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사이에 일대 전쟁이 벌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구개발(R&D) 인재였던 카이푸 리 박사를 구글이 스카우트 한 것이다. 결국 양사는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21세기는 지식기반경제시대다. 한 사람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인재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어렵게 확보한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기도 한다.
글로벌 특송 기업 페덱스는 직원을 최우선에 두고 경영한다. 인종과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 1976년 배달직원으로 입사한 베이비드 브론잭은 지난 2000년 페덱스 익스프레스의 최고경영자를 맡았고, 같은 해 파트타임으로 입사해 트럭 세차를 하던 데이비드 레브홀츠 역시 2007년 페덱스 그라운드 최고경영자가 됐다.
국내 물류기업 중에선 용마로지스의 인재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용마로지스 허중구 대표는 “회사가 직원에게 잘해주면 직원은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 고객은 회사에 이익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페덱스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또 화물배송기사의 전문성을 알리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기 위해 배송기사를 배송전문가를 뜻하는 ‘DS(Delivery Specialist)’라고 부른다.
일부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물류산업은 ‘단순 · 저임금 일자리’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선입견을 깨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는 물류기업들의 노력도 부족하다. 국내 물류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급인재를 유치해야한다.
최근 몇 년 간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등으로 유라시아 물류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다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와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인해 물류와 관련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 서비스가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드론, 무인로봇,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첨단기술을 물류현장에 융합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물류를 7대 서비스 유망산업에 포함시켜 중점 육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물류산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6.5% 성장했고, 연매출액은 90조원에 달하며, 약 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본지는 물류산업의 외형이 점차 확대되는 현 시점에서 물류전문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물류인재양성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현재 물류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직접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에는 군산대학교 물류학과 원승환 학과장, 오태희, 김예지, 김형준 , 송해수 학생이 참가했다. 또 학과 1기 졸업생이자, 현재 TNT익스프레스에 근무하고 있는 양인애씨가 함께했다. 토론 진행은 원승환 교수가 맡았다.
왜 지금 물류인가
원승환 교수 요즘은 물류를 잘하는 기업이 매출을 올린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제품의 수명이 너무 짧다. 고객의 수요가 생기면 빠르게 공급해야 한다. 제품을 출시하고 보니 고객의 니즈가 바뀐 경우도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물류를 잘하는 기업이 돈을 많이 벌고 성장한다는 명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명제에 대해 반론을 펼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은 너무 어렵지 않은 이야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가 너무 복잡한 현실을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웃음). 어쨌거나 다들 물류에 관심이 있어서 이 자리에 있을 것 같다. 먼저 학생들이 생각하는 ‘물류’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오태희 대학에 들어와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재고관리, 물품관리 등 식자재가 유통되는 과정을 보면서 물류에 대해 더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물류가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옷가게를 가더라도 재고관리가 안 되어 있으면 시스템을 보완하면 더 좋겠단 생각도 든다. 예전에 필리핀에 갔을 때, 열악한 물류환경을 보면서 물류산업이 강할수록 나라의 국력도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김예지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관, 편의점 등 다양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어디를 가더라도 물류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물류를 배우면 진출 가능한 분야가 많을 것 같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웃음). 물류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면 장점이 많을 것 같았다.
송해수 저는 대학에 와서 특강을 들으며 물류를 배우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류가 특별해 보였고, 남들이 쉽게 배울 수 없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김형준 저 같은 경우는 무역학과를 고민하다가 우연히 물류학과를 알게 돼 입학했다. 당시 담임선생님께 물류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더니,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웃음). 그럼(무역학과와 물류학과 중) 어디가 취업이 빠르겠느냐고 물어봤더니, ‘물류’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진학했다. 대학교육은 고등학교 때와 비슷했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물류가 조금씩 재밌어졌다. 물류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다. 물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니까 점점 흥미가 생겼다.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것을 저는 볼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 마치 ‘투명인간’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양인애(TNT) 저는 4학년이 될 때까지 물류가 적성에 맞는지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정부지원으로 미국에 위치한 한국계 물류기업에 인턴을 가게 됐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려 했었다. 1년 정도 어깨너머로 일을 배웠는데 너무 재밌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고민했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 했고, 그러면서 물류에 대해 재미를 찾아갔다. 물류는 굉장히 다양한 배경이나 직군에서 모여 협업을 하는 분야다. 자신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면 거기서 다양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물류전문가들께 여쭤보면 다들 이론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현장경험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류는 유기적으로 다 연결돼 있다. C/S(고객만족서비스)도 있고, 로컬 드라이버도 있다. 누구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되는 구조다.
원승환 교수 요즘은 한 가지만 잘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자주한다. 물류는 도메인에서 왔다. 아주 정통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을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이 학문이 필요하니까 생겼다고 본다. 저는 다양한 분야의 융 · 복합,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조율하는 역할을 물류전문가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카카오택시가 이슈다. 물류사업은 운송수단을 직접 갖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운송수단을 갖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카카오택시는 자체 운송수단이 없다. 앞으로 미래는 연결만 잘 시켜도 다양한 기회가 올 수 있다. 연결을 잘 시킨 대표적인 게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다. 생각해보면 포워더와 같은 직종이 굉장히 미래지향적일 수 있겠단 생각을 해봤다.
‘현실’과 ‘이상’ 사이
원승환 교수 농구선수 마이클조던은 한때 코트를 떠나, 야구를 했던 적이 있다. 야구가 좋았단다. 그런데 야구에는 소질이 없어 다시 농구선수로 복귀했다. 언제나 ‘현실’과 ‘이상’의 간격은 있기 마련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이 있다. 직업도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 사회에 대한 기여도 중요하다. 여러분이 물류를 배우면서 느꼈던 생각과 향후 진출을 꿈꾸는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해보자.
오태희 현장실습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다. 물류를 전공하고 기업에 들어가면 내가 배웠던 것을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보니 학생일 때보다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았다. 변수도 많았다. 특히 직장은 개인의 책임이 무거웠다. 물류라는 게 이론적으로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수행하는 사람과 관리하는 사람의 관계가 원활해야 했다. 또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다. 현장실습을 할 때, 사망사고가 발생해 조직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항만은 업무의 특성상 인명피해가 많은 것 같다. 물류의 안전을 관리하는 직종도 꽤 매력이 있을 것 같다.
송해수 저는 물류산업의 현실을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교내 사업단을 통해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좁히려고 했다. 물류는 미래지향적인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철도공사에 입사하는 게 꿈이다. 현재 한국철도공사를 흑자 전환시키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시대를 준비해 나가며, 철도물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
대기업 VS 스타트업
원승환 교수 대학은 이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과도기다. 이러한 현실과 이상에 대한 간극을 줄이면,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시련이 덜할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여러분은 이미 기반이 잘 갖춰진 대기업과 앞으로 기반을 더 닦아 나가야 하는 스타트업 가운데 어떤 곳을 선택할 것인가?
오태희 주변에 취업해서 돈을 많이 버는 친구와 임금은 좀 적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친구가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친구는 금전적으로 여유는 있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이 결코 행복해보이지 않더라. 재밌는 게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힘들어도 재미가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도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자신의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저는 이 일을 업으로 생각하면 야근을 해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대로 돈을 위해 일을 하면 야근이 자신의 시간을 빼앗긴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요즘은 ‘평생직업’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대기업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부속품처럼 사용하다 버려지는 것보다, 스타트업에서 함께 성장해나가는 길을 택하고 싶다.
김형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1~2년 전부터 물류에 대해 재미를 느꼈다. 이유는 스타트업 덕분이다. 스타트업이 만들어 나가는 세상에 매력을 느꼈다. 저는 스타트업을 선택하고 싶다. 스타트업이 더 잘 될 것 같다(웃음). 물론 대기업도 좋지만 스타트업에서 제 역량을 더 키워나가고 싶다.
양인애(TNT) 대기업과 스타트업 둘 다 장단점이 있다. 대기업은 업무를 배우기에는 훨씬 좋다. 배경지식을 쌓거나 처음 사회초년생으로 입문을 할 때, 배울 게 많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벽들이 있다. 새로운 사업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싶은데 막히는 경우, 기업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나의 비중은 정말 작다. 또 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지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게 많고, 하고 싶은 일을 패기 넘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확실한 것 같다. 자신의 전문분야도 중요해지고, 책임도 막중한 것 같다. 회사를 꾸려나가는 구성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 구조인 듯하다.
김예지 저도 양인애 선배 말에 공감한다. 다만 대학생이 졸업 후,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자본력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경력직을 선호할 것 같다. 그래야 여러 사람 몫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것을 알지만, 스타트업이 사회초년생을 선호할지 의문이다.
원승환 교수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보충해서 설명하면, 어떤 조직이라도 실무적인 일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당연히 신입사원에게 막중한 책임을 지우는 일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업무는 ‘키맨’들이 맡을 것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가 있다면, 대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하기가 쉽지만, 스타트업은 인력난에 허덕인다.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원승환 교수 다음은 대학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저는 대학은 ‘연습하고 훈련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연습할 때는 주눅이 들면 안 되고, 자유롭게 해야 한다. 실수해도 된다. 두 번째는 훈련하는 곳이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만약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학생이 있다면 내가 뭘 선택할 수 있는 인풋이 없다는 것이다. 인풋이 많은 학생은 할 일이 많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대학에는 동기가 있다. 동기는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며, 훈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파트너다. 팀 활동 역시 좋은 기회다. 단체 활동은 일종의 조직사회에 대한 연습이다.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자세를 배운다. 무엇보다 관계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실력이 없어도 신뢰가 있으면 배신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면 이제부터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학’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송해수 대학을 취업을 위한 ‘문’ 이라고 느낀 지 오래다. 그럼에도 대학은 학생들의 사고 방향을 정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대학에 세 가지를 바란다.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두 번째는 사회에 나가기 전에 현실감각을 깨우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특강이나 멘토링 등이 도움이 많이 됐는데, 이런 부분이 조금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예전에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지출이 많았는데, 올해 학교에서 운영하는 사업단을 통해 많은 도움이 됐다. 마지막으로 학교라는 울타리 내에서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좋겠다.
오태희 저는 대학의 멘토링 사업이 정말 좋았다. 선배와 후배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으로 할 수 있는 공부는 집에서 혼자해도 된다. 그런데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누군가를 통해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저는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후배들에게 학교에 학비를 내는 만큼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김형준 대학의 평가지표가 나오면서 취업사관학교 같은 느낌이 돼 버렸다. 그런데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기업에서도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원한다. 실무를 모르는 학생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 대학의 역할은 결국 사회에 나가서 써 먹을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특강이 정말 좋았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물류에 대해 색다른 재미를 부여했다.
김예지 산학협력단을 비롯해 학교의 대외적인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지금의 산학협력단은 교수님들께 너무 의존적인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양인애(TNT) 요즘은 대학을 취업양성소라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저는 학생들이 학부생활을 하면서 제가 평생 잘 할 수 있는 ‘업’에 대해서 고민하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동아리 활동이나 프로젝트를 하다가 생겨난 벤처도 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하듯이, 학생들이 다양한 우물을 팔 수 있도록 대학 측에서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학생들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학교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길 바라고, 대외적인 활동도 많이 해보길 바란다. 이런 것들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향상된다고 생각한다.
원승환 교수 예전에 사회에 나가서 대학교육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봤다. 그런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제가 처음 직장을 다닐 때, 실무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대학에서 배웠던 이론을 접목하는 데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아는 만큼 보인다. 내가 아는 깊이가 깊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정말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을 때는 더 많은 인풋이 필요하다. ‘이론은 쓸모없다’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어떤 회사건 처음 입사할 때부터 기획을 맡기지 않는다. 여러분이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은 높은 수준의 것도 많다. 그러나 여러분이 입사하면 대부분 실무를 담당한다. 그래서 괴리가 있다.
기업의 설립목적은 이윤추구다. 본질이라는 것이 있고, 기본이라는 것이 있다. 기본은 본질보다 조금 더 변할 수 있다. 기본은 업무다. 핵심은 사업을 뜻한다. 핵심, 본질, 기본 가운데 가장 변하기 쉬운 건 ‘핵심’이다. 회사에서 사업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학에서는 본질이나 기본을 지도한다.
여러분이 기본과 본질을 잘 배워둔다면, 나중에 회사의 핵심을 잘 따라갈 수 있다. 기업의 핵심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본질과 기본을 잘 아는 사람이 핵심도 잘 잡는다.
원승환 교수 다음주제로 물류에 대한 인식에 대해 이야길 나눠보고 싶은데, 학생들이 이야기하기 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여러분들이 직접 접해보지 않고, 막연한 인식이기 때문에 학과를 졸업하고 TNT에 근무하고 있는 양인애 졸업생의 이야기만 들어보자.
양인애(TNT) 물류 외주도 맞고, 힘든 것도 맞다. 다만 과거에 비해 기업들이 물류에 대해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쿠팡만 해도 투자금의 대부분을 인프라 구축에 사용하고 있다. 제가 근무하는 헬스케어 분야도 제약사가 직접 운송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헬스케어 운송 전문 인력도 빼간다. 기업들이 체감하고 있는 물류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변화하는 격동기
원승환 교수 최근 CJ대한통운 모 연구원이 2015년 산업트렌드로 ▲소량·소형화 ▲공유 ▲초연결 ▲편리 ▲재미 ▲융합을 꼽았다. 이 여섯 가지에 대한 공감 없이 물류를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DHL에서 발간한 책을 보니, 사물인터넷과 결합해 부가가치를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분야로 물류가 꼽혔다. 지금은 (물류가) 변화하는 격동기인 것 같다. 변화하는 미래,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각자 생각을 들어보자.
송해수 저는 얼마 전 빅데이터를 통해 쿠팡이 2시간 배송을 시행하는 것을 봤다. 재고가 떨어지기 전에, 사전에 배송준비를 한 뒤에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생활밀착형 물류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 2015년 한 해는 ‘쿠팡의 반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기존 택배업체에 참신한 충격을 줬다. 물류산업은 기존의 것을 바꾸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 저는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물류가 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
김형준 지금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퍼스트 마일에서 라스트 마일로 바뀌고 있다. 온디맨드를 표방한 다양한 스타트업이 생기고 있다. 더 편리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사실 저도 라스트 마일 물류에 대해서 안 지가 얼마 안됐다. 그런데 이런 대부분의 서비스가 수도권에 한정돼 있다. 또 수도권에 있는 친구에게 물류 스타트업의 이사 서비스를 알려줬는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고, 수도권에 한정된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인 것 같다.
저는 개인적으로 삼국지 게임을 좋아한다. 이 게임의 핵심은 인재 모시기다. 인재는 아무리 많아도 늘 부족한지라, 결국에는 인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지 않았다면, 초가집에서 책만 읽고 있었을 것이다. 조조는 능력이 있는 참모를 얻기 위해 자신의 친족과 무장을 죽인 가후를 용서했다. 그 결과 유비는 촉을 얻었고, 조조는 삼국을 통일했다. 이와 비슷하게, 물류전문인력들이 성공한 스토리가 널리 알려진다면, 자연스레 물류산업에 인재가 몰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태희 물류의 미래를 생각해야 저의 미래가 보인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물류도 거기에 발맞춰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맥을 짚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앞으로 물류의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를 뒤따르기보다, 변화를 이끄는 인재가 필요하다.
김예지 물류를 3D 업종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물류를 직접 배우고 경험해보면 재밌는 분야다. 사람들이 물류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자주 접하게끔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물류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인애(TNT) 물류는 공들인 만큼 나온다. 운송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면 즉각적인 결과로 나온다. 그래서 다양한 케이스나 핸들링 노하우가 쌓이면 물류전문가가 나온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물류 전문기업이 탄생하는 것 같다.
물류의 궁극적인 목적은 빠르고 정확하게 배송하는 것이다. 요즘 기업들은 드론, 빅데이터 예측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통해 배송의 루트를 다양화하고 있다. 물류의 더 넓은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매력이 있다. 단순히 트렌드를 읽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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