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동성 고갈로 벼랑 끝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한다.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투입한지 1년 반도 안돼 또다시 자금을 지원하며 무려 7조원을 공급하게 됐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선업황의 장기부진을 예측하지 못하고 회사 대내외 위험요인에 보수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상화 추진의 한계에 직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에 총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50%씩 부담하는 구조다.
다만 이날 결정된 금융당국의 신규자금 지원은 사채권자의 채무조정 방안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자율적 합의 무산 시 법원의 강제력에 기반한 사전회생계획(P-Plan)으로 즉시 전환된다. 사실상 기업회생에 중점을 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셈이다.
신규 지원과는 별도로 2조9000억원의 출자 전환도 이뤄진다.
산은과 수은은 무담보채권액 1조6000억원을 100% 출자 전환한다. 국내 은행 역시 채권액 7000억원 중 80%를 출자 전환한다. 20%는 5년 유예하고 5년간 금리 1% 조건으로 분할 상환한다. 회사채·기업어음(CP)은 50%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3년 유예, 금리 1% 조건으로 3년 분할 상환한다.
채무조정·신규자금 지원에 상응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도 병행된다.
금융당국은 옥포·옥림단지, 오션플라자 등 대우조선의 자산매각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2018년 말까지 자회사 대부분을 조기 매각한다. 또 지난해 말 1만명 수준으로 줄어든 직영인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9천명 이하로 추가 축소하는 한편, R&D 연구 및 고숙련 인력에 대한 집중 관리를 통해 핵심 경쟁력을 보존할 방침이다.
'미래 먹거리'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해양플랜트도 사실상 정리 수순을 밟게 된다.
당국은 기존 수주잔량 인도에 집중해 해양플랜트를 사실상 정리하고 상선·특수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대형 LNG선과 고효율 컨테이너선 등 차세대 신선박 사업과 첨단기술을 활용한 수출방산 사업 등에 핵심역량을 집중한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정상화 중단 시 국가 경제적으로 최대 59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협력업체 1300여개의 연쇄도산 등으로 인한 조선업 생태계 붕괴, 대규모 선수금 환급청구(RG Call) 및 추가 충당금 적립부담(약 14조원), 지역경제 침체 등을 계량화한 수치다. 따라서 국가경제 손실 위험 최소화를 위해 정상화를 지속 추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는 게 금융당국 측의 견해다.
산은은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2016년 2732%(연결 기준)에서 2021년 250% 내외로 하락하고 영업이익도 현재 12.6% 적자에서 1.5%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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