현저하게 적은 가맹점 수도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서울 소상공인 업체 66만 곳 중 제로페이 가맹점은 3만여 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제로페이 연동 앱에는 가맹점을 알려주는 기능이 없어 가게 문 밖에 제로페이 가맹점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으면 가맹점 여부를 직접 물어봐야 했다. 불편함을 인지한 정부는 유인책으로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내세웠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15% 대비 약 2.6배 공제가 가능하지만 높아진 소득공제가 제로페이 이용률을 높일지는 미지수다.
‘2018 조세특례 심층평가’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전반적인 소비와 지출에 영향을 미쳤나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중 61.2%는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체크카드처럼 더 높은 공제율을 제공하는 결제 수단이 등장했을 때 신용카드 이용에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50.1%가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50.9%가 ‘결제의 편리성’을 꼽았다. 제로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앱 실행 후 결제비밀번호 입력 → 매장 비치된 QR코드 촬영 → 결제금액 입력 → 계좌이체로 돈이 들어왔는지 주인이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결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수의 사용자는 기존처럼 신용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한국이 고군분투하는 현재,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1위로 자리매김했다. ‘알리페이’와 ‘위쳇페이’가 중국 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반면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제로페이가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신용카드 이용률과 만족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 보고서’ 에 따르면 한국인 80.2%가 신용카드를 갖고 있으며, 체크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66%였다. 또 오프라인에서 사용된 모바일 카드 비중은 46.6%였다. QR코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도 사용 빈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단순 통계로 따지면 1인당 2.07장의 신용카드와 1.38장의 체크 및 직불카드를 보유한 셈이다. 반면 중국은 넓은 대륙 탓으로 신용카드 결제 유선망 구축에 한계가 있었고, 20%가 되지 않는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한국과 상반된 배경을 지니고 있다. QR코드 결제가 나타나고, 성공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안전한 현금 및 카드 사용
한국은 결제 시장의 보안이 높지만 중국의 경우 현금 및 카드 사용의 안전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소매치기와 같은 경범죄들이 매우 잦은 편이고, 현금의 경우 분실 시 되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위조지폐의 대규모 유통으로 인한 거래의 낮은 신뢰도 또한 문제였다. 한국의 경우 현금보다 카드 이용률이 높아 분실 시 카드 정지를 통해 피해를 예방, 최소화할 수 있지만 중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아 피해의 사전예방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모바일 결제는 금융 사기의 위험이 낮고 플랫폼 자체의 보안이 강하여 중국 내 QR코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족한 가맹점과 소비자 유인에 미치지 못하는 혜택
중국의 알리페이는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오프라인 쇼핑몰이나 택시, 시장이나 길거리 노점상 같은 곳에서도 사용 가능할 정도로 가맹점이 많다.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많은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고, 가맹점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가맹점 수를 늘리고 있다. 반면 제로페이의 가맹점은 약 3만여 곳으로 서울시의 1차 목표인 13만 곳에도 한참 못 미친다. 서울시는 소득공제뿐만 아니라 공용주차장 및 문화시설 할인, 다양한 이벤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아직까지 카드만큼의 할인 혜택과 편의성 등 소비자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QR코드 보급의 확산으로 단순한 결제 시장을 넘어 공유경제까지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금융 배경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무작정 알리페이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결제 행태에 맞는 실효성 있는 혜택 및 편리한 사용 방안의 마련이 제로페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 한세라 대학생기자 hsr3025@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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