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6 18:37

선원노조, 정부·정치권에 '해운 지원' 촉구

상선노련 해운지원책 기준으로 총선서 심판할 것

전국상선선원노동조합연맹(상선노련)이 정부와 정치권에 선원 고용 안정을 위해 해운산업에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상선노련 하성민 위원장(사진)은 1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는 해운기업을 ‘물적 대상’이 아닌 ‘사람의 결집체’로 봐야 한다. 10만명의 선원들과 그 이상의 선원 가족, 나아가 대다수 선량한 시민과 국민을 살린다는 태도로 해운산업의 위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위원장은 "해운산업의 위기는 이제 어느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운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가 됐고 최고 경영자가 자산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퇴진하는 것 등으로 상황이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며 "세계 일류 해운국가 건설을 향해 달려가던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책금융기관이 2009년 이후 국적선사엔 19억달러밖에 지원하지 않은 반면 경쟁관계인 해외선사엔 108억달러를 지원하면서 국적선사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안일하며 무관심했다는 비판이다.

그는 "해운산업이 무너지면 10만 명에 이르는 우리 선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되며 해운산업과 전후방으로 연관된 산업에 종사하는 수만명의 생계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끔찍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피해가 선원과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하 위원장은 "선원들은 회사가 갑자기 어려움에 처해 외국 항구에 억류되는 건 아닌지, 하루아침에 직장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한국에서 선원직업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닌지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다"며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상선노련이 요구한 해운업 지원대책은 네 가지다.

▲첫째 회사채 상환 부담 완화와 발행금리 개선, 선박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제도 마련, 인위적인 구조조정 지양 등의 구체적 지원 대책 마련 ▲둘째 철광석, 연료탄 등 전략화물 운송시장 개방 정책 폐지 ▲셋째 선박 매각 시 해외 선사가 아닌 국적선사에 매각해 선원 일자리 유지 및 국부유출 차단 ▲넷째 해운기업 지원 시 선원고용보장과 보상금 지급 등 선원에 대한 지원 방안 포함 등이다.

하 위원장은 "이후 모든 세력과 연대해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고 "해운산업 지원 정책을 기준으로 선상부재자투표를 통해 총선에서 각 정당을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상선노련은 앞으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등 정당과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산업은행 등 관련 기관 및 단체 항의 방문은 물론 청와대 건의서 전달, 대국회 기자회견, 조합원 상경투쟁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정부는 거리로 내몰리는 선원들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해운위기 가속화, 기업은 ‘물적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결집체’,
정부는 수 만 명 선원을 살린다는 태도로 해운산업 위기 대책 마련해야

최근 해운산업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선두에 있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이 계속해서 경영개선안과 자구계획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기실 해운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이제는 어느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운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가 되어 버렸다. 최고 경영자가 자산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퇴진하는 것 등으로 상황이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 일류 해운국가 건설을 향해 달려가던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안일하며 무관심했다. 단적으로,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실적을 보면, 2009년 이후 해외 선사는 108억불인데 반해 국적선사에 대한 지원은 19억불에 불과하다. 이들 해외 선사의 경우 국적선사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은 결국 국적선사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선원과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데에 있다. 해운산업 전반에 불어 닥친 위기로 인해 선원들의 고통과 불안이 극대화되고 있고, 만에 하나 해운산업이 무너지면 10만 명에 이르는 우리 선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어디 선원 뿐 이겠는가! 해운산업과 전후방으로 연관된 산업에 종사하는 수 만 명의 생계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끔찍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더 이상 이 사태를 방기하지 말고, 먼저 나서서 해운업을 살려야 한다!

정보가 차단되어 있고 사회와 격리되어 있는 우리 선원들은 내내 불안에 떨고 있다. 회사가 갑자기 어려움에 처해 외국 항구에 억류되는 것은 아닌지, 하루아침에 직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아니 어쩌면 한국에서 선원직업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 선원은 지난 60~70년대 경제가 어렵던 시절에는, 해외 선주에 고용되어 외화를 벌어들였고, 경제성장기에는 그 흔한 파업 한번 벌이지 않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오늘날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세계 5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런 선원들에게 정부는, 위로는 못해줄망정 이제 와서 경제가 어려우니 알아서 하라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선원들은 어려운 해운 경기를 감안해 지나친 임금 인상 자제, 고통 분담 등의 방식으로 상생의 길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 선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회사는 해운 경기가 좋을 때 선원에 대한 투자보다는 자산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경기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선원들의 임금을 깎고 복지비용을 줄인다. 채권단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는 해운기업을 ‘물적 대상’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사람의 결집체’로 보아야 한다! 10만 명의 선원들과 그 이상의 선원 가족들이 해운기업에 의지해 삶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선원과 가족, 더 나아가 건강한 노동으로 삶을 꾸려 나가는 대다수 선량한 시민과 국민을 살린다는 태도로 해운산업의 위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우리 상선연맹은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대책을 요구한다.

회사채 상환 부담 완화, 발행금리 개선, 선박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제도 마련, 인위적인 구조조정 지양 등 구체적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철광석, 연료탄 등 전략화물 운송시장 개방 정책 폐지하라!

부득이 선박 매각시에는 해외 선사가 아닌 국적선사에 매각함으로써 우리 선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국부유출을 막도록 철저히 규제하라!

해운기업 지원 시 선원고용보장과 보상금 지급 등 선원에 대한 지원 방안도 반드시 포함하라!

우리 연맹은 이 시간 이후, 가능한 모든 세력과 연대하여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한다. 또한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선상부재자투표를 통해 총선에서 각 정당을 심판할 것이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등 각 정당과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산업은행 등 관련 기관 및 단체 항의 방문은 물론 청와대 건의서 전달, 대국회 기자회견, 조합원 상경투쟁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을 강력히 전개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16. 3. 15.  전국상선선원노동조합연맹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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