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선사 머스크라인과 독일 선사 함부르크수드 합병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가하고 나섰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머스크라인의 함부르크수드 합병이 아시아-중미·카리브와 아시아-남미서안 항로에서 타 선사들과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컨소시엄 탈퇴 등의 시정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라인의 함부르크수드 인수는 규제 당국(EU, 중국, 한국, 호주, 브라질,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최종 합의에 이른다.
현재 머스크라인의 선복량은 세계 1위, 함부르크수드는 7위다. 공정위는 머스크라인과 함부르크수드의 인수 합병이 두 회사뿐만 아니라 함부르크수드가 가입한 컨소시엄의 선복과도 합쳐지는 효과를 발휘해 시장을 독점하게 돼 공정경쟁이 불가피한 점을 들어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냈다.
지난해 10월28일 머스크라인은 함부르크수드의 지분 100%를 취득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4월 24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당시 공정위는 머스크라인과 함부르크수드의 컨테이너 정기선 운항 노선이 중첩되는 항로들 중 국내 항구와의 연관성을 고려해, 아시아-중미·카리브 항로 등 총 10개 항로로 정하고 집중 분석했다.
두 기업의 합병은 아시아-중미‧카리브항로에서 33.3%의 시장점유율을 갖게 된다. 중남미 강자였던 함부르크수드의 영향력을 따지면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 함부르크수드가 가입한 컨소시엄 선복량까지 따진다면 54.1%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려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함부르크수드는 중미노선에서 CMA CGM(APL), 하파그로이드(UASC), 코스코와 함께 ASCA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으며, 남미노선에서 이들 선사들에 현대상선, MSC가 추가 구성된 ASPA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공정위는 함부르크수드가 속한 컨소시엄 구성원들과 머스크라인의 연계가 형성돼 하파크로이트 CMA CGM MSC 등 경쟁사들이 소멸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단독 운임인상 등의 경쟁 제한 행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컨소시엄의 총 선복량대비 컨소시엄에 속하지 않은 경쟁 사업자들의 총 선복량 비중은 1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머스크라인의 컨소시엄은 구성원 간 합의로 선복량 배분, 운항 일정, 기항지 등을 결정하므로 경쟁 사업자들 간의 협조가 매우 쉬워진다”며 “컨소시엄이 구성사업자 간 정보교환의 통로가 되어 경쟁적으로 민감한 정보(가격, 고객 및 마케팅 정보)들까지 교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시아–남미서안 항로에서도 중남미항로와 마찬가지로 머스크라인은 시장점유율 37.6%로 1위 선사로 올라서게 되고 컨소시엄의 비중은 65.9%까지 시장을 차지하게 돼 공정경쟁이 어렵게 된다.
공정위는 2개 항로에 대해 컨소시엄과의 계약 기간 연장을 금지하고 컨소시엄 탈퇴일 및 컨소시엄 계약기간 만료일로부터 5년 간 기존 컨소시엄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어떠한 컨소시엄에도 가입을 금지했다. 또한 컨소시엄 내 구성원의 운임 등 민감한 정보를 수취한 경우, 머스크라인과 함부르크수드 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에게도 제공 또는 공개를 금지했다.
이에 머스크라인측은 “공정위의 발표에 대해 규제요건에 동의했다”며 “아시아-중미‧카리브, 아시아-남미서안 항로 컨소시엄에서 탈퇴할 것”이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컨테이너 정기선 운송업 시장의 수평결합에 대해 최초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며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해 최초로 컨소 시엄 단위 시장 점유율에 기반한 분석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