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화물선 시황침체가 하반기에도 계속되며 선사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중국를 비롯한 전 세계 경기침체가 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양상이다. 선사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BDI가 1200포인트 이상으로 회복돼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中 석탄·철광석 수입 ‘뚝’…건화물선 시황 ‘빨간불’
그야말로 반짝 상승세였다. 올해 2월 15년 만에 역대 최저수준인 509포인트까지 곤두박질친 BDI는 7월 1000선을 돌파한 이후, 8월 초 올 들어 최고치인 1222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케이프 시장을 중심으로 중남미-유럽과 브라질-극동아시아항로의 수요가 늘면서 BDI 지수도 호조를 보였다.
해운업계는 이 상황이 오래갈 것으로 희망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달도 채 안돼 1000선이 붕괴된 이후 900포인트대를 맴돌고 있다. 9월29일 현재 BDI는 926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케이프운임지수(BCI)는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행보를 걷고 있다. 매월 초 1000포인트선을, 월 말에는 2000포인트를 기록하며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CI는 9월29일 현재 2031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최근 케이프선은 운임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그동안 안정세를 보여왔던 대서양 수역의 공급여건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파나막스 선형에서도 대서양 수역의 부진이 이어지고, 수프라막스·핸디막스급의 공급과잉 양상도 지속되고 있다.
건화물선 시황악재의 주범은 석탄과 철광석의 수입량을 크게 줄인 중국이다. 중국은 경기침체와 환경규제로 인해 수입을 줄였고, 이는 건화물선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9월 중국에서 진행된 열병식도 석탄의 신규수요 위축을 불러왔다. 실제로 중국의 석탄 수입 1~7월 누계는 34% 급감한 1억2112만t으로 크게 침체됐다. 철광석 수입 역시 경기침체에 제동이 걸리면서 1~7월 누계는 0.1% 감소한 5억3892만t에 그쳤다.
반면 중국의 원유 수입은 매년 늘고 있다. 궤를 같이해 유조선 시장에도 순풍이 불고 있다. 중국세관총서가 집계한 1~7월 누계는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억9408만t으로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국가 전략 및 민간비축량 또한 큰 폭으로 뛰었다. 한 때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불리웠던 인도는 건화물선 시황개선에 큰 힘을 실어주지 못할 전망이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의 환경규제로 인해 석탄수입이 크게 줄었으며, 인도 역시 자국에서 석탄과 철광석을 생산하고 있어 암담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박해체도 선복수급 해결못해
올해 상반기 역사적인 건화물선 시장의 침체는 또다른 기록적인 순간을 낳았다. 사상 처음으로 벌크선 해체량이 늘어난 것이다. BDI가 500대로 고꾸라지자 ‘울며 겨자먹기’로 선사들은 선박을 해체시장에 내놓았다. 고철값이라도 챙겨놓자는 이유에서다. 계선량도 급증했다. 선사 관계자는 “BDI가 1000포인트 이상이 된다면 선박을 돌릴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500포인트대 수준이면 선사들이 계선이나 해체를 택해야하는 처지에 몰린다”고 밝혔다.
선박 해체량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시황개선에 힘이 됐다. 지나치게 과잉된 선복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박해체가 장기적으로 시황개선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직도 인도되지 않은 선박들이 많아 그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항로에 투입 중인 벌크선 중 고선령 선박이 많지 않다는 점도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인도될 선박이 해체량을 뛰어넘고 있기에 선사들은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인도될 케이프선은 약 17%인 반면, 해체대상인 고선령 선박은 8%에 불과해 앞으로도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은 하반기는 현재보다는 시황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발 곡물수요를 배경으로 4분기는 괜찮을 것이라는 게 선사들의 중론이다. 또 호주와 브라질에서 출하되는 상당량의 철광석도 시황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BDI도 현재 수준보다는 소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사들은 4분기에 약 1200~1300포인트대의 BDI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사 관계자는 “보통 하반기에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점에 미뤄 4분기는 시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 한해는 지난해보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선사 관계자는 “과거 1만5000포인트대를 기록했던 시절이 꿈만 같다”며, “그때 수준은 아니더라도 1500포인트대만 나와도 좋겠다”고 푸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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