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벌크선 시장이 내년 하반기 이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본 민간 해운조사기관의 예측이다.
일본 유일의 해운조사기관인 트램프데이터서비스의 에비하라겐지(海老原謙治) 대표는 지난 6일 해사문제연구소가 주최한 ‘한일공동해사포럼’에서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앞으로 600포인트대까지 떨어지다가 2016년 3분기에 상승해서 2017년 3분기 2000포인트를 회복하고 2020년엔 3000포인트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비하라 대표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의 BDI 추이가 과거 유가 하락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기를 겪은 역오일쇼크(Reverse Oil Shock)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오일쇼크 직후인 1980년 2분기 3225포인트였던 BDI 분기평균치는 역오일쇼크가 도래하면서 하강을 시작해 1986년 3분기에 665포인트의 역사적인 저점을 형성했다. 6년 사이 79%가 하락한 것이다. 이후 다시 바닥을 찍고 상승해 1990년 1분기에 1610포인트를 기록, 저점 대비 59% 올랐다.
에비하라는 “2010년 4분기에 3323포인트였던 BDI 분기 평균은 올해까지 82% 하락했다”며 “앞선 역오일쇼크와 상당한 유사성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흐름을 토대로 내년 2분기에 약 600포인트대를 기록한 뒤 2020년 1분기 3000포인트(7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비하라는 2000년대 들어 국제유가가 130달러를 넘어선 2008년을 3차 오일쇼크라 규정하고 최근의 유가 급락은 역오일쇼크라고 해석했다.
그는 벌크선형별로 구체적인 일일 평균용선료를 예측하기도 했다. 내년 9월16일 10만t(재화중량톤)급 이상의 케이프사이즈는 1만7600달러, 7만t급 안팎의 파나막스는 7100달러, 5만t 안팎의 수프라막스는 8700달러, 3만t급 안팎의 핸디사이즈는 6700달러대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프사이즈와 파나막스는 현재보다 각각 7600달러 1000달러가량 높은 반면 수프라막스와 핸디사이즈는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에비하라는 이 같은 예측의 기본 전제 조건은 유가가 연간 10달러씩 꾸준히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가격이 약세를 띠면 중동국가는 타격을 받는 반면 미국이나 한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수요국가 경제는 성장곡선을 그리게 되며 이는 곧 필연적으로 원유가격 상승을 불러온다는 관측이다.
그는 “날씨로 비교하자면 항상 좋은 날만 계속되는 건 있을 수 없으며 악천후만 계속되지도 않는다”며 “건화물선 시장도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반복되며 유가뿐 아니라 환율 등의 10가지 변수를 대입한 결과도 2016년 3분기에 시황이 회복되는 걸 가리키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벌크선 시황 회복설을 거듭 강조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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