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4000TEU에 이르는 초대형선단을 확보한 우리나라 HMM이 전 세계에서 평균 선형이 가장 큰 컨테이너선사로 조사됐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9월 현재 HMM은 78척 86만8000TEU의 컨테이너선박을 운항함으로써 세계 컨터이너선사 순위 8위에 올라 있다. 아울러 수송능력을 척수로 나눈 평균 선형은 1만1100TEU로, 전 세계 선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컨테이너선 평균 크기가 1만TEU를 넘어서는 건 HMM이 유일하다. 2위를 기록한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보다 무려 40% 이상 큰 규모다.
HMM의 1만TEU급 이상 선단은 이달 인도되는 1척을 포함해 총 52척이다. 2만4000TEU급 12척, 1만6000TEU급 8척, 1만3000TEU급 22척, 1만TEU급 8척, 1만1000TEU급 2척 등이다. 척수 기준으로 전체 선단의 67%가 초대형선이다.
HMM은 지난 2020년 4월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000TEU급 <에이치엠엠알헤시라스>(HMM ALGECIRAS)호를 인도받은 뒤 동형선 12척, 1만6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 선박을 도입하면서 단기간에 선단 규모를 대폭 증강했다. 이 회사 전체 선복량의 절반가량이 2년 새 확충됐다.
초대형선이 인도될 무렵 때마침 코로나발 사상 초유의 해운 호황이 찾아오면서 지난 10년간의 극심한 부진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었다.
연내 1만3000TEU급 선박 모두 인도
HMM은 이후에도 대형선 신조에 적극 나서고 있어 평균 선형 1위 선사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표 선사는 2021년 6월 1만3000TEU급 선박 12척, 지난해 2월 메탄올을 연료로 때는 9000TEU급 선박 9척을 각각 발주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서 절반씩 나눠서 짓고 있는 1만3000TEU급 선단은 12척 전량이 연내 인도된다. 한화오션은 마지막 선박인 <에이치엠엠오팔>(HMM OPAL)호를 이달 중으로 완공할 예정이다. HMM은 1만3000TEU급 선형을 한국선급(KR)에 단독 입급하면서 해외 선급에 검사 업무를 함께 맡기는 이중 선급 논란을 불식시켰다.
9000TEU급 선단은 현재 현대삼호중공업에서 7척, HJ중공업에서 2척을 건조를 맡았다. 내년 4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첫 선박을 선보일 예정이다. HMM은 이에 더해 2030년까지 150만TEU 이상으로 선복을 늘리는 내용의 중장기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선복량 기준 10대 컨테이너선사들이 평균 선형 순위에서도 10위권에 포진했다. 2위부터 6위권은 평균 선형이 7000TEU대인 선사들로 구성됐다. 2위 일본 원은 7900TEU, 3위 대만 에버그린은 7700TEU, 4위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7600TEU, 5위 대만 양밍해운은 7400TEU, 6위 스위스 MSC는 7100TEU로 집계됐다.
이어 7위 중국 코스코는 6400TEU, 8위 덴마크 머스크는 6100TEU, 9위 프랑스 CMA CGM은 5800TEU, 10위 이스라엘 짐라인은 5700TEU였다.
이 가운데 짐라인은 지난해 같은 달 4400TEU에서 무려 29%가량 평균 선형을 키워 1년 새 선단을 가장 빠르게 대형화한 선사로 자리매김했다. 척수는 1척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올해 4월까지 1만5000TEU급 네오파나막스 선박 10척을 극동-미 동안 노선인 ZCP에 투입하면서 전체 선박 크기를 늘렸다.
HMM을 제외한 국적선사들의 평균 선형을 보면, SM상선 4700TEU, 고려해운 2400TEU, 장금상선 1500TEU, 남성해운 1200TEU, 팬오션 1100TEU, 천경해운·범주해운 1000TEU 순이다.
SM상선은 전체 선복량은 13척 6만1500TEU로, 고려해운(65척 15만9200TEU) 장금상선(77척 12만1800TEU)에 뒤지지만 중대형선 비중이 매우 높아 평균 크기에서 두 선사를 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6600TEU급 선박 6척, 4000TEU급 선박 4척 등으로 파나막스급 이상 선박이 전체 선박 척수의 80%에 육박한다.
전 세계 컨테이너 전용선단의 평균 크기는 4800TEU로, 1년 전 4650TEU에서 3% 확대됐다.
(해사물류통계 ‘세계 컨테이너선사 평균 선형 순위 톱10’ 참조)
1.8만TEU급 94% 유럽항로 운항
알파라이너는 컨테이너선사들의 사업 방식이 선박 크기를 결정 짓는 주요 요소라고 분석했다.
평균 선형 세계 1위인 HMM은 운항 선복량의 78%를 유럽항로 또는 북미항로에 투입하는 등 동서 기간항로 중심으로 컨테이너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같은 아시아 선사 중 에버그린은 69%, 원은 66%, 양밍은 75%의 선박을 기간항로에 대고 있다.
이와 비교해 MSC나 CMA CGM, 머스크 등 유럽권 선사들은 기간항로뿐 아니라 아시아나 유럽 등의 역내 피더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운영해 중소형선 보유량이 많다는 분석이다. 코스코는 아시아 선사지만 역내항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노선별 선박 크기를 보면 알파라이너의 분석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평균 선형이 가장 큰 시장은 극동-유럽항로로, 무려 1만4600TEU에 이른다. 알파라이너는 1만8000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의 94%가 유럽항로를 운항한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 극동-북유럽항로 1만5600TEU, 극동-지중해항로 1만3300TEU 정도다.
이어 극동-미 동안 노선이 1만1000TEU, 극동-중남미 동안 노선이 1만500TEU로, 평균 선형이 1만TEU를 웃도는 항로에 포함됐다. 이와 비교해 비교적 단거리인 극동-미 서안 항로의 선박 크기는 평균 9000TEU로, 1만TEU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 밖에 극동-남미 서안항로가 8000TEU, 극동-중동항로가 7500TEU 순으로 나타났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