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물류표준화의 회고
필자가 물류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물류표준화 부분이다. 태평양은 지난 81년 국내 최초로 회사 물류표준화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고, 파렛트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했다. 물류표준화를 통해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또 수작업에서 기계화 자동화로 이어지고 인력절감도 획기적으로 진행된다.
필자는 1992년 4월에 공업진흥청(현 기술표준원) 산업표준 심의위원 물류부 부회장으로 위촉돼 무려 13년을 연임했다. 아마 우리나라 역사에도 전무후무 한 일이다. 그렇게 했음에도 우리나라의 물류표준화는 미진한 부분이 많고 ISO 규격 부합화도 실무면에 문제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필자의 물류 과거사에도 가장 아쉽고 불만스러운 부분이다.
물류표준화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유럽의 다양한 나라도 시찰하고 많은 자료도 수집하게 됐다. 1994년 12월에는 대한상공회의소와 ‘물류표준화 가이드’를 제작했고, 1998년 3월에는 교통부와 함께 ‘물류표준화 실천매뉴얼’과 ‘물류표준화로 물류비를 절감합시다’를 제작해 인쇄·배포 했다. 그리고 물류표준화 요령에 대한 많은 논문과 안내를 신문 또는 월간지에 수록했고 교재도 발간, 배포했다.
(1) 물류표준화의 시동
우리나라의 물류표준화는 생각보다 상당히 일찍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70년대 초반에 일관수송용 파렛트 규격이 KS로 정해졌고 KS규격 중에 물류규격이 대체적으로 선진국 못지않게 양적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보급은 극히 부진한 상태였다.
필자는 1980년 6월1일에 태평양의 영업관리부장에서 물류부장으로 전보된 뒤, 물류부장으로서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될지 막막했다.
당시만 해도 상품재고가 들쑥날쑥해 남는 상품은 엄청나게 남고 수량이 부족한 상품도 많았다. 또한 입출고는 물론이고 자동차의 상하차도 입출고반 사람의 힘에 따라 행해졌다. 때마침 해외 출장기회가 주어져 외국의 물류관리 현황을 견학할 기회가 생겨 일본의 시세이토 물류실에서 2개월 정도의 현장공부를 했다.
이때 우선 규격의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만이 사람의 힘에 의해서 행하는 작업을 탈피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영업부와 생산부서의 반대를 무릅쓰고 KSA2155규격인 1100X1100mm 파렛트에 의한 표준화작업을 착수해 81년 초부터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해 가을 80%정도의 작업이 끝나갈 무렵, 국내 최초로 대구시 비산7동 염색공단 외곽에 자동창고를 건립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전국 각지의 수송을 파렛트 수송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은 전국 각 지역의 입출고반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이 반기는 모습이었다. 내 인생에 지워지지 않는 한 역사의 순간이었다.
첫째,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 없어졌고 기계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한편으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회사 내에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인력감축에 대한 소문이었다. 표준화작업이 1차적으로 끝나고 82년 첫해 전국의 입출고반 인원이 90%정도 잉여 이원으로 생겼다. 물류비는 약 2억5천만원 정도 절약됐다. 표준화의 위력은 대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감원은 일절하지 않고 타직으로 전직배치했다. 이 자동창고의 소문은 각지에 퍼져 각 군부대와 기업에서 견학자가 밀려오곤 했다. 또 MBC문화방송에서도 수차 방송이 됐다.
이어서 한독약품, 화이자 등 제약회사가 표준화 작업에 돌입했다. 그 후 80년대 후반으로 진입하면서 공업진흥청에서 본격적인 물류부분 KS규격정비가 착수됐고 물류부문 KS규격심의가 한국디자인개발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당시 물류부회장으로 서울대 신동소씨가 역임했고, 그 후 93년에 필자가 후임으로 이 자리를 맡게 됐다. 이때 물류표준화발전에 공이 컸던 분으로는 현 국립품질기술원에 재직하고 있는 백흠길 과장(당시 사무관)일 것이다. 또 현재까지 물류표준화 사업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분은 순천향대학의 윤문규 교수, 포장기술연구소의 김영호 소장, 한국 파렛트풀의 서병륜 회장, 경제개발연구소의 전만술 박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류 표준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 것은 1993년 건교부가 화물유통합리화를 위한 화물표준화 기본연구와 1994년 KS물류규격이 정비되면서 부터다. 당시 2백여 종이었던 물류규격은 2백70여 종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양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보급은 저개발국가 수준이었다. 이어서 1995년 유닛로드시스템 통칙(KSA 1638)이 제정돼 규격정비는 완전히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하게 됐다. 보급확대는 현재 건교부와 기술표준원,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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