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5 10:12

커버스토리/(주)유엘에스 이현호 사장

화주·직원과 쌓아온 신뢰로 20돌을 맞았습니다
신뢰 중심 회사 경영으로 지속 성장 일궈
신시장 개척 등 제 2창업 선언

 

콘솔리데이션(화물혼재) 시장은 유난히 부침이 많은 곳이다. 시장 환경이 열악한 탓에 소위 ‘잘 나가던’ 콘솔업체들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일쑤다. 그런 의미에서 유엘에스(ULS)의 창립 20주년은 주목 받을 만하다. 지난 1994년 5월25일 창립한 유엘에스는 거친 콘솔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견실한 발전을 일구며 어느덧 약관의 나이를 맞았다.

유엘에스 이현호 사장은 창립 20돌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회사 성장의 원동력으로 ‘신뢰 경영’을 꼽았다. 고객과 구축한 탄탄한 신뢰 관계가 운임 ‘한두 푼’에도 거래처를 쉽게 옮기는 콘솔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신뢰를 우선한 경영방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화물 압류 위기에 처한 화주를 대신해 운송비 전액을 대납한 일화를 소개했다. 또 창립 멤버 전원이 지금까지 함께 근무할 만큼 직원들과의 끈끈한 유대도 회사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자물류기업들의 무분별한 시장 잠식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공정 경쟁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결국 물류산업의 고유 영역이 무너지게 되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현호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유엘에스의 창립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유엘에스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유엘에스는 아시다시피 콘솔서비스가 주력인 국제물류기업입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를 연결하는 물류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해외 유수의 글로벌 물류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처음부터 콘솔시장에 주력한 건 아니었어요. 창립 초창기엔  대부분의 포워더가 그렇듯 하우스포워딩 방식의 영업을 시작했어요. 몇몇 화주들과 거래를 하다 사업시스템을 바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콘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지난 1995년 한일간 콘솔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현재 35개항에서 콘솔서비스를 진행할 만큼 저희 회사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어요.

2000년대 들어선 싱가포르를 허브항으로 콘솔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이후 유럽과 중동 호주 뉴질랜드 시장에 진출했으며 중남미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 명실 공히 월드와이드 콘솔서비스업체로 발돋움했습니다. 지난해엔 인천항만공사로부터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인천항을 거점으로 물류사업을 확대한 공을 인정받은 거죠. 착실히 한걸음 한걸음 사업을 확대해 나가다 보니 어느덧 20주년을 맞게 됐습니다.

Q 콘솔 서비스가 생소한 독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간단한 설명 부탁 드립니다.

콘솔이란 하나의 컨테이너를 이루지 못하는 소량화물(LCL화물)들을 모아 컨테이너 단위(Unit)화해 운송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콘솔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우선 초창기 때 많이 했던 바이어스콘솔이 있습니다. 수입업자 중심으로 한국에서 수출업체 물동량을 한꺼번에 모아서 보내주는 운송 방식입니다. 반대 개념이 쉬퍼스 콘솔입니다. 한 수출자가 여러 수입자한테 수출할 때 쓰이던 방식인데 의미가 없어서 현재는 서비스가 안 되고 있습니다. 화물 인도시기나 도착지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포워더스콘솔이 있어요. 현재 콘솔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서비스죠. 한 콘솔업체가 다수의 포워더로부터 소량화물을 집화, 혼재해 다수의 수입업자에게 수송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NVOCC(무선박운송인), 콘솔리데이터가 하고 있는 물류서비스가 바로 이 형태예요. 포워더의 독자적인 고유 영역이 바로 콘솔이 아닐까 싶어요. 바이어스 콘솔도 수입자 입장에선 이중비용이 들기 때문에 점차 사라지게 됐습니다.

Q 유엘에스가 20년이란 긴 시간을 이어온 비결이 있다면?

저희만의 비결이 특별히 있는 건 아니고 하나하나 쌓여온 신뢰가 가장 큰 무기가 된 것 같습니다. 창립 당시와 비교해 국제물류시장 환경은 큰 변화를 겪었어요. 20년 전엔 선사들이 직접 영업하는 시장이었습니다. 당시엔 포워더들이 영업할 수 있는 틈이 전혀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포워더들이 주도하고 있어요. 99%의 물동량이 포워더를 거쳐서 움직여요. 포워딩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 계열 2자물류 업체들도 포워딩사업에 뛰어들었고요. 마찬가지로 소프트한 부분들, 즉 영업방법이나 스타일도 정말 많이 변했어요.

이 같이 물류시장이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거래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고객들이 믿을 수 있는 물류회사를 쓰는 거죠. 저희는 신뢰란 부분에 대해선 어느 누구보다 잘 만들고 잘 지키지 않았나 생각해요. 20년 동안 물류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바로 신뢰니까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거래했던 고객들이 아직까지 저희와  거래하고 있어요. (물류의) 제반 환경이 바뀌면서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죠. 여러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신뢰프로세스가 주효했던 것 같아요. 1달러에도 수시로 거래처를 바꾸는 포워딩시장에서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신뢰는 비단 고객과의 신뢰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직원들과의 약속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경영자들이 ‘뭐해 줄게’ 하고 약속들은 하지만 실천을 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직원들에게 지분을 주면서 그들이 성장해서 또 다른 유엘에스를 경영하도록 지원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포워딩업계의 인력 이동이 굉장히 심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희는 창립할 때 참여했던 직원 4명이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어요. 저희 회사는 신규 사업을 벌일 때 외부에서 인력을 영입하지 않아요. 일본지역 콘솔을 시작할 때 신입사원을 뽑아 교육과 훈련을 시켰어요. 이들 인력을 재교육시켜서 동남아시장에 진출했고요. 매번 이런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습니다. 직원들이 저를 믿고 열심히 따라와 준 것도 현재의 유엘에스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고 봐요.

Q 포워딩 시장은 해외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해외 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해외네트워크는 단일 파트너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큐라인(Ecu Line)입니다. 이 회사는 밴가드 쉽코 등과 함께 세계 3대 NVOCC인데, 규모나 네트워크 면에선 가장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90개국에 190개 지사를 확보하고 있어요. 글로벌 포워더를 능가하는 수준이죠. 콘솔 수입이 됐든 수출이 됐든 작업이 안 돼서 들어오는 게 없을 정도로 월드와이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습니다. 단일 파트너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은 일관되고 통일성 있는 물류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Q 20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건 초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창립한 지 4~5년 지났을 무렵 벌크화물 운송을 한 적이 있어요. 헌데 화주가 계약상의 잘못으로 화물을 리엔(운임을 받지 못한 선사가 화물을 유치하는 권리) 당하는 등 큰 위기를 겪었어요. 물류담당자가 사표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죠. 당시 저희는 운송계약에 직접 관여를 하진 않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수억원가량의 운송비를 대신 물어줬습니다.

이 운송건은 저희 회사의 존폐가 걸린 문제였어요. 당시로선 대납한 금액이 굉장히 큰 규모였으니까요. 쇼링·래싱(고정·결박) 비용까지 다 떠안은 금액이었어요. 그 사건이 제가 물류사업을 해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항) 재래부두에 가서 며칠 밤낮을 세웠어요. 해결하고 나니 보람도 컸습니다. 그 일 이후로 해당 화주가 이런 업체라면 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저희에게 전폭적인 성원을 보내줬어요. 평생 거래업체로 저희 회사를 생각하게 된 겁니다. 당시 그 사건이 회사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에요.

지금도 담당이사든 영업하는 직원들이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 다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같은 모습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생각해요. 하다못해 클레임이 발생하면 1년이 걸리고 2년이 걸리더라도 먼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추후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려고 합니다. 고객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영업은 세월이 흘러도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봐요.

Q 유엘에스의 최근 경영실적을 평가하신다면?

저희는 중단 없는 성장을 해오고 있습니다. 매년 꾸준히 10~20%씩 성장을 해왔죠. 경영의 부침이 없다는 건 큰 강점이에요. 부채가 없다는 것도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저는 경영할 때 돌다리를 많이 두드리는 편이에요. 크게 무리하지 않고 경영하고 있습니다.


Q 콘솔시장의 이전투구식 경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수익강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콘솔업체들끼리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어요. 앞에선 덤핑영업을 하지 말자고 하면서 뒤에선 마이너스운임을 받는 시장입니다. 여러 업체들이 운임회복에 대한 회의를 할 때 서로를 믿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하지만 결국 유야무야 되고 말아요. 하지만 콘솔업체들 전체적으로 유엘에스는 믿는다고 말합니다. 저희는 운임회복을 위한 업체 회의를 할 때 서로 믿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어요. 서로 믿지 못해서 운임회복도 못하고 경쟁하면 우리만 손해예요. 이전투구를 계속하면 결국엔 업체 수익성만 떨어지게 됩니다.

경쟁사들이 마이너스 운임을 받을 때 저희는 제운임을 받았어요. 운임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면 영혼이 없는 서비스가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결국엔 자멸하는 거죠. 콘솔서비스를 하면서 왜 마이너스운임이 발생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물류시장이 발전한 일본 등에선 (마이너스운임이 일반화돼 있는) 한국시장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해요.

저희는 콘솔시장이 많이 어렵지만 수출과 수입화물이 50대 50 수준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기에 이익을 내고 있어요. 또 FCL(만재 컨테이너화물) 운송을 통해서도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물량을 FCL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Q 국제물류기업을 경영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최근 일감몰아주기가 이슈화되자 2자물류 비중을 낮추기 위해 3자물류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물류시장을 왜곡하고 있어요. 2자물류업체들이 3자물류를 한다고 하지만 무늬만 3자물류지 결국은 2자물류업체들입니다. 이들이 중소포워더 시장까지 잠식하다보니까 전문 포워더들이 매우 힘든 상황이에요. 정정당당하게 글로벌 3자물류업체들과 경쟁력으로 경쟁하면 박수를 보내죠. 하지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식으로 물류거래 계산서를 2자물류업체로 통하게 해서 매출만 공룡처럼 키우고 있는데 어떻게 좋아하겠습니까?

2자물류업체라면 규모에 맞는 사업을 해야지 골목상권까지 침범해서 되겠습니까? 어떤 (2자물류) 회사는 콘솔까지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한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공룡업체들이 파이를 독식하려고 하면 시장이 왜곡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2자물류업체들은 떨어진 빵가루까지 먹으려고 하고 있어요. 각자 맡은 영역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하는 공정 경쟁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각 부분의 고유 영역들이 사라지면 결국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2자물류는 2자물류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3자물류는 3자물류, 콘솔은 콘솔업체만의 경쟁력이나 서비스 강화방안 등을 확보해야 해요. 오지에 가는 화물을 콘솔사들이 서비스하면 FCL로 운송할 때보다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고 그 혜택은 화주들에게 오롯이 돌아갈 겁니다.

Q 중단기 사업계획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저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부분이 국내 유일하게 서비스 중인 마이애미 콘솔이에요, 마이애미는 카리브연안을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곳이죠. 경쟁사들이 파나마 콜론을 거쳐서 카리브연안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화물추적도 잘 안 된다고 해요. 한 달이 돼도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많죠. 저희 서비스는 7일이면 마이애미에서 카리브로 화물을 보낼 수 있어요. 운임은 다소 높지만 서비스 품질을 생각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서비스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저희가 시장을 개발하고 개척해서 파이를 많이 키웠어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지역 물량의 절반을 가져왔어요.

또 파트너인 이큐라인과 손잡고 인도시장 확대도 구상 중입니다. 이큐라인은 인도에서 서비스 경쟁력이 강해요. 지주회사가 인도에 있을 정도죠. 파트너와 함께 인도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콜카타만 해도 네팔이나 히말라야행 화물들이 거쳐 가는 거점이죠. 철저한 시장조사와 분석을 통해 접근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수단 차드 등의 중앙아프리카 시장 개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 경영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견실한 성장을 일궈가겠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성원해 주신 고객과 물류업계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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