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2 15:00

기획/ 몸집 키운 中·日 해운사 북미항로 1위 ‘격돌’

취항선사들 지난해 ‘컨’ 물동량 전년대비 플러스 성장
현대상선, 물량증가·타선사 M&A로 10위권 진입


지난해 해운사들의 합종연횡은 북미항로 판도를 뒤흔들었다. APL을 인수한 프랑스 CMA CGM은 북미항로 선두자리를 꿰차며 점유율과 물동량을 크게 늘렸다. 올해는 CMA CGM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코스코와 일본 통합 해운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의 선두 경쟁이 예고돼 있다.

북미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선사들은 올해 선박 대형화 추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發 물량 4년만에 뒷걸음질

아시아-미주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4년 연속 최고 기록을 새롭게 썼다.

미국 통계조사기관인 피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물동량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1642만1605TEU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1600만TEU를 돌파했으며, 증가율도 2016년 3.7%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발 화물은 전년 대비 5.6% 증가하며 올해도 1000만TEU 돌파에 성공했다.

한국발은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이 3년 연속 감소하는 등 주요 화물이 약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2.2% 감소한 78만9188TEU를 기록했다. 대만과 일본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다. 일본은 주요 자동차 부품 및 건설기계가 2년 만에 감소했으며, 타이어·튜브도 2년 연속 내리막을 보이며 상위 품목의 수요가 저조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8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아세안 8개국에서 미국으로 실어나른 화물은 254만2009TEU로 전년 대비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베트남은 전년 대비 16.9% 증가한 106만9000TEU를 기록, 100만TEU 달성에 성공했다. 서남아시아도 8년 연속 증가세다. 인도가 전년 대비 10%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고, 파키스탄 및 스리랑카도 호조를 보였다.

새해 들어 운임도 오름세를 보였다. 상하이해운거래소(SSE)에 따르면 1월26일자 중국 상하이발 북미동안 컨테이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761달러로 집계됐다. 1월 초 2600달러대에서 소폭 상승했다. 북미동안 운임이 260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해 8월 성수기 이후 처음이다.

서안 운임은 1457달러로 지난해 연말에 비해 350~450달러 가량 올랐다. 선사들은 2017년 1월 서안과 동안에서 각각 2100달러대 3600달러대를 기록했던 것과는 차이가 나지만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운임이 낮은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재작년 1월 초 북미 서·동안항로 운임은 각각 800달러대 1500달러대를 기록한 바 있다.

해운사 M&A로 순위 ‘엎치락뒤치락’

지난해 북미항로에서는 해운사들의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진행되며 기업들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했다. 순위는 뒤바뀌었지만 북미항로 취항선사들의 물량 실적은 전년 대비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는 올해 4월 출범하는 ONE과 OOCL 인수를 앞둔 코스코를 주목하고 있다. 몸집을 키운 두 선사는 향후 북미항로 선두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선두를 굳건히 지켜왔던 에버그린은 CMA CGM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CMA CGM은 지난해 242만8755TEU를 처리하며 전년 대비 109.2% 폭증한 실적을 신고했다. 재작년 5위에 자리했던 CMA CGM은 싱가포르 선사 APL을 인수한 효과로 순위가 네 계단이나 뛰어오르며 선두를 꿰찼다. 북미항로에서 6%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던 APL 인수로 CMA CGM의 점유율은 14.8%로 대폭 늘어나 경쟁선사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CMA CGM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대만 에버그린은 3위 코스코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에버그린은 1~12월 169만6352TEU의 화물을 수송했다. 전년 대비 1%의 수송량을 늘렸지만 점유율은 10.78%에서 10.33%로 소폭 감소했다. 에버그린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CMA CGM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3위 코스코와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2위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3위 코스코는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166만8435TEU를 처리했다. 차이나쉬핑의 물동량을 완전히 흡수하며 2위 에버그린과의 격차를 불과 0.17%포인트로 좁혔다. 6위를 기록 중인 OOCL 인수를 연내 확정하면 에버그린과 CMA CGM을 제치고 북미항로 1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라인의 순위는 두 계단 하락했지만 수송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3% 늘어난 153만3778TEU의 화물을 실어 날랐다. 점유율도 소폭 증가한 9.34%를 기록했다. 스위스 선사 MSC는 7.9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한 131만2086TEU를 기록했지만 순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일본 3대 해운사들의 컨테이너 수송량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라인은 지난 한 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93만2747TEU를 컨테이너를 처리하며 7위를 유지했다. NYK MOL은 5.1%의 점유율을 기록, 물동량은 전년 대비 각각 13.4% 1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선사가 뭉친 ONE이 4월 출범하면 북미항로 점유율이 15%를 웃돌아 OOCL을 인수한 코스코와 1위 자리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작년 10위권밖에 머물렀던 현대상선은 지난해 8위로 도약했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이탈한 물량을 흡수하며 순위를 네 계단이나 끌어올렸다. 또한 선사들의 합종연횡이 순위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 해운사는 전년 대비 23.4% 폭증한 89만8262개의 컨테이너를 실어날랐다. 대만 양밍해운과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전년 대비 각각 4.4% 10.1% 증가한 실적을 달성했다.

선사들 올해 최대관심사는 ‘선박대형화’

북미항로의 올해 최대 관심사는 선박 대형화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1~5월 신조 컨테이너 인도량은 100만TEU를 웃돈다. 선사들은 유럽항로에 2만TEU급 신조선이 투입되면 기존 서비스에 배선된 선박들이 중동·미주로 캐스케이딩(선박 전환배치)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량이 증가하더라도 대형선박이 쏟아지면서 공급이 급증하면 운임하락은 불가피하다.

드류리는 올해 미국 동안에서 선형 대형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운임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선사들이 1만3000TEU급 선박 투입을 계획하고 있는 데다 신규 항로 개설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MSC 등 대형선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아직도 선사들의 추가 선대 투입 규모가 커 시황 예측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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