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불황으로 20년이 채 안된 선박들도 대거 고철로 팔려나가고 있다. 2000년 이전에 지어진 선박들이 잇따라 폐선업자들을 향하고 있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15만1000t(재화중량톤)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아네모네>(Anemone)호를 인도 해체업자에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경배수톤(LDT, 선박 해체시 선가의 단위가 되는 중량) 당 237.5달러, 총 440만달러로 파악되며 거래계약엔 인도 대륙 내 다른 나라들로 매각된다는 옵션이 붙었다.
이 선박은 미쓰비시에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조건으로 매각한 5척의 대형 벌크선 중 1척이다. 계약에 포함돼 있던 20만7000t급 <카멜리아>호(1990년 건조)는 지난해 10월 이미 폐선 처분된 바 있다.
대한해운은 현재 10척의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을 보유 중이며, 이 가운데 5척은 지난 2000년 이전에 지어진 것들이다.
대만의 유밍항운(裕民航運)은 17만2000t급 <케이프주피터>(Cape Jupiter, 1997년 건조)를 '현재상태' 조건부로 LDT당 232달러, 총 490만달러를 받고 싱가포르 기업에 매각했다. 이 선박엔 850t의 벙커유가 들어 있다. 유밍항운은 11월에도 노후 벌크선 5만2000t급 <케이프케세이>를 해체 목적으로 처분했다.
이밖에 MOL은 케이프사이즈 선박 17만t급 <모나린덴>(Mona Linden, 2000년 건조)을 '친환경 재활용'(그린리사이클링) 조건으로 LDT당 225달러, 490만달러에 매각했다.
이로써 올해 들어 21척 이상의 케이프 벌크선들이 폐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척가량 많은 양이다. 지난 한 해 대형 벌크선 폐선량은 96척이었다.
파나막스에선 그리스 선주사인 골든플레임쉬핑(Golden Flame Shipping)이 7만1000t급 <샘존스피리트>(1994년 건조)를 LDT당 245달러, 총 240만달러에 매각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선령의 자매선 <샘존라이트>를 280만달러를 받고 폐선 시장으로 넘겼다.
중국 코스코상하이쉽매니지먼트는 7만4000t급 <아오다바오>(Aodabao, 1995년 건조)를 LDT당 244달러, 총 230만달러에 인도 해체업자에게 팔았다.
시노트란스는 7만3000t급 <그레이트로열티>(1999년 건조)를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매각했다.
이들 거래로 올해 들어 폐선된 파나막스선박은 1년 전에 비해 16척 늘어난 29척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파나막스 해체량은 98척이었다.
컨테이너선 시장에선 조디악마리타임이 LDT당 275달러, 총 450만달러를 받고 1998년 준공된 4031TEU짜리 <양밍가오슝>호를 인도 폐선업체에 넘겼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지수(BDI)가 300포인트대를 오르내리는 사상 최악의 시황에서 선사들은 20년이 안 된 선박이더라도 가격만 괜찮게 받는다면 폐선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의 심각한 불황이 고질적인 선복 과잉에서 비롯된 만큼 앞으로도 폐선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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