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우수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 인증제가 도입된다. 정부는 수출입화물의 수송 정보를 체계적으로 화주에게 제공하고 서비스 향상, 국제물류네트워크 시설 확충 등에 기여하는 포워더에게 우수 포워더 인증서를 수여키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21일 한국국제물류협회(KIFFA)와 ‘우수 국제물류주선업체 인증제 심사업무 대행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협회에 우수 포워더 선정 심사업무를 맡겼다. 협회 내부에는 담당조직인 인증센터가 설치되고 인증심사위원회가 구성됐다. 우수 포워더 인증제는 제 3자물류 매출액 비율이 50% 이상이고, 선하증권(B/L) 및 항공화물운송장(AWB)이 연간 3천건 이상, 거래국가가 연간 5개국 이상인 포워더만이 신청할 수 있다.
포워더는 협회에 설치된 우수 포워더 인증센터에 신청서를 접수하고 서류 및 현장심사를 거쳐 인증위원회에 심사결과가 통과되면 인증서를 교부받게 된다. 정부는 7월 말까지 신청서를 접수받아 1, 2차 서류 현장심사를 거쳐 9월 말 첫 우수 포워더를 선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물류업계에는 종합물류기업인증제, 우수화물운수업체인증제, 우수물류창고인증제 등 여러 인증제가 도입됐지만 정작 물류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물류주선업에 대한 인증제는 없었다. 대부분 화주와 선사, 육상운송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제도만이 도입된 터였다.
우수 포워더 인증 화주 신뢰 up
정부가 올해부터 우수 국제물류업체 인증을 도입키로 하면서 정부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국제물류업계도 관심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동안 수천 곳의 포워더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화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들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이번 우수 포워더 인증제 시행으로 정부의 인증을 받는 포워더들은 화주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제물류주선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했다”며 “자체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킬 필요성이 제기 되면서 이번 인증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수 포워더 인증제 도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그리 밝지 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구색 맞추기성 인증제 도입이라는 쓴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013년 국토교통부가 ‘우수물류창고업체 인증제’를 도입하면서 국제물류주선업에서도 인증제를 만들어 물류산업의 형평성을 맞춘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통합물류협회에서 우수물류창고 인증제를 시행하자 정부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국제물류협회에서도 우수 포워더 인증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제물류업계에서 필요한 인증제라기보다는 다른 인증제들과 마찬가지로 정작 비용과 시간만 들여 인증을 따놓고도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측은 우수 물류창고업체 인증과 우수 포워더 인증은 서로 다른 법을 기본으로 도입한 인증제이기 때문에 한쪽이 인증제를 도입했다고 따라 도입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증제 도입에도 포워더 여전히 소외”
국토부 관계자는 “우수 물류창고업체 인증제도는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화주에 대한 서비스 향상에 기여한 물류창고업자를 우수 업체로 인증하는 제도이고, 물류기본법을 기본으로 한 우수 포워더 인증제와 다른 취지로 도입한 것”이라며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우수 포워더 인증제에 대한 뚜렷한 지원이나 혜택이 있지 않다는 점도 도입을 반기지 않는 이유다. 여기에 우수 포워더 인증제가 시작되면 인증을 받지 않는 업체가 상대적으로 이미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물류시설에 대해 지원을 해왔지만 포워더 등의 비자산형 기업들은 정부지원에서 여전히 소외돼 왔다.
물류정책기본법상에도 국제물류주선업자에게 사업에 필요한 소요자금의 융자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지만 국제물류주선업에 대한 정부 예산은 전무한 실정이다.
우수 포워더 인증을 받은 기업에 대한 혜택도 정부가 인증한 마크를 쓸 수 있다는 점 외에는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포워더는 하드웨어적인 시설이 없어 정부에서 필요한 경우 우선권 부여 등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며 “다만 정부에서 조성하는 물류단지 입주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 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전적인 직접지원은 현실적인 예산확보가 없어 어렵고 물류단지 우선 입주권에 대해서도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인증제 홍수’ 업계 불만
한편으로는 넘쳐나는 인증제로 인해 제도 도입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형태의 인증제도가 도입됐지만 초반에만 관심을 끌었을 뿐 본래 취지를 잃어버린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2006년 물류업계의 높은 관심 속에서 시행된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는 당초 계획보다 후퇴한 지원으로 매력을 잃었다. 이후 정부는 2008년 ‘우수화물운수업체인증제’(화물운수 인증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물류업계에 도입했다.
화물운수기업들의 서비스 수준과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킨다는 취지였다. 이후 수출입안전관리우수공인업체인증제(AEO), 우수물류창고인증제, 직접운송 의무제와 관련 있는 화물정보망인증제, ISO28000을 국내 실정에 맞춘 물류보안경영시스템인증제 등 물류관련 인증제도는 홍수를 이뤘다.
기업들은 이를 두고 정부가 물류산업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증제를 도입한다지만 실상 중복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인증제 취득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선 비용과 인력 투자가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한다. 포워더 업계는 물류업계에 인증제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우수 포워더 인증제가 시행되면 인증제에 대한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2012년 물류업계에 인증제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AEO 인증제 역시 도입 후 몇 년이 흐르자 제도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이 팽배해진 상태다. 국내에서 2009년 4월부터 시행 된 AEO제도는 거래처인 수출입업체들이 AEO 인증을 받거나, AEO 인증을 요구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물류업체들 사이에서도 AEO 인증 붐이 일기도 했다.
덕분에 2011년 3월 기준 111개 부문에 총 73개의 AEO 인증을 받았던 수출입·물류업체는 2014년 6월 기준 578곳으로 대폭 늘었다.
AEO 인증을 받기 위해 물류업체들은 평균 3천만~4천만원의 컨설팅을 받으며 회사 내에 TF(태스크 포스)를 꾸리는 등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국제물류협회에 등록된 포워더 중 88%가 자본금이 5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인증 비용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포워더들은 복잡한 절차와 비용부담에도 불구하고 AEO를 신청했지만 정작 돌아오는 혜택은 딱히 없다고 답한다. 오히려 관세청에 협조하면서 외국환거래 상계처리 조사로 영업만 방해됐다는 곳도 많았다.
2년 준비 끝에 AEO 인증을 받은 한 중견 포워더 관계자는 “힘들게 AEO를 인증 받았는데, 오히려 최근 외국환거래법 상계처리 조사에 AEO 인증 기업이 모두 조사를 받으면서 인증을 받고 오히려 후회했다”고 말했다.
앞서 도입된 인증제들이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오히려 회사경영에 방해요소가 되자 도입을 앞두고 있는 인증제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증제에 대한 업계의 부정적인 인식은 지난달 25일 열렸던 ‘우수 국제물류주선업체 인증 관련 설명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날 설명회에는 인증제에 관심이 높은 포워더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질의가 쇄도했다.
질문 내용은 인증제에 대한 비용부담과 인증제 남용에 대한 지적, 다른 인증제와의 차이 등이 주를 이뤘다. 그동안 국제물류업계가 실효성보다는 떠밀려 받아왔던 인증제에 대한 거부감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불신되는 인증제에 대한 불씨를 다시 살리고 업계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업계는 우수 포워더 인증 도입이 우수한 국제물류업체들이 인증을 받고 이로 인해 더 나아가서는 또 다른 정부의 지원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마크로 인증만 하고 관심을 접을 것이 아니라 국제물류주선업계도 끌어안고 물류산업 발전의 한 축으로 바라봐 주길 요구하고 있는 것. 인증제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겹치지 않고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는 인증제를 만들어 물류산업의 밑거름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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