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관에서도 지난해보다 새해가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를 품은 곳은 없었다. 정부와 신용평가사, 연구기관 등 대부분이 올해 우리나라 조선업의 전망을 어둡게 내다봤다. 날을 거듭할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수주잔고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를 해양플랜트 악재가 조선업계 전망을 암울케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의 선박 수출실적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점쳤다. 13개 주요 수출 품목 중 선박 부문의 기상도만 가장 나쁜 것으로 파악됐다. 수주잔고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조선사들의 수주량이 높지 않았던 배경도 향후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신규 수주 급감에 따른 수주잔량 감소, 해양플랜트 인도지연 및 계약취소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올해 수출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클락슨 역시 올해 조선시장을 불투명하게 내다봤다. 이 기관은 내년 신규 선박 발주량이 약 790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선박 발주량의 약 30%에 달하는 수치다. 클락슨은 지난해에도 전 세계 조선업의 목표 수주 전망치를 낮춘 바 있다.
글로벌 여건 변화가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도 악재로 작용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보호무역 강화, 해외 생산 확대, 세계 수요 변화, 글로벌 공급과잉 등은 국내 조선 활성화에 아무런 득이 될 게 없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종합평가를 통해 올해 조선업의 상황이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 김경유 연구원은 “조선업은 2년 이상 선박수주 감소와 지난해 수주절벽 영향으로 수주잔량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년 대비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1220만CGT(수정환산톤수)의 생산량을 보였던 조선업이 올해 전년 대비 12.3% 감소한 1070만CGT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내수선박신조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친환경 개조시장을 공략할 것을 주문했다. 에코십 펀드와 여객선 현대화펀드로 발주를 지원하고, 대출상환기간 연장과 담보 안정비율 상향조정 등도 중소선박 발주 지원책으로 꼽혔다.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조선업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라며, 영업환경 변화와 구조조정 결과에 따른 사업구조 변화 등을 주요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수주급감으로 일감확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저유가와 해운시황 침체로 2017년 국내 조선업 전반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기평은 해양공사의 계약변경과 취소 등의 선주사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업계 전반의 실적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모든 조선사들의 신용등급은 1노치에서 많게는 3노치까지 하향 조정됐다. 2013년 AA+의 신용도를 보였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A로 곤두박칠 쳤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AA에서 A-로, 대우조선해양 역시 AA-에서 B+로 강등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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