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동항로는 전달과 큰 차이없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물동량이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11월 중순 이후 다시 물량이 빠졌다. 선사들은 지난 11월1일부로 운임인상(GRI)을 실시하며 모처럼 반등의 기회를 가졌지만, 11월 중순 이후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올해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던 GRI가 반영된 이유는 물동량 증가 외에도 선사들이 순차적으로 휴항을 실시하면서 선복량은 줄었기 때문이다. 소석률(화물적재율)은 약 85%로 10월과 비교해 7~8%p 늘어났다.
중동항로 취항 선사들은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운임 방어를 위해 12월 GRI를 계획하고 있지만 부과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A선사 측은 “내년 1분기까지 운임이 현 상태 유지만 해도 성공적”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10월까지 중동항로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약 10% 증가했지만 운임은 살짝 낮은 수준이다. 11월 말 기준으로 이란 부세르항의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약 2,050달러 부과되고 있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두바이·담맘항 운임은 TEU당 850달러, 제다항은 TEU당 1,200달러 가량 형성돼 있다.
중동항로의 내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큰 원인은 이란과 주요 6개국이 내년 6월30일까지 협상 타결시한을 재연장했기 때문이다. 대이란 제재가 완화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해상무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인 IS의 세력 확산 등 중동 정세의 불안을 들 수 있다.
세 번째는 유럽과 북미항로에서 대형 얼라이언스의 각축전이 예고됨에 따라 기존 이들 항로에 투입됐던 컨테이너선이 중동항로로 캐스캐이딩(전환배치)돼 선복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오일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만협력협의회(GCC) 국가가 재정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중동항로 시황 반등의 기대는 좀더 미뤄지게 됐다. 올해 하반기 중동 수출의 효자노릇을 했던 프로젝트 관련 물동량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재정 부족으로 프로젝트 발주가 연기되거나 대폭 축소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들 물동량은 내년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UAE의 해운관련 산업 육성은 중동항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UAE 정부는 산업다각화 정책에 따라 해상 운송을 비롯해 각종 관련 산업을 장려하고 있다. 두바이의 경우 두바이 마리타임시티 건설을 통해 해운관련 모든 기반시설을 한 곳에서 제공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또 제벨알리항 확장을 통해 세계 최고의 반자동 항만시설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기의 자동 선박크레인과 50기의 레일고정식 갠트리 크레인(RMGC)을 보유한 제3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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