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선주가 중고선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올해 1~6월 그리스 선주가 구입한 중고선은 145척으로 전년 동기 126척 대비 증가했다. 투자 금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배 증가한 31억달러로 확대됐다.
올 상반기 그리스 선주가 매입한 선박은 벌크선이 주류를 이뤘다. 2만~6만t(재화중량t)의 핸디 또는 핸디막스가 총 46척이었고, 7만t급 안팎의 파나막스가 30척, 18만t 안팎의 케이프사이즈가 11척이다.
이밖에 초대형유조선(VLCC) 6척, 초대형가스선(VLGC) 4척 등 고부가가치선박 매입도 활발했다.
벌크선만 놓고 보면 상반기 89척으로 지난해보다 12척 감소했지만 거래가격은 24% 증가한 12억달러였다. 3~4월 벌크선 시황이 회복되면서 중고선 가격도 상승해 척당 구입 단가가 증가했다는 평가다.
그리스 선주는 해운 불황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투자기법인 올랐을 때 팔고, 내렸을 때 사는 ‘역행투자’를 전개했다. 이들은 1990년 후반 불황기에도 신조선 중고선 가릴 것 없이 대거 사들여 2000년 이후 해운 시황이 상승하자 고가로 매각하는 등 거액의 차익을 남긴 바 있다.
최근 선박 투자 흐름을 보면 그리스 선주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에 거점을 둔 해운선사들은 선대를 축소하고 있다. 독일은 선박 투자 조합 KG펀드의 잇따른 파산으로 선박임대업이 붕괴된 상태다.
영국 RBS, 독일 HSH노르트방크 코메르츠방크 등 유럽 주요 선박투자 전문은행들이 대거 여신을 줄인 까닭이다. 그리스 해운조사기관 페트로핀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선박금융을 다루는 상위 40위 중, 유럽은행의 점유율은 2011년 81%에서 2015년 61%까지 하락했다.
일본도 대형 선사의 구조 개혁을 추진하면서 선주가 원하는 대로 신조선을 발주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 결과 올해 말 그리스 선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에 도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말 그리스 선주의 보유 점유율은 16.36%로 전년 대비 3% 가량 증가해, 일본 12.78% 중국 8.87% 독일 6.65%로 점유율이 각각 하락했다.
그리스 선주도 유럽은행의 긴축재정의 영향을 받았다. 올 상반기 선박을 일본 선주에 매각한 뒤 나용선(BBC)으로 다시 빌리는 매각 후 재용선(세일즈앤드리스백) 사례가 급증했다. 다만 이 거래엔 그리스 선주의 재매입 옵션이 포함돼 있어 지배력을 놓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드라이 시황이 상승할 경우 그리스 선주가 옵션을 행사해 선박량을 더욱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외신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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