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7 17:52

현대상선 채권단 '조건부 자율협약' 추진

4월 만기 회사채 연장 실패…전체 공모채 집회 재추진

현대상선이 추진한 4월7일 만기 회사채의 기한 연장안이 부결됐다. 금융채권단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17일 본사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176-2회 무보증사채 1200억원의 만기를 3개월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참석한 74%의 채권자 중 대다수가 반대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 안건은 사채권 3분의 1 이상 참석, 출석 사채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어야 가결된다.

현대상선은 “회사의 기대와 달리 사채권자들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해 만기연장이 부결됐다”며, “선주, 채권자, 주주,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고통분담을 해야만 회사가 회생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사채권자의 반대로 안건이 부결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채권자 집회 부결로 다음달 7일 만기도래하는 공모회사채도 연체가 불가피해졌지만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사례에 미뤄 구조조정 과정에서 통상 겪는 진통이며 현대상선의 정상화 추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평가다. 2013년 말 STX 사채권자 집회가 한 차례 부결됐다가 연체상태에서 재가결된 바 있다.

3개월 기한 연장이 가결됐다고 하더라도 향후 정상화 방안에 요구되는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에 관한 추가적인 집회가 필요하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이 성사되는 시점 등을 반영해 적절한 시기에 4월 만기 공모사채를 포함해 모든 회차의 공모사채를 대상으로 한 사채권자 집회를 다시 열어 형평성 있는 채무조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다음에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선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비협약채권자의 출자전환을 비롯한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현대상선 측은 “최근 용선료 인하 협상 및 현대증권 매각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은행을 비롯한 협약채권자와도 자율협약을 추진 예정”이라며 “향후 다시 열릴 사채권자집회에서는 경영정상화의 일환으로 공모사채의 채무조정이 실현돼야 하기에 회사와 사채권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사채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채권자 집회가 부결된 가운데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조건부 자율협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용선료 조정, 사채권자 등의 채무재조정 동참을 조건부로 ▲채권 원금과 이자 3개월 유예 ▲외부 회계법인 실사 이후 채무재조정 방안 수립 등의 자율협약을 추진하게 된다.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의 공평한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추진되는 것으로, 이중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되는 조건이다.

산은은 현대상선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 추진은 회사 자구안과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조정 협상 등이 진전을 보임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등을 통해 회사 정상화를 적극 뒷받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2일 채권단 실무자 회의에서 안건을 부의한 뒤 29일 자율협약 개시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금융기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정상화 방안을 도출함으로써 현대상선의 해외 용선료 조정 작업과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등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협약은 동일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가 법률 등 법적 강제력에 근거하지 않고 참여 기관 상호간, 채무자와의 관계에서만 배타적으로 유효한 협약을 수립 체결해 채무자의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제반 절차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하지 않고 채권단 자율로 협약을 제정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절차로 참여 기관들이 100% 동의하면 개시된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현재 세부절차를 진행중이다. 현대증권 매각 등 자구계획을 이행 중이며 용선료 협상 등 비협약채권자 채무조정도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은 본건 자율협약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을 통한 동참만이 회사 정상화의 유일한 방안인만큼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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