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소가 올해 상반기 수주량 부문에서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며 1위로 올라서는 데 실패했다. 5월까지 수주량 부문에서 앞섰지만 상반기 끝무렵 중국의 수주량 확대로 2위를 유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6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89만CGT(66척)를 기록했다. 지난 5월 199만CGT(55척) 보다 10만CGT 줄어든 규모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95만CGT(27척)를 수주해 3개월 만에 다시 월간 수주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49만CGT(14척)로 중국에 밀려 2위를 기록했으며, 일본은 11만CGT(6척)를 수주해 3위에 자리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전 세계 발주량은 917만CGT(321척)로 전년 동기 703만CGT(304척) 대비 30.4% 증가했다. 수주량 부문에서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중국이 290만CGT(133척) 규모의 일감을 따내며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올해도 1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은 283만CGT(79척) 규모를 수주하며 2위에 머물렀다. 이탈리아 74만CGT(8척), 핀란드 67만CGT(4척), 일본 50만CGT(25척) 등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 전 세계 수주잔량은 7609만CGT를 기록했다. 2015년 12월(1억1535만CGT) 이후 19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조선 강국의 일감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3713만CGT→2594만CGT로, 한국은 2495만CGT→1721만CGT로, 일본은 2216만CGT→1683만CGT로 동반하락했다.
1년 사이에 전 세계 신조선가 지수는 대부분 선형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가장 하락세가 두드러진 선종은 LNG선이었으며, 유조선 컨테이너선이 그 뒤를 이었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한 때 1억5000만달러를 호가했던 32만t급 VLCC(초대형유조선)의 신조 가격은 2014년 1억달러대를 밑돌았으며, 현재 8100만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9000만달러에 육박했던 케이프 선가도 현재 반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클락슨 선가지수 역시 2008년 최고점을 찍은 이래 내리막을 지속하고 있다. 2003년 3월 100포인트를 기록한 뒤 2008년 9월 역대 최고인 190포인트를 찍었으나, 올해 5월 123포인트로 상승 조짐이 실종된 지 오래다. 2009년 6월 이후 150포인트대로 올라서지 못했다.
역대 최악의 시황을 몸소 경험한 조선사들은 올해 수주량을 전년 대비 늘렸지만 선가 하락에 마냥 웃을 수 없다. 선박을 수주해도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섞인 전망 또한 나온다. 저가수주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조선사와 채권단이 일감절벽에 어떠한 액션을 취할지 주목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잔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선가까지 하락하고 있어 수주를 따내는 게 예전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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