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조선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무리한 저가수주가 대규모 손실을 불러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3년을 전후로 진행된 조선사들의 과도한 수주경쟁이 저가수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6일 여의도 NH투자증권빌딩에서 'KR 크레딧 세미나'를 개최, 국내 조선업의 동향과 전망을 살펴보고, 각 조선사들의 신용등급과 주요 이슈에 대해 발표했다.
대규모 손실 원인 3가지 들어
이날 한기평 김봉균 연구원은 대형 조선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낸 원인을 ▲저가수주 ▲설비경쟁과 공급과잉 ▲해양플랜트 시장구조 변화 등 3가지로 꼽았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조선사들에게 대규모 손실을 안긴 선박의 수주시점은 2013년 전후다. 조선사들의 저가수주는 상선의 경우 2012년에 시작돼 2013년 정점에 달했으며, 올해는 적정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플랜트 저가수주는 2010년에 고개를 들기 시작해 2012~2013년 사이에 본격화됐으며, 2013년 이후 내리막을 보였다. 계약연도별 원가율은 2013년 수주 프로젝트 원가율이 가장 높았다.
설비경쟁과 공급과잉도 조선사들의 실적악화에 불을 지폈다. 2000년대 중반 조선업 호황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조선소는 설비경쟁과 공급과잉으로 번졌다. 상선 발주량 급증과 더불어 해양플랜트도 국제 유가상승으로 인해 '미래먹거리'로 주목받으며 설비 건설을 부추겼다.
김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상선 발주량이 급감하며 일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조선사들의 경쟁이 심해졌다고 밝혔다. 또 해양플랜트 시장이 활성화되며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수주경쟁이 가열돼 저가수주가 발생했다며 대규모 손실원인을 설명했다.
내년까지 저수익구조 탈피 어려워
조선사들의 수익성 부진은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상선과 해양플랜트 등의 주요 손실 프로젝트 물량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대부분 인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2013년 수주물량이 2015년을 정점으로 감소해 2016년까지는 저수익 구조를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조선사들의 추가손실 가능성에 대해 그는 해양 프로젝트의 원가 변동성이 높아 공정에 따른 추가손실 가능성이 커 원가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은 대규모 손실 반복 등 실적변동성 확대, 운전자본부담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 공정과부하로 인해 실적개선이 지연된 점을 들어 신용등급이 일괄 하향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정과부하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올해 8월 기준 현대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은 AA-를, 삼성중공업은 A+를, 대우조선해양은 BBB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AA+(현대중공업) AA(삼성중공업) AA-(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을 기록한 이후 수주실적 부진과 수익구조의 정상화가 지연되며 조선사들은 강등을 면치 못했다.
김 연구원은 중단기적으로 수주환경 개선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점쳤다. 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VLCC(초대형 유조선) 등 일부 선종에 대한 수요는 기대할 수 있으나, 중국 조선소의 대형선 수주와 일본의 엔저로 인해 상선의 경쟁강도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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