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5 09:29

추억의 명화/ ​카비리아의 밤 (Le Notti di Cabiria)

서대남 영화 칼럼니스트

‘카비리아의 밤(Nights of Cabiria/le Notti di Cabiria))’은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의 대표적 고전으로 자신의 아내 ‘줄리에타 마시나(Giuliettra Masina)’를 주인공으로 캐스팅, 순진한 매춘부 ‘카비리아’의 처절하게 슬픈 삶을 그린 이태리판 ‘여자의 일생’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시종일관 삶의 밑바닥에서 철저하게 파쇄당하는 주인공을 통하여 이 작품에서도 영화 ‘길(La Starada)’에서의 ‘젤소미나’ 보다 더욱 비극화시켜 필자는 두 작품이 시종 오버랩되는 연상을 떨칠 수 없었다.

영화 첫 장면은 카비리아가 무작정 좋아하는 남자친구 ‘조르지오’와 산책나온 강가에서 들판을 마구 달리며 마냥 즐거운 사랑의 환희를 만끽하는가 했더니 물가에 이른 조르지오는 갑자기 카비리아의 핸드백을 낚아채고 그녀를 강물에 밀어넣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친다. 

마을 사람들에 의해 간신히 목숨을 건진 그녀는 조르지오가 돈 때문에 자기를 배신한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순진하고 어리석었지만 나중에 끔찍한 배신을 알고는 그의 사진을 모두 불태워버린다.

그래도 남친이 집에 와 있으려니 하고 돌아와서 보이지 않아도 그깟 돈 4만리라 때문에 사람을 해칠 수 있냐며 태연했던 카비리아에게 뚱보 친구 ‘완다’는 단돈 5천리라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일러준다.

“나는 몸파는 여자지만 영혼까지 팔지는 않는다”는 식으로 자기 삶이 불행하지만 밤거리 여자 카비리아는 자기의 비참한 삶에도 반드시 좋은 날이 찾아올 것이라 굳게 믿고 희망을 갖고 꿋꿋하게 나날을 살아내며 마음 속엔 늘 진실한 사랑으로 채워진 행복 가득한 가정을 꼭 이루고 말겠단 꿈의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젤소미나처럼 우스꽝스런 광대모습을 연상케 하는 그녀는 유난히 작은 키에 다른 창녀들에 비해 성적 매력도 떨어지고 여성적인 미려함도 부족하지만 다른 동료들에게 비굴하지 않고 자신만만한 미소로 익살까지 곁들여 항상 호쾌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밤거리를 어슬렁대다 뜻밖에 우연히 유명한 영화감독 ‘알베르토(아메데오 나자리/Amedeo Nazzari)’를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 말다툼으로 한 밤에 애인이 떠나간 알베르토는 카비리아를 보자마자 고급 술집으로 데려간다. 비싼 술잔을 나누지만 잔뜩 위축되는 분위기라 볼품없는 자신의 모습을 특유의 포즈로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너무나 애처롭게만 보였다.

가슴 설레며 드디어 알베르토의 집안까지 들어간 카비리아는 호화롭게 갖추고 사는 저택의 침실에 인도되자 “나도 집을 가지고 있으며 있을 건 다 있다”고 기죽지 않으려 애써 으스대며 황홀한 꿈이 이뤄지는가 싶더니 초저녁 토라져 갔던 애인이 난데없이 심야에 다시 찾아오자 분위기는 반전, 들통안나게 숨 죽이고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쥐어주는 지폐 몇 장을 받아들고 어둠을 헤치고 간신히 길거리로 밀려나는 카비리아의 모습은 처연하기만 하다.

무심코 홀로 헤매던 숲길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 ‘카로’라는 인간천사와 동행을 하면서 자신보다 몇 배 가난하고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의 실상을 목격한다. 짐승처럼 동굴이나 다리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생필품과 식료품을 나눠주는 자선행위를 목격하면서 매춘부 생활을 청산하고 신앙에 의지하고픈 욕망을 가지게 된다.

기적을 믿지않던 카비리아는 성모 마리아에게 참회하러 간다는 동료들을 따라 순례의 길을 나선다. 지루하리만큼 축복과 기적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은 현실 고난의 극복을 신에게 의존하지만 교회를 나온 카비리아는 신에 대한 기도만으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어 마술쇼를 구경하고 난 카비리아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며 접근하는 ‘오스카 도노프리오(프랑수아 페레에/Francois Perier)’라는 남자를 알게 되고 그는 그녀의 순수한 매력에 빠졌다며 열렬히 구애를 해온다.

매춘이란 자신의 불안한 삶에서의 탈출을 결심한 카비리아는 겉으론 점잖고 과묵해 보이는 그 남자의 진심을 알 수 없어 바짝 경계심을 가지면서도 집요하게 다가오는 그를 거부하지 못하고 끝내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기쁨과 의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프로포즈를 하자 성인에게 기도하라고 설교한 수도사의 예언대로 도노프리오가 바로 신의 기도로 이룩한 사람으로 확신한다. 청혼으로 극대화된 그녀의 환희와 행복감은 드디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 그와 함께 살기로 결심하고 전 재산을 현금화 한다.

그간 배신의 덫에 걸려 만나는 남자마다 상처만 주던 몹쓸 얼굴들을 망각으로 덮고 자매같이 지내던 친구 완다에게도 부등켜 안고 가슴 저미는 눈물의 작별을 고한 뒤 도노프리오를 만나 마냥 행복에 겨워 눈부신 삶의 새 장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그녀에게 이젠 온 세상이 내것으로 가슴 벅차고 황홀하기만 하다. 그러나 모든 걸 몽땅 팔아 만든 현금을 보여주며 결혼식 전에 우선 조용한 휴식처를 찾기로 한 그녀에게 나타난 도노포리오는 그간 그리도 다정하고 정겹고 상냥하던 모습과는 달리 뭔가를 숨기는듯 초조하게 보이며 말수가 적어 어딘가 불길한 예감을 드리운다.

도노프리오가 앞장서 외진 곳만 골라 숲길을 같이 걸으며 만면에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했던 카비리아는 인적이 드문 호반의 절벽에 이르자 문득 그의 표정에서 섬뜩한 살기를 직감한다. 매춘부라는 신분을 속이려는 그녀에게 너무나 순수한 매력에 빠져 진정으로 사랑한다던 도노프리오는 강도로 돌변하여 카비리아를 죽이고 그녀의 돈을 빼앗으려 한다. 하늘같이 믿었던 남자에게 또 배신을 당하자 그녀는 돈 가방을 주저없이 넘겨주며 차라리 죽여달라고 소리친다.

헤엄칠 줄 아냐며 목숨만은 살려주는 자비라도 베풀듯 도노프리오는 돈 가방만 날쌔게 챙겨 황급히 줄행랑을 친다.

카비리아는 어둠이 짙은 땅바닥에 엎드려 마지막 사랑마저 끝내 잃어버린 처절함을 주체할 수 없어 한참을 목놓아 통곡하며 절규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그녀는 무엇이든 줄 수가 있지만 그녀에게 다가온 남자들은 모두가 밤거리에서 몸을 팔아 번 그녀의 돈을 뺏고는 배신하고 만다. 얼마쯤일까, 울음을 멈춘 카비리아는 어둠이 짙게 깔린 숲길을 터덜대며 걸어 내려간다. 그녀의 곁으로 요란하게 소년 소녀들이 춤을 추며 지나간다. 눈물이 얼굴 화장을 지워 흉한 몰골의 그녀에게 한 소녀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죽음의 터널을 통과한 카비리아의 상한 영혼은 곁을 지나며 다정히 던지는 인사 한마디와 맘보 음악을 연주하며 신나게 떠들썩 앞서가는 행렬을 보며 순간적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은 듯 그녀는 밝은 웃음을 짓는다.

거리의 창녀 카비리아가 각박한 현실 속에서 만나는 남자들로부터 번번히 배신을 당하고도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며 끝까지 인간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좌절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되찾는 은근한 미소의 명장면으로 마무리, 멋진 라스트 신으로 손꼽히며 지금도 회자되는 낙관과 몽상, 판타지로 극복해가는 절망을 딛고 서는 기적의 만남, 삶의 소박한 순간들이 만들어 내는 희망의 속삭임이 타락한 세상을 돌파할 수 있다는 위대함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란 게 필자의 덧붙임이다.

1992년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이태리를 대표하는 감독, 펠리니는 평생 공로상을 받았고 줄리에타 마시나는 1957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1958년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 영화상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필자 생각에도 반복적으로 들려준 테마곡 ‘카비리아의 밤’과 ‘카비리아의 맘보’ 음악이 괜찮았고 이태리 발원의 극사실주의 네오 리얼리즘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 중 하나로 매춘부였지만 아름다운 로맨스를 꿈꾸는 낙천적인 성격 카비리아의 삶을 통해 물질로 피폐한 인간의 영혼이 찾아야 할 구원의 길을 예시했다는 또 다른 평가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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