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1 19:22

한신평 “한진해운 법정관리 시 D등급 불가피”

“계열사 추가 지원 시 동반부실 우려”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최악의 경우 ‘D’등급까지 강등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달 28일 ‘한진해운의 향후 구조조정 케이스별 등급조정 계획 및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이같이 밝혔다.

한진해운은 오랜 실적 악화로 자체적인 유동성 대응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신평은 지난 4월 조건부 자율협약 신청과 채무 재조정 가능성을 반영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로 조정한 바 있다. 최근 구체적인 채무 재조정안 발표로 채권의 손상 가능성이 예상되면서, 4개월만에 ‘CCC’로 강등했다.

한신평은 이번 보고서에서 한진해운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상황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평가의 주요 변수는 채무 재조정안(최초 회사채 만기도래 시점)의 기한 내 확정 여부와 출자전환/원리금 감면 등의 조건 포함 여부다.
 
우선 한진해운이 기한 내 채무 재조정을 확정하고, 출자전환 등으로 회사채가 손상된다면, C등급까지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 채무 재조정안이 50% 이상의 출자전환 및 이자 감면 등을 포함한 현대상선 사례와 비슷하게 결정될 것으로 가정했을 때다.
 
한진해운이 기한 내 채무 재조정을 확정하고 원리금 지급을 지연한다면, 신용등급은 기존 CCC등급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진해운이 기한 내 채무 재조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원리금을 만기 시까지 지급하지 못한다면, D등급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기한 내 채무 재조정 안이 부결되고, 용선료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법정관리 행 역시 D등급이 불가피하다.
 
한편 한신평은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 한진, 한진칼이 한진해운에 추가지원을 하는 것은 그룹 내 동반 부실과 신용등급 하락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국내외 항공 수요의 증가세와 오랜 저유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한항공과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를 줄이고, 시장경쟁력이 회복될 정도로 이뤄진다면, 한진해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한항공이 독자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경우 자사 신용도에 매우 부정적인 반면, 채권단과 공동 지원을 하면 신용위험은 상대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타 계열사는 추가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진은 이미 지난 6월 한진해운으로부터 아시아 노선 영업을 621억원에 인수했고, 지난달에는 베트남 터미널 법인 지분 21.33% 전량을 23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현재의 재무상태와 그룹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추가지원이 어렵다.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의 경우도 대한항공과 연대보증을 하고 있어 신용도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신평은 “해운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자산매각으로 인한 한진해운의 경쟁력 하락을 감안할 때, 주요 계열사의 단기적인 지원은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계열사의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이뤄지더라도, 한진해운의 경쟁력 회복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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