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이른바 조선 ‘빅3’의 해양플랜트 악재가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각 조선사별로 상당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KIS 크레딧이슈 세미나’에서 한국신용평가 홍석준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해양플랜트 수주는 부진하나, 각 조선사별로 20조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상선에 비해 해양플랜트 일감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중공업으로 추가손실 위험도 또한 3개 조선사 중 가장 높다. 한국신용평가가 밝힌 국내 대형조선사의 해양플랜트 수주잔고는 현대중공업이 210억달러(해양플랜트 수주잔량 비중 53%), 대우조선해양이 210억달러(46%), 삼성중공업이 240억달러(67%)였다.
해양플랜트 공정율 낮아 추가손실 발생
각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추가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 진행율이 대체로 낮아 해양플랜트 인도시점인 2017년까지 추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별로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6년 상반기 완료 예정(공정진행율 60~90%)인 프로젝트에서 추가손실 가능성이 잠재될 것으로 전망됐다. 홍 애널리스트는 조선, 플랜트에서 손익분기점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해양부문에서 손실이 지속될 경우 2016년까지 ‘EBITDA(세금·이자·감가상각전 이익)/매출액’ 지표가 A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3%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불확실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삼성중공업도 주요 적자 프로젝트인 나이지리아의 에지나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와 호주 이치스 CPF(해양가스처리설비)의 공정 진행율이 낮아 추가 손실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안전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예상손실을 2분기에 반영했지만 해양플랜트 공사 지연 및 원가확대 가능성과 종속·관계사 구조조정에 대한 채권 대손, 지급보증 현실화도 실적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우조선해양이 1조원 규모의 현금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실질적인 부채비율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산업은행 차입금은 2014년 6월 현재 1조4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순손실을 5000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대우조선해양이 1조원의 현금유상증자와 5천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면 부채비율은 424%로 떨어진다. 2015년 6월 648%에 비하면 200% 이상 떨어지는 수준이다. 여기에 출자전환 규모를 1조2천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부채비율은 333%로 하락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하반기 만기 도래하는 3000억원의 공모사채와 1150억원의 기업어음(CP), 내년에도 7000억원의 CP 상환이 예정돼 있다. 홍 애널리스트는 “은행권 차입금 만기연장과 일부 자산 매각 등을 고려하더라도 공모사채 및 기업어음 만기에 대응한 자금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용등급 추가강등 우려 제기
추가손실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대형 조선사들은 신용강등이라는 칼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올 들어 조선사들은 2~3차례의 신용등급 하락을 맛봤다. 올해 초 AA의 신용등급을 기록했던 현대중공업은 5월 AA-를, 8월엔 A+로 2번이나 하향했다. 특히 A+로 올 한해를 시작한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BBB(부정적)로 세 차례나 강등됐다.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와 해양플랜트 사업의 추가적인 부실 가능성이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대형 조선사는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덫에 단단히 걸린 양상이다. 한신평은 이들의 영업실적 부진과 재무부담 확대의 영향으로 향후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해양플랜트 사업 등에서 예상범위를 넘어서는 추가손실의 발생, 운전자금 증감 등에 따라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홍 애널리스트는 “최근 조선사들의 신용등급 조정은 조선업 전반의 영업침체와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산업간 리밸런싱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건설사들은 빅배스(부실 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잠재부실이나 이익 규모를 밝히는 회계기법) 이후에도 대규모 손실이 반복되거나 수익구조가 개선이 지연된 것 처럼 조선사들도 유사한 실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회계처리의 신뢰성과 적시성에 대한 의문이 확대되고 있다”며 “공정진행율, 미청구공사 등 정보 공시 및 제공의 범위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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