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선사와 항만하역사간 ‘뜨거운 감자’였던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가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가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컨테이너 하역요금 체계개편이 나오지 않은 현실에서 뚜껑을 열어보고 평가를 내리겠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그 현주소를 조명해 본다.
실질적인 인가 요율은 내년 3월 반영
컨테이너 하역요금 인가제 전환을 위한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3월24일 공포되며 9월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박민식, 정의화, 김무성, 이진복, 김도읍, 서병수, 이헌승 의원 등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 법률안은 현행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는 컨테이너 전용부두에서 취급하는 컨테이너 화물 하역운임을 인가제로 환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운임 등과 관련해 필요하면 항만운송사업자에게 보고 또는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가제 요금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개정법은 6개월 후에 발효돼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컨테이너 하역료가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바뀐다.
오는 9월에 시행 예정인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는 현행요금을 유지하다 내년 3월에 적용될 것으로 의견이 쏠리고 있다. 해수부는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시행과 관련한 용역업체 모집을 지난 16일에 마무리지었다. 이번에 선정된 업체는 착수일로부터 10개월의 용역기간을 거쳐 컨테이너 하역료 체제를 개편한다.
개편된 운영방안은 내년 3월에 적용될 예정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연구용역의 주요 내용은 ▲ 현황조사 및 문제점 분석 ▲ 하역원가분석 ▲ 인가 기준요금 검토 ▲ 인가제 운영방안 마련 등을 토대로 하고 있다.
용역업체는 컨테이너 하역원가 분석결과 및 항만별 현황을 고려한 기준요금을 분석할 계획이다. 또한 컨테이너 부두의 적정하역능력, 부두 임대료 등 항만별 여건을 고려한 컨테이너 하역원가의 조사도 이뤄질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늦어도 7월까지 용역업체가 선정될 것”이라고 밝히며 “하역료 인가제를 토대로 표준요금을 정하는 업무를 용역업체가 진행한 후 순차적으로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원가분석없이 어느 항만부터 바로 인가제를 적용시키기는 무리다. 지역별로 할지 항만별로 달리할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업계의 의견수렴도 필요해 상당 기간의 용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산항, 인가제 시행 앞두고 ‘동상이몽’
부산 북항과 신항은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도입을 앞두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가제를 통한 하역료 인상은 필요하지만 자칫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의 균형적인 하역료 인가제 산정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최근 부산 북항의 평균 컨테이너 하역료는 3~4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북항의 하역료는 2010년 들어 물동량 감소와 더불어 하락세를 띠고 있다.
부산 북항 항만하역사 관계자는 “북항을 살려야겠다는 취지하에 임대료 감면과 부두운영사 통합 등의 해결책을 보였지만 아직도 답이 안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가제 시행으로 현재보다 요율을 더 높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부산 북항 하역사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 신항 관계자는 “하역료 인가제 실현은 -100만원을 손해보는 것에서 -80만원을 손해보는 것”이라며 “무리한 시설개발로 인해 적자 폭이 커 북항도 어렵지만 신항도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10년전엔 오히려 하역료가 두 배 정도 높았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도 더 낮은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토로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항만시설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다른 국가보다 더 싼 하역료를 받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 실제로 중국 가오슝항과 싱가포르항은 부산 북항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7만원대의 하역료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인가제 시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항만하역사도 있다. 부산 신항 항만하역사 관계자는 “신항의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하역료가 차츰 안정되면서 운영이 이제야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하역료 인상은 선사들의 기항지 변경 등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가제를 시행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부산 신항과 북항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균형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신항은 지난 2006년에 개장했다. 당시 일부 부두운영사들은 공격적인 물량유치에 나서기 위해 턱없는 하역료로 물량을 처리했다. 하지만 최근 부산 신항의 일부 터미널은 예전에 비해 차츰 하역료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부산 신항의 컨테이너 하역료는 북항보다 높은 평균 6~7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 하역료 요금제도는 1999년 6월 규제완화와 자율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됐다. 신고제 전환 후 부산 신항 건설과 화물유치 과당경쟁으로 하역료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선사 및 대형화주들은 강력한 교섭력 및 부산항의 왜곡된 시장구조를 이용, 전세계적으로 전례없는 하역료 공개입찰 등 하역료의 인하경쟁을 촉발했다. 부산항의 평균 컨테이너 하역료는 2000년 10만원대에서 2008년엔 6만원대, 2012년엔 4만5천원으로 추락했다.
특히 부산항 북항의 경우 신항으로의 급속한 물량 이전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하역료가 TEU당 4만5천원 내외로 급락, 평균비용을 하회했다. 마찬가지로 2008~2012년 5년간 부산항 북항 운영사들은 369억원의 영업손실과 2522억원의 당기손실이 발생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북항 ‘컨’부두 운영사들은 하역단가의 지속적인 하락 및 수익성 악화방지를 위해 임금과 제반 경상비 동결 운영, 인력 구조조정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나 경영수지 악화 극복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봉착했다.
“선사·항만하역사 공생가능 방안 도출돼야”
“터미널 살자고 선사가 적자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업계 관계자의 넋두리다.
선사와 항만하역사 등 업계 모두 공생할 수 있는 최상의 답안이 도출된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가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 의원입법이 공포되기에 앞서 지난 2월 한국선주협회는 ‘인가제 전환 관련 건의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선사들은 인가제 시행으로 인한 비용증가를 우려해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 전환은 선사들에게 달갑지 않다. 이는 곧 새로운 비용부담으로 작용해 선사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 북항을 취항하는 선사들은 하역료 인가제전환이 국적 중소형선사에 큰 타격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북항을 기항하는 선사관계자는 “인가제로 전환되더라도 물가인상율을 고려해 하역요율이 단계적으로 오르는 선에서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항만물류협회와 한국선주협회는 항만하역업과 해운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2018년 6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인가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에 합의서에 서명해 갈등은 일단락됐다. 부산 신항 항만하역사 관계자는 “인가제 적용대상과 요율 등이 구체화 된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히 판단할 수 없겠지만, 선사와 항만하역사가 장기적으로 공생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역료 인가제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실효성의 진위가 가려질 것이라고 항만하역업계는 입을 모았다. 부산 북항 하역사 관계자는 “북항에 한시적으로 인가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현재 어떠한 방향으로 인가제가 실행될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소문만 무성한 하역료 인가제 시행보다는 부산항,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모든 항만이 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인가제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답했다.
인가제를 통해 하역료가 오를 경우 국내 주요 항만의 물동량 이전 현상은 막아야 할 부분이다. 특히 광양항의 하역료는 3만원~3만5천원 수준으로 국내외 주요 항만 중에서 가장 낮다. 2004년 4만5천원대였던 광양항의 평균 하역단가는 2010년 들어 연평균 3.5% 내외로 감소하며 3만원대로 감소했다.
업계는 광양항의 낮은 하역료가 선사들에게 이점으로 작용했지만 하역료가 오를 경우 일부 선사들이 다른 항으로 기항할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양항의 입지여건이 좋은 것 보다는 싼 하역료가 선사들에게 장점으로 작용해 기항을 했지만 오를 경우 물동량이 이탈할 수 있어 알맞은 가격이 정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자부두와 재정부두의 인가제 도입도 해수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전국에 민자사업으로 운영 중인 항만은 14개에 달하며 그 중 부산 신항의 민자부두는 부산신항만(PNC)과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이다.
민간투자사업법에 따라 건설된 민간부두의 경우 투자조건으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이 있다. 이들 터미널은 수익보장을 위해 하역료 인가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가제는 재정부두에 한할 수밖에 없고, 민자부두는 기존 신고제를 유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예측이 전제되지 않은 인가제 시행은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어 제기된 문제점들을 보완한 상태에서 컨테이너 하역료 인가제가 출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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