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7 14:04

KSG에세이/ 참모총장 출신 육군대장과 화학병과 출신 일반하사 - (13)

서대남 편집위원
前方초소 검문장교, 계급欄에 쓴 ‘大將’계급 보고 어리둥절하던 모습 지금도 기억에 생생

김용배 이사장뿐만 아니라 대개가 그럴 법 했던 것이 지난 날 윗 분들을 모시면서 보직이나 업무분장상 필자도 대필을 많이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느낀 점은 자체 기안문서나 외부 원고 등 아랫 사람에게 글을 맡기는 경우, 직접 일목요연하게 방향을 잡아주거나 직접 원고를 쓸 줄 아는 글꾼(?)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머리에 쥐가 나게 외부 원고 때문에 애를 먹였다.

직접 쓰지는 못 하겠고 그렇다고 남이 써 온 글이 자기 입맛에 꼭 맞기에도 힘들고 하다보니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다 보면 나중에는 고치라고 지시한 사람이나 고쳐 쓰는 사람이 모두 방향을 잃고 헤매기 일쑤라 참으로 죽을 맛이기에 직장 상사 원고 대필이 그 얼마나 어려운 사역이며 노역인지 지금도 생각할수록 참으로 지긋지긋 했던 기억들이 요란하게 메아리 치며 겹친다.

그러나 김이사장은 해양관련 신문이나 잡지나 포토뉴스 전문지 및 외신에 금테안경을 쓴 늠름한 예비역 육군대장이란 이력과 함께 ‘한국선주협회 이사장 김용배’란 타이틀로 한껏 폼을 잡은 모습과 기사가 게재되면 자식 백일이나 돌사진을 보듯 좋아하며 흐뭇해 하는 모습은 순진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가끔 주말엔 군 주둔 전방지역으로 드라이브 하기를 좋아했다. 특히 기억나는 일로는 당시 전방지역 중에서도 몸소 전투를 겪은 지역이 바람쐬러 가는 방향이었던 것 같다.

부인과 사별 후 홀아비로 외롭게 지내다보니 심심도 했겠거니와 지나치며 겉모습으로 군부대 철조망만 쳐다봐도 별 넷 시절의 향수를 달래기에 도움이 됐으리라. 그리고 부서장급으로는 가장 연소한 필자가 만만해 자주 수행하게 마련이었다.

그 때는 전방지역을 통과하려면 군데군데 아군 후퇴시 즉각 함몰시켜 적의 탱크 진입을 막는 방호벽 장애물을 통과해야하고 지나가는 차량을 통제하거나 검문하는 검문 초소가 있었다.

일반 민간 차량이나 버스 등에도 헌병이나 당해 지역 주둔부대 초병들이 ‘제차정지’란 팻말을 도로 가운데 세우고 승차를 해서 주민증을 보자거나 수상하면 하차를 시켜 신원을 확인하고 통과시키는 게 관례였다.

지금도 생생하고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 한 토막. 한번은 일과 후 퇴근 길에 통일로를 지나 파주 일원 어느 전방지역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검문소를 지나게 됐을 때다. 아니나 다를까 초소 근무 당직 병사들이 검문을 하기위해 일단 차를 세운뒤 간단한 소정 서식을 내밀며 신상을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는 꼭 계급을 적게 돼 있기에 선임자 계급난에 ‘대장/김용배’ 그리고 수행자 난에 ‘하사/서대남’ 이라고 적은 쪽지를 내밀었더니 위관급 중위쯤으로 기억되는 검문초소 당직장교가 필자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동행하는 필자 계급 ‘하사’는 알겠는데 선임탑승자 계급난에 ‘대장’이라고 적은 건 무슨 의미냐고 묻는 것이었다.

비록 예비역이지만 모시고 가는 분도 당당한데다가 또 필자의 선천성 장난기까지 난데없이 발동하여 지금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웃음섞인 어조로, 그러나 약간은 호통성의 비아냥으로 대충 “대장이라고 썼으면 대장이지.

당신 대한민국의 현역 육군장교가 군 계급, 그것도 한글로 쓴 별 넷 ‘대장’이란 단어도 모른단 말이요?”로 애교있는 객기를 부렸다.

덧붙여 저 분이 제19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아무개라고 귀띔을 했더니 현역 장교가 퇴역한 참모총장에게 어김없이 절도있는 거수경례와 함께 “충성!”이던가 “단결!”을 외치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당시 군기확립의 진수를 본 추억으로 오래 남는다.

육군 참모총장에 국영기업 대한중석 사장, 충주비료 사장을 지낸 분이 달랑 동숭동에 집 한 채 뿐인 위인이라는 비아냥을 듣기에 족하게 청렴성에 대해선 손톱만치의 부정이나 비리가 없는 분이란 건 필자가 직접 확인할 수가 있었다.

부임한지 얼마 안돼 무역협회인가 전경련이 주관하는 보름간의 유럽지역 산업시찰 여행이 있을 때로 생각된다.

이는 해운과 직접 관련되는 업무상 출장이 아니므로 일단 여행경비를 협회 예산에서 지불하고 난 담에 본인 급여에서 매월 일정액을 까 나가도록 총무부장에게 지시하는 것이었다. 간부들이 예산상 그정도의 예비비는 충분히 있으니 그러실 필요가 없다고 만류를 해도 막무가내였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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