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누구보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자신이 음치인 줄을 전혀 모르고 제 멋대로 노래를 불러 젖히며 만족해 하는 역사상 최악의 음치 소프라노 ‘플로렌스(메릴 스트립/Meryl Streep)’와 그녀의 남편으로 플로렌스가 공연을 할 때마다 관중의 야유나 언론의 악평을 막느라 정신없는 사고전담 메니저요 외조의 달인 ‘베이필드(휴 그랜트/Hugh Grant)’ 부부가 있다.
그리고 그녀의 노래에 충격을 받긴 하지만 열심히 피아노를 치고있는 음치 맞춤형 연주자 ‘맥문(사이몬 헬버그/Simon Helberg)’이 힘을 더해 환상적 명콤비 셋이 1%의 재능과 99%의 자신감으로 카네기홀에 서는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Flolens Foster Jenkins)’, 나르시시즘 성악가의 해프닝과 소설같은 실화를 작품화한 이 영화는 전편에 걸쳐 웃음을 자아내는 황당 멜로의 뮤지컬 작품이라 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여하간 재밌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었다.
1868년 미국 펜실바니아주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플로렌스는 8세에 백악관에 불려가 대통령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여 신동 ‘포스터 아가씨’란 애칭을 받을 정도였다. 유럽의 음악대 진학을 꿈꿨지만 아버지의 강렬한 반대로 포기한 후 그녀의 삶은 꼬이기 시작한다. 어쩌다 바람둥이 의사 ‘프랭크 손튼 젱킨스(Frank Thornton Jenkins)’와 눈이 맞아 필라델피아로 도망가 결혼을 했으나 신혼에 남편이 당시론 치유가 어려운 매독을 옮기는 바람에 후유증으로 왼쪽 손을 못 쓰게 되고 더 이상 피아노 연주도 어렵게 된다.
그때는 관련법령 미비로 별거 생활만 하다가 이혼법이 생기고 나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간신히 이혼에 성공했으나 손이 불편해 피아노 레슨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다. 그러다가 어머니와 함께 뉴욕으로 이사를 갔고 이어 영국 출신 배우 ‘세인트 클래어 베이필드(St. Clair Bayfield)’를 만나 동거에 들어간다. 그 해에 딸의 음악공부를 반대했던 아버지가 별세하며 넉넉한 유산을 남겼고 곧 이어 어머니마저 타계한다.
부모가 모두 세상을 뜨자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 플로렌스는 큰 재력가가 되어 이를 바탕으로 그간 못다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우고픈 강한 욕망이 샘솟는다. 피아노 대신에 성악가가 되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결과 넉넉한 재산을 밑천삼아 드디어 개인 리사이틀을 선보이며 성악계에 데뷰한다. 늦깎이 입문치고는 소프라노 포지션에서도 난이도가 가장 높은 초고음역을 소화해야 하는 콜로랄투라까지 도전, 대담하게 고개를 넘는다.
플로렌스는 음악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지녔지만 바로 자신이 형편없는 음치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음의 높낮이나 리듬과 박자 감각이 없어 실수를 하면 이를 따라 반주도 틀리게 연주하는 등의 역할을 남편이자 매니저인 베이필드가 생활고로 허덕이는 ‘코스미 맥문(Cosme McMoon)’을 반주자로 선택하여 겨우 호흡을 맞춰가곤 한다.
돈 때문에 반주를 맡긴 했지만 맥문은 도저히 감당하기가 힘들어도 차츰 익수해 갔고 한편 관객들은 그녀의 어이없는 노래에 흥미를 보였으며 전문가들이 비꼬며 폄하하는 형태로 쓴 찬사 역시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베이필드는 플로렌스를 지키기 위해 평론가들을 매수하거나 을러대기도 하고 악평이 실린 신문을 몽땅 사서 아내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한다. 그녀는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무대의상을 입거나 요란하게 날개가 달린 공연복을 걸치기도 하고 대형 조개껍질 모형에서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클럽 사람들과 몇 몇 초청객 앞에서만 노래를 불렀다. 리츠 칼튼호텔의 정기공연도 본인이 직접 나눠준 초청장 소지자만 입장시키는가 하면 공연을 보고파 하는 사람도 자신의 응접실로 불러 표를 팔았고 반면 혹평을 쏟아내는 비평가들은 소외시켰다.
스스로를 위대한 성악가라고 획신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노래를 듣다가 비웃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시기해서 하는 짓이라고 일축했고 더러 혹평하는 평론가들에게는 “사람들은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할 수는 있어도, 내가 노래를 안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탁월한 재능과 무대 연출로 명성이 한껏 치솟자 1944년 10월 25일엔 드디어 음악가들 누구나의 꿈의 무대인 카네기홀에 서게 됐다.
신기하게도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지만 혼신의 노력을 쏟아 체력을 다한 탓인지 공연후 한 달만에 76세를 일기(1868.7.19~1944.11.26)로 세상을 뜬다. 파란만장했던 음치 성악가 플로렌스의 일생이 위대한 전설로 기록되는 순간이다.
혹자는 그녀가 32년간 엉터리 성악가로 활동한 것이 사람들을 재밌게 하려는 장난끼의 발로였고 카네기 공연후 바로 사망한 것은 평론가들의 가혹한 악평에 충격을 받은 때문이라고 회자됐다는 후문이다. 1943년 택시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 평소엔 잘 안 되던 높은 바음(A High F)이 사고로 인해 더 잘 된다며 택시회사에 보상을 요구하기 보다 고급 시가를 선물했다는 에피소드는 비록 황당할지라도 그녀의 음악에 대한 집념과 자부심을 후세에 전하고도 남음이 있을 일이다.
필자가 광화문 시네큐브 극장서 이 영화 관람시 수집한 홍보전단지 “하면 된다!”를 바탕으로 하는 선전 문구에서도 밝혔듯 “세상에(숨길 것이 많은 사고전담 메니저), 안되는게(하나 있는 문제적 음치 소프라노), 어딨어?(이렇게 완벽한 맞춤형 연주자)”를 슬로건으로 플로렌스는 “못 부르면 노래하면 안되나요?” 라고 반문하며 어느날 자신감 하나로 최고의 무대인 카네기홀 공연을 선언했던 것이다. 베이필드는 “누구도 그녀를 비웃을 수 없어”로 격려하고 맥문은 “그녀의 노래엔 제 연주가 필요해요”라며 판타직한 명 콤비로서 세사람이 합해 선을 이루려고 도전하는 장면이 참으로 감동적인 영화다.
필자가 섭렵한 수십편의 작품을 통해 익혀온 이 시대 최고로 뛰어난 연기파로, 처음 본 ‘디어 헌터(The Deer Hunter/1978)’를 비롯,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맘마미아(Mamma Mia).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의 메릴 스트립은 실제론 수준급의 상당한 노래실력을 가지고도 오로지 자신감만 가득찬 음치역을 맡아 플로렌스의 괴기한 음악적 매력을 실감있게 표현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상상이 간다.
“난 너무 못 생겨 배우 할 얼굴은 아니야”라던 그녀는 19차례의 노미에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과 ‘철의 여인(The Iron Lady)’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회, ‘크래머 대 크래머(Kramer vs. Kramer)’로 조연상, 골든 글로브를 8회에 에미상도 두번이나 받아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탑스타로 인정 받게 된다.
옥스포드대학 출신의 영국신사로 ‘브리빗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와 ‘노팅 힐(Notting Hill).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의 휴 그랜트,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 )’의 코믹 본좌 사이몬 헬버그에 더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세계가 주목하는 라이징 스타, 소프라노의 아이다 가리풀리나(Aida Garifullina)가 전설적 디바 릴리폰스(Lily Pons)로 특별 출연하여 흥미를 한층 더한 음악작품으로 필자는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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