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4-11 17:39
남북한 정상회담 해운협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듯
남북한간 정상회담이 오는 6월 평양에서 열린다는 합의발표에 해운업계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남북한간 경제교류의 물꼬를 해운업계가 앞장서고 있
는 상황하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새로운 특수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해운,
무역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금년 3월 베를린 선언에 이어 지난 10일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소식은 남
북한이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동시에 상호 대립과 반목
으로 점철되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
다. 일련의 굵직한 성과를 접하면서 향후 남북한간에 어느 수준까지 교류와
협력이 확대될 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금강산항로 개설,
구호물자 수송에서 보듯 남북교류는 바다로부터 시작되고 확대될 것이 자명
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런면에서 앞으로 있을 후속조치에서도 해양수
산분야가 선행적이고 무게있게 다루어지리라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예상되
는 해양수산분야 후속조치를 보면 우선, 북한지역 항만시설의 정비·확충을
들 수 있다. 도로나 철도개설의 경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해
상항로 개설은 항만을 개방하면 가능하므로 교류물자의 대부분은 바다를 이
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8만톤이었던 남북교류가 금년 2백만톤
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규모가 작고 시설이 낙후된 북한항
만에 대한 정비없이는 물자수송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될 것이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베를린선언을 통해 밝힌 SOC지원 사업중 북한의 주요 무
역항에 대한 확충, 정비는 어느 사업보다 시급히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특
히 동남아 수출창구역할을 하는 나진항을 비롯해 남포, 청진, 원산항 등은
컨테이너, 철광석, 유류 등 수송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정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미 북한항만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남북한간 물자교류를 위해 해상항로의 추가 개설이 예상된다. 현재 남북
한간에는 2개의 컨테이너항로와 금강산 관광항로가 개통되어 있으나 교류가
활성화되면 인천/해주, 부산/청진 등 최소한 3~4개 정도의 컨테이너항로
추가개설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남북한간 운항선박은 현재 대북지원물자 수송의 경우에만 한국 국적의
선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남북한 해운활성화를 저해하는 갖가지
제약들을 해소하는 것도 남북교류지원을 위해 시급히 추진돼야 할 과제라
는 것. 남북한 상선의 자유운항은 곧바로 남북한간 직거래 확대로 이어져
남북교류를 한차원 높이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남북한 상선의
자유로운 운항을 보장하기 위한 협의도 병행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하나로 추정된다.
이와함께 남북한간 수산분야 교류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식량
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의 경우 수산협력은 어느 분야보다 긴급하고 필요
한 현안이다. 현재 북한의 동력어선수는 1천5백여척이며 이중 대형어선수도
8척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산물가공업도 염장, 가공 등 재래
기법에 의존하고 있고 냉동·냉장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북한은 수
산물 지원보다는 조업을 위한 어선과 어구를 요구하고 가공시설의 현대화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부는 어업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감척어선과 어구를 북한에 제공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산
물의 특성상 신선도 유지를 위한 가공, 보관시설의 지원을 통한 수출가공품
의 생산도 남북한 공동이익 확보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만한 내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월 민간단체인 전국어업인총연합회가 정부의 승인도
없이 북한과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합의해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남북한 공
동조업구역 설정도 화해와 협력을 위한 매력있는 대안이 될 수 잇다는 것이
다. 정부도 공동조업구역이 합리적이고 우리 어업인의 안전한 조업활동만
보장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 연안지
역에 종묘배양장과 양식어장을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북한의 식량난을 해
결하고 수산기술을 전수해 준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
으로 보인다. 아니면 양식어업으로 생산한 북한수산물을 남한에서 수요하는
협력사업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다.
한편 종묘방류사업을 통해 연어의 고향이 된 동해안의 연어잡이를 더욱 활
성화시키기 위해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지역 하천에 남북이 공
동으로 운영하는 연어부하장을 짓는 일도 화해와 협력을 상징하는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물줄기가 바다에서 하나가 되듯, 오랜 분단의 세월을 흘려보낸 남과
북이 먼저 바다를 통해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기대는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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