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운업계가 선원 휴식 문제와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두고 해결 방안 모색에 힘을 쏟고 있다. 국제해운협의회(ICS)와 아시아선주협회(ASA)에선 이들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14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9~11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ICS 총회에선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토의가 진행됐다.
지난 2015년 12월 채택된 UN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국제해운과 국제항공의 CO₂ 저감 계획 및 실행방안 마련을 국제해사기구(IMO)와 국
제민간항공기구회(ICAO)에 각각 위임했다.
10개월 후 ICAO는 CO₂ 저감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도와 같은 시장기반조치(MBM)를 항공기에 적용하고 2050년까지 2005년의 50% 수준으로 CO₂ 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선언문엔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IMO는 지난해 10월 열린 제7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저감 로드맵’을 승인했다. 2018년까지 온실가스 저감 계획 초안을 마련하고 2023년까지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내용이다.
IMO, 2023년까지 최종 저감 계획 발표
국제해운단체 모임인 라운드테이블은 IMO의 온실가스 저감 계획 초안에 해운업계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도록 공동 의제문건을 제출키로 의견을 모았
다. 라운드테이블엔 ICS를 비롯해 발트국제해사협의회(BIMCO) 벌크선주협회(INTERCARGO) 국제유조선주협회(INTERTANKO) 등이 가입해 있다.
올해 2월 ICS 사무국은 런던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공동 의제문건 개발의 필요성을 보고했다. ICAO가 CO₂ 저감 계획을 발표한 것처럼 IMO도 관련 계획과 실행방안을 수립해야 UNFCCC(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나 EU(유럽연합)의 공세를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아울러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2050년까지 CO₂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2008년 한 해 전 세계 선박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9억2100만t이었다. 설정한 목표대로라면 해운업계는 33년 후 4억6000만t 규모로 CO₂ 배출을 줄여야한다. ICS 이사회는 공동 의제문건을 라운드테이블 차원에서 IMO에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열린 이사회에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다른 국제해운단체들이 ICS의 선제적 감축 목표 설정에 반대하는 기류가 포착됐다. 당장 BIMCO는 회원사에서 ICS 계획을 꺼리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비록 라운드테이블 회원은 아니지만 컨테이너선사 이익단체인 세계해운협의회(WSC)도 ICS의 의제문서 채택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WSC에 가입한 컨테이너선사들은 선제적으로 CO₂ 감축 목표를 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사회에선 공동 의제문건 제출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고 라운드테이블에서 반대할 경우 의제문건을 IMO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ICS사무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사회 직후 공동 의제문건 제출 필요성을 재차 설명했다. 결국 ICS는 6월 열리는 IMO 온실가스대책회의와 7월 열리는 제71차 MEPC 회의에 라운드테이블 명의로 문건을 제출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사회에선 연료세(Fuel Levy)에 대해서도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리했다. 연료세 찬성 의견을 국제사회에 밝힐 경우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를 들어 대외적으로 표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IMO 저감 계획 초안 논의 항목엔 연료세 등의 시장기반조치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터넷 사용 늘면서 선원 피로도 상승
지난달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ASA 총회에선 선원 피로 해소 대책이 화두로 떠올랐다.
ASA는 일부 선박들이 선원들의 근로·휴식 시간을 정확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모든 회원사에 정확한 기록을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선원
들의 휴식시간이 충족되기 힘든 사례가 보고될 경우 해당선박의 선장이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ASA 선원위원회 의장인 푸샹양(傅向陽) 코스코 감사위원회 의장은 “선원피로는 중대 우려사항이며 STCW(선원의 훈련, 자격증명 및 당직근무의 기준에
관한 국제협약)와 MLC(해사노동협약) 준수는 선원 피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조치”라며 “휴식이 (선박 안전의) 필수조건임을 선원들에게 숙지하는 게 중요
하고 선원 피로를 줄이기 위해 휴식시간 동안 방해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협약은 하루 10시간, 한 주 77시간의 선원 휴식을 규정하고 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영화 관람이나 게임이 선원 피로를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최근엔 인터넷 사용 빈도 증가도 선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선박 안전을 위해 선원들이 여가시간에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피로를 풀 수 있도록 교육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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