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국내 대형조선사들이 연이은 수주낭보를 전하고 있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의 선박 수주량은 어느새 50척을 돌파했다. 지난해 1분기 16척을 수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성과다.
그러나 수주량 증가에도 조선사들의 위험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거란 지적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 안지은 연구위원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차 크레딧 이슈 세미나’에서 원가 압력 지속과 높아지고 있는 고정비 부담, 저가수주 등을 언급하며 조선사들의 영업실적이 단기간 내에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정비부담·원가상승·저가수주 ‘삼중고’
안 연구위원은 지난해 매출 30% 감소에 이어 일감절벽 영향으로 올해 조선사들의 매출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도 강재 가격 인상 압박이 지속돼 조선사들의 업황 개선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과 연료탄 가격 상승분이 아직 후판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제철사들의 추가적인 가격 인상 요구가 지속될 거라는 게 안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조선사들의 적극적인 고정비 절감 노력도 지속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의 인력 감소율은 2015년 12월 -2.8%에서 2016년 12월 -13.3%로 확대됐다. 이듬해 9월엔 -6.9%로 감소폭이 축소됐다.
그는 “단기적으로 고정비 부담률이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요인이나 인적 구조조정 시행 시 비용이 함께 발생하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박 수주증가에도 조선사들의 영업부담이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저선가 수주부담으로 영업실적 저하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올해 1월 정부는 신규 RG(선수금환급보증) 관련 수주 가이드라인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전략선종 수주시에도 원가보다 약 6% 낮은 가격에 수주하는 것을 허용한 셈이다. 일감이 10~15개월치 남은 조선사는 2~3%, 10개월 미만 시 최대 6% 가량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수주가 가능하다.
안 연구위원은 “국책은행 RG발급 시 사실상 저가수주가 허용된 것”이라며 “RG 가이드라인 완화, 비호주적인 원가변수 변동 고려 시 그 수주의 질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양플랜트 잠재위험 아직 남아있다”
해양플랜트 미청구 공사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잠재적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미청구공사 부담은 자본 대비 20% 수준으로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잔여 해양공사가 NASR(나스르) 1기에 불과, 관련 채권 잔액도 미미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2017년 9월 말 기준 자본 대비 미청구공사 비중이 각각 117% 51%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두 조선사는 미청구공사 중 시추선(드릴선) 등 해양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안 연구위원은 “건조 이후 인도 지연건 비중이 높아 재무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편, 추후 손실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며 “미청구공사 관련 부담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그는 주요 선종 선가의 회복 지연, 중국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주잔고, 예측 불가능한 환율 변동 등이 조선사들의 영업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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