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30 16:52

기획/ <세월>호 참사 ‘그들’은 마녀를 원하나

경쟁적 추측성 보도에 해운항만업계 2차 피해 우려
청해진해운 화물 더 실으려 평형수 배출 의혹

지난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되면서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희생됐다.

온 국민이 비통함에 빠져있는 가운데 방송사 및 신문 매체들은 연일 이번 사고와 관련한 특집 기사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취재차 현장에 파견된 수많은 기자들은 사고 발생 시간이 지날수록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며 국민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혈안이다.

이 과정에서 해운·항만업계를 매도하는 기사가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쏟아져 나오며 우려를 사고 있다. 사실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기사 양산에만 골몰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을 연상케 한다.

연일 여론몰이식 보도가 판치는 상황에서 해운 전문 언론으로서 다른 시각을 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본지 김진우 기자는 항해사로서 오랜 승선근무를 한 경험이 있기에 일부 언론에서 문제 삼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사고 선박인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됐다. 건조 당시 5997t이었던 이 선박은 몇 개월 후 589t의 시설물을 새롭게 얹었으며 지난 2012년 우리나라로 인도된 뒤엔 239t 규모의 객실을 추가로 증축했다.

한국선급(KR)은 지난해 1월24일 <세월>호의 증축 준공을 앞두고 복원성 검사를 실시했다. KR은 객실 증축으로 인해 선박 무게가 증가했기 때문에 화물 적재량을 줄이는 대신 밸러스트수(선박평형수, 배의 균형을 잡기위해 선내에 싣는 물)를 더 싣고 운항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복원성 검사를 통과시켰다.

<세월호> 사고 평형수 빼고 화물과적한듯

이번 <세월>호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선내 화물의 과적과 차량 등 고중량화물의 결박작업의 부실로 지적된다. 특히 카페리선과 같은 로로(RO-RO)선은 수면 위 화물창에 차량 등 중량물을 선적하기에 항상 선적 시 차량 바퀴의 단단한 결박은 필수다.

화물을 싣고 내리는 건 전적으로 해당 선사와 선장의 책임이다. 화물을 안전하게 싣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박 작업 확인도 선장이 해야할 의무다. 여객선 운항관리규정을 보면 선장은 하역작업 전 선적화물의 종류와 양, 특성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사전에 화물하역담당자와 협의해 화물적재정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박 사고를 내지 않으려는 대부분의 선장들은 선박의 적재기준에 맞춰 여객을 태우고 화물을 싣는다. 선장이 한국선급이 제시한 평형수 및 화물 적재 기준을 지켰다면 사고를 피해갈 수 있었다는 의미다.

당시 한국선급이 제시한 통과 기준은 평형수를 370t에서 1700t(출항 기준)으로 4배 이상 늘리고 화물과 여객은 2525t에서 1070t으로 적게 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월>호의 재화중량톤(선박에 싣는 화물 및 여객의 총량)은 3981t에서 3790t으로 축소됐다. 이 기준만 잘 지키면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개조 후 바뀐 화물적재 기준보다 2~3배 이상 화물을 더 실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화물과적이 가능하기 위해선 평형수에 손을 대야 한다.

평형수를 1700t 실은 상태에서 화물마저 3000t가량 싣는다면 이 선박은 재화중량톤 기준을 넘겨 아예 출항조차 하지 못하고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세월>호가 여객과 화물 연료유 등을 모두 합쳐 3000t을 실었다면 평형수는 한국선급에서 제시한 기준보다 1000t 이상을 적게 실어야 한다. 그래야 재화중량 기준을 맞출 수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선박 앞부분의 바닥이 하늘을 향해 있었다는 점이 평형수가 기준보다 적게 채워졌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평형수를 채우지 않아 빈공간이 생긴 선수 바닥 부분이 하늘로 치켜 올라갔다는 추측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준석 선장은 왜 이 같은 일을 저질렀을까? 선장들은 평형수를 ‘생명수’와도 같이 여긴다. 평형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침몰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형수와 함께 선장들이 출항 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선박의 최대 깊이인 만재흘수선을 지키는 일이다.

화물이 주어진 적재능력보다 많이 실렸음을 만재흘수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는지 아닌지로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돈벌이에 눈이 먼 청해진해운측에서 육상직 직원으로 하여금 화물 기준을 훨씬 넘겨 선적토록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물을 더 싣는 대신 평형수를 그만큼 덜 싣는 방법으로 만재흘수선을 맞추는 눈속임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준석 선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셈이다.

일부 언론과 사정당국은 <세월>호 개조를 허가해준 한국선급에 사고 책임을 묻고 있다. <세월>호 사고 발생 후 선박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과실을 따지는 과정에서 한국선급 책임이 불거졌다. 만약 <세월>호 사고에 KR의 책임이 있을 경우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적법한 선박 증축은 비난 대상 아니다

한국선급이 왜 <세월>호의 증축을 허가했느냐는 데 비난의 칼날이 향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됐다.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화물차를 적법한 기준 내에서 개조 작업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 후 운전자가 화물을 과적한 뒤에 안전하게 묶지도 않은 상태로 도로를 달리다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개조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검사한 검사기관이 책임을 져야 하나?

현재 <세월>호 사고를 바라보는 언론들의 인식은 화물차 기사가 아닌 검사기관에 책임을 묻는 식이다. 이를 단속하지 못한 관리 책임을 당국에 물을 수 있지만 제도적으로 허용된 선박 개조까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는 건 억지다. 오히려 연안여객선업계의 무분별한 과적 규제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운항 시스템 도입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해운업계는 지적한다.

또 <세월>호 침몰 당시 선박 구명뗏목(구명벌)이 펴지지 않은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에서는 구명뗏목의 고장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선박에 비치된 구명뗏목은 선박의 위기상황 시 승객 및 승무원들의 안전을 책임질 필수 장비로 지난 1912년 타이타닉 침몰 사고 이후 모든 선박에 설치되고 있다.

구명뗏목 일명 라이프라프트(Life Raft)는 선박구명설비기준에 따라 최대승선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수량을 배 좌우현에 적절히 분산 비치해 승객들의 안전을 도모해야한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에선 겨우 한 개만이 작동돼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모든 선박에 필수적으로 설치된 구명뗏목이 왜 <세월>호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까? 또 구명뗏목의 고장은 누구 책임이 가장 클까?

중요한 사실은 구명뗏목 성능검사 및 정비는 목포에 위치한 ‘한국해양안전설비’란 곳에서 행해졌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목포해양항만청으로부터 ‘우수정비사업장’으로 지정된 기업으로 지난 2월13일 구명뗏목 성능검사 및 정비를 한 후 본선에 탑재를 했다.

‘우수정비사업장’은 선박안전법 제 20조의 규정에 따라 품질관리 능력을 갖춘 사업장에서 자체 검사에 합격한 선박용 물건에 대해 검사를 면제해 주는 제도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즉 정부가 품질을 인증한 기업에서 제조한 물품을 선사측은 본선에 탑재했고 한국선급은 탑재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검사 과정을 거친 것이다. 항해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구명뗏목은 선박 내에서 작동여부 테스트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외 핀 스테빌라이저(Pin Stabilizer)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반적으로 선박은 운항 시 항상 파도로 인해 전후좌우로 흔들리게 되며 승객들은 배멀미에 시달릴 수 있다.

여객선 등 승객을 위주로 하는 대형선박에는 선체 좌우현 하부에 핀 스테빌라이저를 설치해 배의 요동을 최소화하고 승객들의 승선감을 높인다. 이 장비는 선박의 복원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장치가 아니며 복원성 평가 시에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 핀 스테빌라이저를 사고 원인으로 결부짓는 건 무리한 판단이다.

해운업 관장부처가 해운업과 가까운게 잘못인가

또 해수부 장관의 집무실이 선주협회 회관인 해운빌딩에 위치한 것도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감독기관의 수장이 이익단체가 운영하는 빌딩을 집무공간으로 이용함으로써 로비의 전초기지가 됐을 것이란 추측성 보도다.

해수부는 보도에 대해 세종시로 이전한 뒤 효율적인 국회 업무 대응을 위해 국회 인근에 사무공간이 필요했으며 국회 인근에 소속기관이나 산하 공공기관이 없어 별도의 사무공간을 임차했다고 해명했다.

부 출범 당시 국회 인근에 사무공간을 알아봤지만 공간 확보가 어려워 불가피하게 선주협회 소유 빌딩 내 사무실(99.17㎡)을 빌려 쓰고 있다는 답변이다. 해수부는 임대료는 다른 입주업체와 마찬가지로 시세대로 ㎡당 약 24,300원에 계약했다고 덧붙였다.

해수부의 해명과 별도로 언론의 ‘딴지걸기’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주협회는 우리나라 상선회사들의 이익단체다. 이번 <세월>호 사고와는 무관한 곳이다. 여객선사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조직이란 뜻이다. 특히 해운은 전통적인 B2B 산업이다. 해운산업 발전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당국인 해양수산부는 국내 해운사와 가장 밀접하게 움직이고 해운업계와 스탠스를 맞춰야 한다.

육성 대상이 해운사인 만큼 이들과 가까운 곳에서 의견을 듣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종시로 내려간 해수부가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고 해운업계와 가까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집무실 형태를 장려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해운업계가 로비를 함으로써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기사가 일부 언론을 통해서 버젓이 생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해운업계가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이익단체에 장관 집무실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좋은 모양새는 아니지만 이게 해운업계의 로비와 연관된다는 추측도 억측이긴 마찬가지다.

아직 사고의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정확한 조사가 반드시 따라야한다. 또한 책임소재가 가려지면 응분의 조치가 취해져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사고의 정확한 원인조차 불분명한 현 시점에서 해운업계를 마녀로 규정하고 몰고 가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그리고 정부 및 조선 해운을 비롯한 해당 분야 종사자들은 다시 한번 선박의 안전에 최선을 다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선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로 많은 귀중한 생명이 숨졌다. 아직 남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남은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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