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해운업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량화물 장기계약 운송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해운업체들은 장기계약 운송에서 확보한 재무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해운 경기의 극심한 불황으로 많은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NYK, MOL 등 일본 선사들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지만 구조조정할 만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재무 실적을 살펴보면, 일본 선사들의 최근 실적은 나빠지고 있으나 아직 영업적자 수준이 미미하고, 부채비율에도 큰 변동이 없었다. 정책적 뒷받침으로 형성된 전략물자인 대량화물을 대상으로 한 장기계약운송 사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해운업체의 장기계약운송 사업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장기운송선박 보유 비중이 높다. NYK(2011년 3월 기준)는 3년 이상 장기수송계약선 비중이 VLCC 85%, 케이프사이즈 80%, 파나막스 55%에 달한다. MOL(2012년 3월 기준)은 1년 이상 계약선 비중이 VLCC 74%, 케이프사이즈 72%, 파나막스 58%에 달한다.
두 번째로 자국 무역화물을 자국 선사가 운송한 비율인 적취율이 높다. 지난 20여년간 일본의 해상 수출입 물동량에서 자국선사가 수송하는 적취율은 55%~65% 수준에 이른다. 전략물자 중 물동량이 많으면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철광석과 석탄은 일본 선사의 적취율이 90%, 원유는 80% 수준에 달한다.
세 번째로 높은 적취율, 높은 장기수송계약 비중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입 기반이 되고 있다. 일본선사의 총운임수입 중에서 자국화물 운송비중을 살펴보면, 전략물자 수송을 담당하는 부정기선과 유조선의 경우에 부정기선은 2012년 운임수입의 63%, 유조선은 78%를 자국화물 운송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에 비해 컨테이너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장기계약운송 사업이 일본 해운업체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로는 우선 화주와 선사를 비롯, 정부 및 조선소 등 자국 기관간에 공생적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선사는 적은 리스크 부담으로 선박을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주는 장기적화보증을 해주고, 이를 기초로 선사는 전용선을 건조할 수 있어 부담없이 선박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화주와 관계가 있는 조선소는 선박을 건조하는 등 관련 업체간에 공생적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업체간의 의견 조정 역할과 정책 방향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선사 선정에 지명입찰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외국 선사는 시장 진입을 제한받는 반면에 일본 선사는 장기계약운송업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 화주는 자사에 등록된 선사들에게만 입찰 참여 기회를 주는 지명입찰계약 방식을 채택해 자국 선사에게만 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해 일본의 전략화물운송 시장에 외국선사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세 번째로 일본업체는 장기계약운송업을 통해 재무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현재 일본 해운업체들은 경영계획에 장기계약운송업을 비롯해 안정된 이익을 실현하는 사업을 기반으로 한 이익 목표를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정부가 해운업 구조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국내 대량화물의 장기계약수송업을 기반으로 한 해운업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전략물자(대량화물) 운송에 대해서는 화주, 선사, 조선소, 정책금융기관 등의 호혜적인 생태계 형성이 강구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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