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보증기구가 첫해 최대 1600억원의 재원으로 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정부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총 60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해 연내로 해운보증기구를 설립키로 확정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5일과 8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해운보증기구 재원 출자 계획을 확정했다.
당초 300억원으로 편성됐던 정부의 내년 해운보증기구 지원 예산도 국회에서 500억원으로 증액됐다.
지난 8~9월만 하더라도 자본금 규모는 당초 기대와 달리 크게 축소돼 해운보증기구 설립에 대한 우려와 실망이 고조됐다.
정부 예산이 목표치보다 200억원 적은 300억원만 반영되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정부 예산 수준에서 출자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300억원은 보증보험의 최소 설립자본금에 불과해 해운업계에선 해운보증기구가 설립 후 제대로 운영되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산시와 지역정가, 해운업계는 목표 재원 마련을 촉구했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지난 10월3일 수출입은행장, 산업은행장과 만나 해운보증기구의 정상적 설립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출자를 요구했다.
부산 출신 정의화 김무성 김정훈 김도읍 의원들도 기획재정부 부총리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설득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예산지원 규모와 별도로 홍기택 산업은행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충분한 금액을 자체 출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선 정무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치는 동안 야당에서 삭감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을 통해 야당의 협조를 구함으로써 증액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국해양보증으로 명칭 바뀌어
산은과 수은은 이날(10일) 600억원을 우선 출자해 예비인가를 받은 뒤 보험법상 주식회사 형태로 자회사 ‘한국해양보증’을 연내에 설립하겠다는 내용의 예비설립 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지원 대상을 해운을 비롯해 해양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 해운보증기구 명칭을 처음 정했던 한국해운보증에서 한국해양보증으로 바꾸었다.
한국해양보증은 내년 3~4월까지 IT 시스템 구축, 인력 채용, 보험업 본인가 등을 마치고 늦어도 5월에는 운영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정부 예산은 법인 설립 후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해운사 지원은 전체 선가의 10%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1000억원짜리 선박을 구입하면서 선가의 80%를 선순위 금융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20%를 자담으로 충당할 경우 해운보증기구는 자담분에 해당하는 100억원(10%)을 보증을 통해 후순위 금융으로 지원하는 식이다. 보증을 거치기에 후순위 대출이라 하더라도 금리를 선순위 수준까지 낮출 수 있어 선사들은 이자 부담을 크게 덜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해양보증의 초대 사장과 부사장엔 현재 산업은행 한국해운보증설립추진단을 이끌고 있는 최재홍 단장과 수출입은행 해운보증기구 설립준비반장인 황훈하 부장이 각각 내정됐다. 감사와 사외이사는 외부에서 영입될 것으로 보인다.
사무실은 부산시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마련될 예정이다. BIFC엔 지난 9월 문을 연 해양금융종합센터도 입주해 있다.
이로써 해운보증기구의 첫 해 출자금은 당초 목표했던 1500억원을 넘어 최대 1600억원까지 바라보게 됐다. 정부측 출자금은 목표했던 1000억원을 초과달성했다.
금융위는 앞서 해운보증기구의 자본금 규모를 5500억원으로 확정했다. 정부에서 49%인 2700억원, 민간에서 51%인 2800억원을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출자한다는 내용이다. 내년 출자 규모는 정부 1000억원 민간 500억원 등으로 계획됐다.
남은 것은 이제 민간 몫인 500억원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한국선주협회에서 선사들과 만나 해운보증기구에 대한 출자방법과 출자규모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선사들은 2019년까지 톤세제 연장이 확정된 만큼 톤세제를 통해 혜택을 본 법인세 절감액 중 일부를 출자하는 데 합의했다. 선주협회는 조만간 세부 출자방식을 확정해 회원사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해운보증기구측은 제3의 투자자 유치도 검토 중이다. 해운․조선경기가 좋지 않아 해당 산업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해양보증 관계자는 “최근 해운과 조선기업과 협의하고 있지만 두 산업의 시황이 안 좋아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운보증기구 설립으로) 해양산업이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연기금이나 해양산업, 해운 연관 산업까지 대상을 넓혀 투자자를 찾는다는 복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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