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0 16:00

기획/ 한중카페리 한달 간격 세 항로 잇달아 ‘뱃고동’

중단항로 3~4월 재개 신항로 5월 출범
수송실적 부진에 경쟁선사들 긴장

한중 카페리항로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한중 양국 파트너간 불화로 중단됐던 노선들이 속속 재개하는 까닭이다. 또 취항을 준비해왔던 평택-옌타이 항로도 조만간 선박 도입을 마무리 짓고 첫 취항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2일 2만5000t(총톤수)급 < 르자오둥팡 >호가 르자오에서 물살을 가르며 평택-르자오 노선은 10개월간의 길었던 운항 중단을 마감했다. 지배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측 르자오하이퉁페리(일조해통반륜)와 한국총대리점인 일조국제훼리 사이의 갈등이 봉합된 게 항로 재개의 가장 큰 이유다.

중국 파트너는 당초 일조국제훼리를 배제하고 단독으로 선박을 운항키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지난해 9월 한국 지사인 평택일조해통훼리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중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양측 파트너들은 기존 체제대로 서비스를 다시 하기로 합의했다.

일조국제훼리 관계자는 “중국측의 지사 설립은 다른 카페리선사들에서도 보이는 현상”이라며 “일조국제훼리가 한국에서의 대리점업무를 하는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조국제훼리측은 2달간 수요일과 금요일 평택항에서 출항하는 주 2항차 체제로 항로를 운영하다 5월부터 월수금(평택항 출항 기준) 일정의 주 3항차 서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크랭크샤프트(크랭크축) 교체를 막 마친 선박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영업망을 서서히 복원해 나가겠다는 의도다.

PNCT부두서 평택-르자오 재개

취항 부두도 평택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주주사인 동방이 평택항 내항 동부두 평택항신컨테이너터미널(PNCT)에 건립한 폰툰부두로 옮겼다. 평택항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선사가 많아 빚어질 수 있는 월요일 선석 이용 차질을 해소하고 PNCT 부두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로써 PNCT 여객부두는 개장 1년 만에 처음으로 선박을 맞게 됐다.

일조국제훼리는 항로 재개에 맞춰 이달부터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에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그동안 일조국제훼리는 평택항 기점 카페리선사로는 유일하게 서울사무소를 두지 않았다. 그만큼 화물영업이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4월 선박을 멈췄던 진천국제객화항운(진천훼리)도 항로 재개를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초 목표했던 3월 말 취항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진천훼리의 정홍 한국대표와 천핑 중국대표는 3월30일 항로를 다시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진천훼리측은 빠르면 4월께 항로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측 투자자 유치가 항로 재개를 결정지을 열쇠다. 중국측 투자사인 톈진국제경제기술합작그룹공사는 한국측 투자자 교체를 원하고 있다. 대아그룹 대신 다른 기업과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적선사인 두우해운과 인천지역 항만물류기업인 선광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국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당초 두우-동방 컨소시엄에서 현재의 구도로 바뀌었다. 평택-르자오항로에 투자했던 동방은 이 항로까지 투자하기엔 여력이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우해운 컨소시엄은 이달 말까지 투자 여부를 결정지을 방침이다.

대아그룹이 완전히 희망을 접을 단계는 아니다. 두우해운이 막판에 투자를 포기할 경우 조속한 항로 재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측은 ‘울며 겨자먹기’로 대아그룹을 다시 파트너로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간 지분율 변화는 확정됐다. 진천훼리는 한중 양국에서 50:50의 지분투자로 설립됐다. 하지만 지난 1월 한중 양국 협의를 통해 중국측에서 지배지분을 갖기로 뜻을 모았다. 두우해운 컨소시엄이 투자자로 확정될 경우 이들은 대아그룹에서 갖고 있던 지분 40%를 인수하게 된다. 나머지 10%는 중국측에서 가져간다. 중국 60%, 한국 40%의 지분 구조가 되는 셈이다. 이로써 또 한 곳의 한중 카페리선사가 중국으로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평택-옌타이, 운항선박은 < 호아센 >

선박 도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평택-옌타이 항로 신설 이슈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중 양국 파트너는 최근 스웨덴 스테나해운에서 인수한 2만4400t(총톤수)급 < 호아센 >호를 용선키로 합의하고 상반기를 목표로 항로 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측 투자자인 하나로해운 관계자는 “이달 말 스테나해운과 용선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측에서 항로 개설을 서두르고 있다”며 “빠르면 5월께 항로가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로해운에서 눈독을 들였지만 노령 선박이란 이유를 든 중국측 반대로 도입이 무산됐던 < 광양비츠 >호는 태국 선주사에 팔리며 한국 해운시장과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기존 선사들의 선박 교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다롄항로를 운영 중인 대인훼리는 < 대인 >호 매각과 새로운 선박 도입을 추진 중이다. < 대인 >호는 올해로 나이 26년을 맞는 노후선이다. 이 선사는 늦어도 10월께 선박 교체를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한중훼리는 < 향설란 >(샹셰란)호를 자사선화 하기로 결정했다. 연운항훼리측에서 이 선박에 관심을 보이자 안정적인 항로 운영을 위해서 차이나쉬핑으로부터 매입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 향설란 >호는 범영훼리의 < 자정향 >, 진인해운의 < 신욱금향 >(신위진샹)호와 함께 대표적인 LO-LO(Lift On Lift Off, 갠트리크레인으로 하역하는 방식)형 카페리선이다. 한중훼리는 우선 < 향설란 >호를 매입해 항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RO-RO(Roll On Roll Off)형 선박을 수배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기존 선사들은 중단 항로의 재개, 신설항로 출범에 긴장하는 상황이다.

한중카페리협회에 따르면 인천-톈진과 평택-르자오 노선을 제외한 13개 한중카페리항로의 지난해 수송 실적은 여객 147만8700명 화물 43만6600TEU로, 각각 4.1% 7.8%의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들 항로는 2월까지 여객 19만6600명, 화물 5만9700TEU를 수송했다. 여객은 2.3% 줄어들었고 화물은 1.2%의 보합세를 보였다.

수송실적이 뒷걸음질 또는 제자리걸음을 보이는 상황에서 항로 증설로 그동안 반사이익을 누려왔던 선사들의 이익률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선사들의 실적 제고는 시장의 전반적인 상승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서비스 중단을 배경으로 한 착시효과”라며 “중단된 서비스가 재개되면서 영업환경은 한층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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