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옴니채널’이 화두다. 옴니채널은 인터넷, 모바일, 카탈로그, 매장 등 여러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 고객 경험을 극대화해 판매를 촉진하는 전략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아마존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에도지지 않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계열사 간 장벽을 허무는 옴니채널 확산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에 온라인몰 전용 롯데프레시센터를 열었고, 현재 강북 노원구에 제2물류센터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김포에서는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유통기업, 물류센터로 경쟁력 강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수되는 주문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데, 최근 물류센터가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물류센터가 대형화추세로 흘러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례로 GS홈쇼핑을 통해 접수된 주문은 전산을 거쳐 물류센터로 정보가 넘어간다. 이천에 위치한 GS물류센터는 GS홈쇼핑의 ‘물류허브’ 기능을 담당한다. 저녁 9시 이전에 접수된 물품은 당일배송이 가능하다. GS홈쇼핑 이천물류센터는 2012년 9월 신관을 추가로 준공해 물류센터의 기능을 강화했다.
최근 ‘로켓배송’으로 택배업계를 긴장시킨 쿠팡 역시 물류센터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쿠팡은 경기, 인천, 대구 등 7개의 물류센터를 운용하고 있으며, 오는 2016년까지 전국 단위 9~10개로 물류센터를 확충할 예정이다.
이마트 역시 인터넷 모바일 쇼핑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6월 800억원을 들여 용인에 물류센터를 지었다. 이후 이마트몰 하루 주문 처리량은 기존 3500건에서 6000~700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당일 배송률도 26%에서 60%대로 증가했다. 이마트는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심야 및 새벽 배송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온라인 물류센터도 5곳을 더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자체 창고를 활용한 묶음 배송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소형 상품을 한 번에 대량 구매하는 모바일 구매 특성에 맞게 합포장, 익일배송 등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손질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물류기업들 역시 기존 물류센터와 물류터미널을 확장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한진과 현대로지스틱스는 SH와 합동으로 서울복합물류단지를 개장했다. 이곳 물류단지 1층은 층고가 10미터 이상으로 자동분류기가 설치돼 있어 일일 약 3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온라인을 활용한 유통·제조기업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류단지 내에는 40피트 컨테이너 운행할 수 있는 대형램프가 설치돼 있다. 모든 층은 접안 시설이 갖춰져 있어 단지 내 운행차량은 차종의 제한이 없다. 특히 이곳은 연면적 40만4347㎡, 지하2층, 지상4층 규모로 기존의 단순한 보관형 창고시설이 아닌, 업종별 특성에 맞춰 독립 운영 및 환적 분류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화물터미널, 집배송센터, 냉동·냉장 자동화 창고, 차량정비공장 및 지원시설 등을 집약화해 물류기능별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물류센터의 기능 ‘다변화’
물류센터의 기능도 다변화되고 있다. 락앤락은 최근 17만㎡ 규모의 안성물류센터를 개방해 기존 대비 최대 70%까지 가격을 낮췄다. 기존의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이에 따라 절감된 비용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에서다. 물류센터의 기능이 단순히 ‘보관’의 영역을 넘어 ‘판매’까지 확장된 셈이다.
환경친화적인 물류센터를 표방한 곳도 있다. 한살림 안성물류센터는 지하1층부터 지상4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눈에 띄는 부분은 옥상에 설치된 5200㎡ 규모의 햇빛발전소(태양광발전소)다. 이곳은 1300여명의 협동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금 13억원을 모아 건립된 곳으로 500kWp 용량의 발전량을 자랑한다. 이는 연간 2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탄소발생 263톤을 감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살림 측은 햇빛발전소의 건립과 운영과정을 통해 협동조합운동의 기반을 확산시키고 핵발전소를 줄이는데 기여해 재생가능한 대안에너지를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크리스패션은 물류센터에 RFID를 접목해 반품문제를 해결했다. 크리스패션은 의류전문 업체로 이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반품’문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평균 3개월에 한번씩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매장에서 판매되지 못한 상품은 다시 물류센터로 들어온다. 크리스패션은 지난 2012년 4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21개월간 정부 u-IT 확산사업에 선정돼 ‘창고-매장 간 고도화 RFID 협업 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바코드 스캔으로 처리할 때에 비해 FW(가을·겨울)상품은 9배, SS(봄·여름)상품은 16배의 효율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케어라벨이 구겨져도 인식할 수 있는 유연한 태그를 개발하는 등 RFID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천안시와 천안슈퍼마켓협동조합은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응하기 위해 ‘물류센터’의 규모를 키웠다. 이를 통해 기존 ‘생산자→영업본부→영업소→물류센터→소상공인’의 5단계로 진행되던 것에서 ‘영업본부’와 ‘영업소’를 제외시켜 3단계로 축소시켰다. 이 덕분에 중소상인들은 기존 대비 평균 1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런가 하면 천일정기화물자동차는 고객사를 위해 철저하게 맞춤식으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LCD 부품 조달 물류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품질수준에 맞춰 창고내부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있다. 또 주요 품목인 LCD부품 조달 물류 특성에 맞게 항온 항습 및 무진동 차량을 운행하고 있으며, 최적의 조달을 위한 특수 물류용기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단일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긴급 대응 운영 현황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고객사가 긴급발주를 할 경우 차량으로 30분 내에 부품을 전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위해 통합공동운송 네트워킹을 통한 우회도록 확보, 실시간 차량상황 체크, 사고발생시 즉각적 대응, 적재물 보험가입 5억, 대인상해보험 가입, 통합관제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아산물류센터는 자동수주관리(EDI)를 통해 삼성전자와 천일정기화물자동차의 시스템을 연결하고 있어 상호 업무에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다이소는 물류센터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1000호점 개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다이소는 1997년 1호점을 오픈한 뒤, 그야말로 고속성장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갑작스레 증가한 물량으로 인해 물류 운영이 원활하지 못했고, 상품이 늘어난 탓에 피킹 및 분류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위기에 처한 다이소는 물류센터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2010년부터 LG CNS의 컨설팅을 받아 2012년 허브센터 구축을 완료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서면에 위치한 다이소 허브센터는 대지 5만8611㎡, 연면적 10만5456㎡ 규모다. 이는 축구장 8배, 아파트 15층에 달하는 크기다. 일 출하상품은 10만 박스로 하루 2회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다이소 허브센터에 들어선 주요 설비는 ▲자동창고 ▲사이드 피킹 스테이션(Side Picking Station) ▲피킹 스테이션(Picking Staion) ▲신축 컨베이어 ▲피스 소터 ▲박스 소터 ▲RGV ▲자동 라벨 부착기 등이다. 다이소는 각종 첨단장비를 도입해 불필요한 동선은 제거하고 운영 효율은 극대화시켰다. 특히 기존에는 피킹 과정에서만 DPS를 적용하고, 그 이외는 수동이었으나, 이곳 물류센터는 입하→검수→입고→보관→피킹→분류→출하대기→출하 전 과정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적용됐다. 물류시스템의 혁신은 다이소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했다. 다이소는 물류센터의 확대로 대량구매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물류센터에 부는 ‘첨단화’ 바람
물류센터의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기존의 ‘창고’라는 이미지도 바뀌고 있다. 센터에 배치된 장비 역시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접목돼 생산성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 물류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은 하루 평균 24km를 걷는다. 여름철이면 센터 내부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는다. 아마존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7억7500만 달러를 들여 키바시스템(Kiva System)을 인수했다. 키바는 제어센터에서 명령이 떨어지면 원하는 상품을 넣은 선반으로 곧장 이동한 뒤, 선반 자체를 들어서 담당자가 있는 곳까지 운반한다. 아마존은 키바를 도입한 덕분에 작업 효율이 2~3배까지 높아졌으며, 비용은 20%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아마존 전체로 보면 4억5000만 달러에서 9억 달러에 달하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물류센터에 로봇을 배치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로봇개발회사인 ZMP는 THK·일본전자심포 등과 공동으로 ‘캐리로(CarriRo)’를 개발했다. 캐리로는 화물 운반에 사용되는 일반 손수레에 ZMP가 축적한 로봇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레고 블록과 같은 이미지로 디자인됐다. 이 로봇에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발신기를 장착한 직원이나 손수레의 뒤를 그대로 쫓아가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또한 파워 어시스트 기능을 통해 직원이 핸들을 누르면 손수레가 자동으로 전진하며 직원의 운반 부담을 덜어준다. 이 외에도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돼 일정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이 물류센터 자동화 및 첨단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R&D를 위해 투자하는 금액만도 수백 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이 개발한 더블류 내비게이터(W-Navigator)는 적재 중량에 따라 대차의 높낮이가 자동으로 조정돼 작업의 피로도를 최소화하고, 분배 위치 및 수량을 가시적으로 제공해 작업 효율을 향상시킨 시스템이다. 이 장비는 크로스 도킹 및 점별 분배 방식에 적합하다. 또 다른 시스템인 MPS는 RFID/USN 기반의 물류 정보 표시기를 활용해 출고·입고·반품 등 물류센터 내의 모든 작업을 지원하는 다목적 물류 지원 시스템이다. 각 상황별 서비스 모듈을 제공함으로써 현장 작업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편 영국에 소재한 글로벌 리서치 기업인 원터그린 리서치는 최근 ‘산업용 물류보고서(Industrial Logistics Robots Reports)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물류로봇이 연평균 10.1% 판매 성장을 기록하며 313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류로봇은 선적, 배송, 포장, 자재 핸들링 등 물류 산업 기자재 전반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로봇은 물류처리 자동화 시설의 확대로 인해 컨베이어 벨트 및 최종 물류 단계까지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차세대 물류 공정이 자동화 프로세스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러한 자동화 프로세스를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 역시 물류로봇이라는 점이다. 원터그린 리서치는 재화뿐만 아니라 서비스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을 적용한 자동화가 급진전되고 있어, 로봇을 통해 적시 물류가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정관념’ 벗어나야
아마존이 물류센터에 로봇을 도입해 생산성을 개선했던 것처럼, 국내 기업도 이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물류센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야 할 때다.
지난 2008년 슈베르트페거&클린커(Schwerdtfeger&Klinker)는 웨어러블 컴퓨팅과 이에 의한 증강현실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실험결과, 작업자가 증강현실 상황에서 데이터가 입력된 안경을 착용하고 물품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6초가량 소요됐다.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실험은 물류업계에 상당한 의미를 던져준다. 증강현실을 도입하면 물류센터 내에 위험요소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물품의 위치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직컨베이어 시스템(vertical carousel)에 대한 수요 역시 관련 기술의 증가로 인해 점차 지능화·고도화되는 추세다. 이 시스템은 자동화 소팅 및 피킹 기능을 갖춤으로써 물류창고의 신속한 주문 처리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수직컨베이어는 ▲상하 길이 연장을 통한 4500개의 소형 보관함 보유 ▲자동 소팅, 피킹 기능 및 주문 처리 시스템 연동 가능 ▲포장 시스템과 연계된 일체형 패키징 기능을 구현했다.
미국에서는 부지가 비싼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수직형 창고가 증가하는 움직임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주문에 대응하고 신속한 배송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다양한 제품의 보관 처리가 용이한 수직형 자동 보관·소팅 시스템이 인기몰이 중이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전통방식의 물류창고와 전자상거래 품목을 취급하는 별도의 창고를 두고 각각 운영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소팅기기들이 첨단화되면서 단일 물류창고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확대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물류센터의 기술 혁신 및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스마트 물류시대가 도래함으로 인해 물류장비 및 서비스의 연동이 가능한 기술표준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노후 물류시설 ‘리모델링’ 나서
정부도 물류센터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내 물류산업이 급속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통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도심 내 첨단·복합 물류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류·유통시설이 낙후돼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자상거래 활성화 ▲융복합을 통한 신사업 육성 ▲물류·유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내걸고 낙후된 물류시설을 도시형 물류단지로 리모델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첨단물류장비의 수요가 증가하는 흐름에 따라 물류기반 R&D 특화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물류로봇 등 국가물류 R&D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도시 물류 거점을 확충해 운송거리를 단축시켜 물류비용 절감 및 운송거리를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물류비 절감 금액은 연간 2000억원 수준이다.
정부는 우선 시범단지 약 5곳을 조속히 확정해 입지여건, 입주수요, 지역의견 등을 종합검토한다. 또한 도시첨단물류단지도입을 위한 관련법률이 개정되는 대로 관련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물류시설개발종합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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