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3 11:26

논단/ 해상사건에 있어서의 상관습과 보통거래약관

상관습과 보통거래약관의 내용, 적용범위, 효력 등에 관한 판례를 중심으로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 변호사/법학박사
<8.3자에 이어>
(2) 보증도의 관행과 운송인의 책임
운송인 또는 선박대리점이 선하증권과 상환함이 없이 화물선취보증장(letter of guarantee)만 교부받고 화물을 넘겨주는 보증도에 의한 화물의 인도는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확립된 상관습이라 할 수 있으며, 판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운송인 또는 선박대리점의 선하증권소지인에 대한 책임의 면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보증도로 인하여 선하증권소지인이 입게 되는 손해의 배상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해상운송인 등이 보증도에 의한 화물인도에 의하여 선하증권소지인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위법성이 없는 정당한 행위라거나 화물인도에 있어서의 주의의무가 감경 또는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라 할 수 있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14994 판결, 1992. 2. 14. 선고 91다4249 판결 등 다수).

따라서, 운송인이 보증도로 인하여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였을 때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의 책임을 지게 된다.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다30026 판결도 보증도의 상관습을 인정하면서도 “"보증도"의 상관습은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의 정당한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한 책임을 면제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보증도"로 인하여 정당한 선하증권 소지인이 손해를 입게 되는 경우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이 그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므로,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이 "보증도"를 한다고 하여 선하증권과 상환함이 없이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정당한 행위로 된다거나 운송취급인의 주의의무가 경감 또는 면제된다고 할 수 없고, '보증도'로 인하여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였을 때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의 책임을 진다.”고 판시하면서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이 "보증도"를 하는 경우에는 그 화물선취 보증장이 진정하게 성립된 것인지의 여부를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게을리 하여 화물선취보증장의 위조사실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채 선하증권과의 상환 없이 운송물을 인도하고 그로 인하여 정당한 선하증권 소지인이 손해를 입은 것이라면 운송인 또는 운송취급인은 보증장 없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화물을 인도한 결과가 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판시하였다.

다. 보세장치장의 샷시사용기간에 관한 관행

대법원 1991. 4. 26. 선고 91다1523 판결은 “우리나라 보세운송업계에 있어서는 보세운송업자가 콘테이너에 적재된 수입화물을 하주의 보세장치장까지 운송하였을 때 즉시 화물반출작업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관절차와 화물반출작업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일반적으로 3일 정도로 보아 콘테이너와 콘테이너를 실은 샷시를 보세장치장에 둔 채 견인차만 회송하여 갔다가 하주가 3일이내에 화물의 통관절차를 마치고 화물을 반출하였을 때에는 별도로 사용료를 받지 아니하나, 3일이 경과하였을 때에는 시간에 따라 운송료 외에 별도로 샷시의 사용료를 받는 사실상의 관습이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보세장치장의 샷시사용기간에 관한 상관습의 존재를 인정하고 “위 샷시에 관하여는 하주가 3일 동안은 무상으로, 3일이 초과될 때에는 유상으로 사용하기로 하는 사용대차와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성립되었다 할 것이므로, 통관절차를 마치고 화물반출작업이 끝났을 때에는 보세운송업자에게 위 샷시를 반환할 의무가 있는데 통관절차가 끝나기전에 보세장치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위 샷시가 소실되어 이를 반환할 수 없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환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여 보세장치장의 샷시 무상사용기간에 관한 상관습을 인정하였다.

라.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한 화물인도 관행

(1) 화물인도의무와 화물인도지시서
운송인은 운송물 양하 후 정당한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하며, 운송인이 위 인도를 잘못하여 정당한 수하인에 대한 인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되면 원칙적으로 고의, 중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모든 수입화물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박으로부터 하역작업을 거쳐 반드시 보세구역(bonded area)에 장치하게 되므로(관세법 제65조 내지 제67조), 그 인도도 주로 보세구역에 장치되어 있는 동안 운송인이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Delivery Order, D/O)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운송인은 개품운송의 경우 당사자간의 합의 또는 양륙항의 관습에 의한 시간과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하게 되는데 양하 후 보세창고에서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하여 인도하는 것이 관행이라면 양하 후 인도까지의 운반작업 및 보관업무는 운송인의 책임사항에 포함될 것이다. 

(2) 보세구역의 화물인도시점과 화물인도지시서
화물의 인도는 그 화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의 이전이라는 사실관계에 터잡아 판단되어야 하므로, 운송계약상의 인도 목적지에 이르기 전이라도 화물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가 넘어갔다면 그 순간에 인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3. 12. 선고 94다55057판결). 

그러나, 보세구역에 장치되어 있는 화물에 관하여는 관세확보라는 관세행정의 목적 범위 내에서 보세구역의 종류에 따라 세관의 감독과 규제의 정도가 다른 바, 이에 따라 운송물을 일반보세장치장에 입고하는 경우와 자가보세장치장에 입고하는 경우에 각각 그 인도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즉 우리 대법원은, 일반 보세장치장에 입고된 경우에 대하여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수입대행자)의 의뢰를 받은 하역회사가 양하작업을 완료하고 화물을 하역회사의 일반보세창고에 입고시킨 사실만으로는 화물이 운송인의 지배를 떠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화물의 인도시점은 선박대리점의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하여 화물이 위 하역회사의 보세장치장에서 출고된 때라고 보아야 하고, 선측에서의 하역작업에 의하여 운송물의 점유가 하역회사에게 이전된 때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다4249판결, 대법원 1992. 3. 13. 선고 91다19234판결), 자가보세장치장에 입고된 경우에 대하여는 자가보세장치장에 반입된 물품은 화주의 지배하에 있는 것으로서 그 보관책임은 화주에게 있고 다만 관세확보라는 관세행정목적의 범위 내에서 세관장의 감독을 받는데에 지나지 않고, 선하증권상의 통지선인 수입자를 대행하여 양륙대행업자가 양하작업을 하는 것에 운송인이 동의하여 그 양하작업이 완료된 후 수입자가 이를 자가보세장치장에 입고한 경우, 그 수입화물은 수입자의 지배하에 들어가 그 인도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자가보세장치장에 반입된 물품은 수입자의 점유하에 있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대법원 1988. 9. 27. 선고 94다카1639, 1640 판결, 대법원 1990. 2. 13. 선고 88다카23735 판결) 운송인에 의하여 화물이 부산항에 도착한 다음 그 곳에 소재한 컨테이너 전용장치장(CY)에 입고되어 보관되다가 반출된 후 보세운송되어 인천 북구 작전동 소재 화주(선하증권상 통지처)의 자가보세장치장에 장치되었다가 그 곳에서 화주에 의하여 화물이 무단반출된 사안에서, 보세운송 과정 중의 화물은 화중의 사실상의 지배 아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한편 화주가 보세운송을 위해 컨테이너 전용장치장으로부터 화물을 반출함에 있어서는 운송인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선박대리점이 그 보세운송에 동의하였다면 그 때 선박대리점은 화주에게 화물을 인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대법원 1996. 3. 12. 선고 94다55057판결) 보세구역의 종류에 따라 인도시기를 달리 해석하고 있다. 

(3)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한 화물인도 관행과 창고업자의 책임
일반보세장치장에 입고된 수입화물의 경우, 실제로는 운송인이 직접 보세장치장을 경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운송인과 보세장치장의 설영자 사이에는 창고증권이 발행되지 않음은 물론 서면에 의한 보관계약이나 창고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오히려, 보세창고의 지정이나 창고업자에 대한 보관료의 지불은 대부분 화주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물량이나 거래회수가 많은 대형화주의 경우에는 보세창고업자와 사이에 정식으로 서면에 의한 보관계약까지 체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반보세장치장에 보관 중인 화물을 운송인의 지배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법원은 일반보세장치장에 대한 화물의 임치인은 어디까지나 운송인이나 선박대리점이 될 것이고, 화주는 단지 운송인에게 특정 보세창고에의 배정을 요청할 수 있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운송인 등이 일반보세장치장의 설영자에게 보관을 의뢰함에 있어 이를 중개하거나 대행하는데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설사 보세창고업자와 화주 사이에 별도로 보관계약이 체결된다 하더라도 채권관계는 중첩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어서 운송인은 여전히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하여 보세창고업자에 대한 관계에서 화물을 지배, 통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운송인은 보세창고업자를 직접 점유자로 하여 화물을 간접 점유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0다63639 판결 참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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