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21 17:05

기획/ 수출입 물량 급감에 콘솔시장 ‘술렁’

일부 대형콘솔사 전년比 두 자릿수 물량 하락

 
연초부터 우리나라 해운물류업계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1월 수출실적이 2009년 8월 이후 6년 5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무역업계 사상 최초로 반도체·철강·조선 등 전 품목의 수출이 동시에 줄어드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8.5% 감소한 367억달러를, 수입 역시 20.1% 급감한 314억달러로 집계됐다. 선박과 석유제품, 석유화학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입 실적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2월 역시 12.2% 감소한 364억달러를 기록하며 1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콘솔사들(화물혼재사)에게 이 소식은 비보가 됐다. 지난해 해상운임의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탓에 호조를 맛봤던 콘솔사들은 올해 수출입 물량 급감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다수의 고객(프레이트 포워더)을 확보하지 못한 콘솔사들에게 이 같은 소식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완연한 봄을 맞이해야 하는 업체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콘솔사 관계자는 “물량 감소는 프레이트 포워더에게 타격이 있는 것은 물론, 많은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엔 체감도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형 콘솔사들의 상황도 전반적으로 녹록지 않다. A 기업의 경우 두 자릿수 물량 감소로 1분기부터 무거운 첫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해는 물량 감소 폭이 크지 않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급변해 콘솔사들은 향후 전망을 어둡게 내다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프레이트 포워더들의 물량이 줄다보니 콘솔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관리 차원에서 인력감축 등 긴축정책이라도 해야할 판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낮은 운임을 유지하고 있지만, 콘솔사들의 마진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콘솔사 관계자는 “3월에 물량이 어느 정도 늘어나 해상운임이 올라간다면 좋겠지만, 전망이 좋지 않아 우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일부 콘솔기업들의 수익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정기선사들의 운임인상(GRI)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화주에게 이를 적용하지 못했다는 게 콘솔업계의 중론이다. 운임이 꾸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 덕에 호조를 맛봤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3월은 제법 괜찮은 수익을 올린 기업들이지만 올 한 해는 예외가 될 것으로 콘솔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업체들은 더욱 줄어든 물량으로 인해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을 우려했다. 지금까지 매년 있어왔던 경쟁이지만, 올해는 물량 급감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수입화물에 대한 덤핑이 진행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의 마이너스 운임거래도 여전히 활발하다. 한국발 홍콩행 수출운임은 CBM(=㎥)당 -80달러까지 곤두박질쳤으며, 원양항로는 0달러 운임이 나오고 있어 아직도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외 파트너와 계약을 맺고 물량을 주고받는 국내 콘솔사들은 수입물량 확보를 위해 수출화물 유치 전쟁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마이너스 운임은 줄지 않고 있다.

서류발급비·CFS 사용료 면제 ‘재출현’

화물유치 경쟁이 뜨거워지자 선화증권(B/L) 발급 건당 받아오던 서류발급비(Documentation fee)를 면제해주는 콘솔사들도 나타나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른바 ‘공짜 서류발급비’ 마케팅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생긴 것이다. 가격은 BL당 1천원대에서 1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제가격을 받아야 하는 부대비용이 일부 업체들의 면제를 통해 시장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

이밖에 CFS(컨테이너 조작장) 사용료도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졌다. CBM(=㎥)당 사용료 면제는 물론 수천원대 요금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 운임으로 얼룩져 있는 LCL(소량화물) 콘솔시장이 주요 부대요율 면제로 더욱 흐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지만, ‘제살깎이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콘솔사 관계자는 “마이너스 운임을 뿌리는 업체들이 여전히 있지만, 부대요율을 면제해주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어 기업들의 경쟁이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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