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사 창명해운 법정관리 신청

벌크선운임지수(BDI)가 200포인트대까지 떨어지는 등 사상 초유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패스트트랙을 진행 중이던 창명해운이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창명해운은 심각한 해운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어제(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창명해운은 지난 2000년대 중반 해운 호황 때 신조선 10여척을 발주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정책으로 주목받았으나 불황이 찾아오자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현재 사선대는 벌크선 23척 초대형 유조선(VLCC) 1척 등 24척 275만7711t(재화중량톤)을 보유 중이다. 반면 장기운송계약은 한 건도 확보하지 못해 수급 불균형에 따른 불황기에 취약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다.

사선대 중 선가가 고점이던 해운 호황기에 발주한 선박은 케이프사이즈 6척 105만6055t, 캄사르막스 2척 16만4000t, 수프라막스 4척 22만7976t, 핸디사이즈 3척 22만7976t, VLCC 1척 29만8984t 등 16척이다. 현대중공업에서 6척, 대한조선에서 1척, 중국 보하이조선에서 2척, 정허조선에서 7척을 각각 지었다.

유동성난이 악화되자 창명해운은 지난 3월 초 산은캐피탈이 등록소유자인 16만9200t(재화중량톤)급 <시위너>(C. Winner)호를 그리스 선사에 시세보다 380만달러 낮은 1100만달러를 받고 처분했다. 이 선박은 지난 2008년 11월 대한조선에서 지어진 것으로 신조선가격은 1억달러 안팎이었다.

선사는 미국발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9년 상반기 패스트트랙(중소기업 대상 유동성 지원프로그램)에 들어가 용선료와 신조선 비용을 충당하는 한편 1년마다 원금 상환을 유예받아 왔다.

하지만 해운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채권단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었으며 올해 들어선 유동성 마련을 위해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사옥 매각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엔 매출액 1306억원 영업손실 512억원 당기순손실 4338억원을 각각 냈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액은 24%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2배, 순손실은 5.5배 확대됐다. 특히 충당부채 인식으로 순손실 폭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말 현재 자본 -2955억원 부채 1조1869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금융권 장기부채는 외환은행 3854억원 농협 275억원 산업은행 215억원 신한은행 105억원 등이다.

법원은 서류심사를 거쳐 2~3일 후 회사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 뒤 한 달 안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로써 지난해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선사는 5곳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대보인터내셔널쉬핑 삼선로직스 선도해운 SW해운 등 4곳이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선도해운은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받았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