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이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조선사들의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발주량이 최고점을 찍으며 위기에 처한 조선사들의 독(Dock)을 메워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조선사들만 수혜를 누렸을 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조선사엔 그림의 떡이었다.
크루즈선, 3Q 전체 발주량 중 26%
올해 3분기 크루즈선의 발주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크루즈선 건조가 추진됐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크루즈선이 과거 신조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였다. 하지만 올해는 26%로 전체 발주 수요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선종이 극심한 수요침체를 보이고 있어 크루즈선 발주는 더욱 부각됐다.
크루즈선의 발주 증가는 유럽 조선사들의 수주잔량 확대로 이어졌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크루즈선 발주 확대로 유럽 조선소들의 수주량은 불어났다. 반면 한·중·일 조선 강국의 수주 비중은 지난해 88%에서 올해 3분기 63%로 쪼그라 들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크루즈 건조에 특화된 조선사들을 제치고 한·중·일 조선사들이 건조 계약을 따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입은행 양종서 연구원은 “크루즈선과 중국의 자국 발주 물량 등에 접근하기 어려운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수주에 있어 크게 고전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선 수요가 회복되면서 다시 조선 3국의 점유율이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3분기 누적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2% 급감한 866만CGT(수정환산톤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발주액 역시 63.1% 감소한 260억8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전 세계 선박 건조량 또한 8.6% 감소한 2700만CGT를 기록했다. 건조량 급감 배경에 대해 양 연구원은 ▲저유가에 의한 에코십 수요 축소 ▲선복과잉에 의한 해운침체 ▲환경규제 강화 속 연료 변경에 대한 선주들의 고민과 관망세 등을 들었다.
수주잔량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3분기 말 전 세계 수주잔량은 연초 대비 18.2% 감소한 9369만CGT로 집계됐다. 이밖에 중국의 초대형 광석운반선도 대량 발주됐으나 전체적으로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선박 수요를 나타냈다. 해양플랜트 역시 극심한 침체 수준으로 3분기까지 드릴선과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는 단 1기도 발주되지 않았다.
“비정상적 수주량 나타내고 있어”
우리나라의 누적 수주 또한 극심한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3분기 누적 수주량은 전년 대비 86.7% 급감한 125만CGT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주액 역시 87.2% 감소한 26억9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유조선과 제품운반선 등 탱커류와 LNG선을 중심으로 소량 수주가 이뤄졌다. 양 연구원은 “유조선 제품운반선 LNG선 등 3개 선종의 비중이 90%를 상회하고 있으나 이들 선종 역시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해 비정상적 수주량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누적 건조량은 전년 대비 5.1% 감소한 969만CGT를 기록했다. 전 세계 건조량 감소세에 비해 비교적 건조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현재 국내 조선소의 일감은 약 1.5년치 이하로 추정됐다. 수출입은행은 통계상의 허수 등 오류를 고려했다며 현재 일감 보유량을 설명했다.
클락슨은 2018년 이후 시황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전망을 대폭 하향하고 2018년 이후는 소폭 조정했다. 올해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약 40% 하락한 1400만CGT를, 내년엔 22% 감소한 2000만CGT로 조정했다.
클락슨은 2018년 이후 시황 회복 배경에 대해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상환경규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가 감산 합의 등으로 상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2020년 글로벌 황산화물 규제가 시행돼 조선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은 “내년 초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대체로 이러한 기조들이 유지된다면 내년 봄 전망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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