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09-20 17:13
[ 홍콩을 다녀와서-화려함과 평범함의 교차로 ]
HK-KOREA 정소영 氏
아주 커다란 해운이 내게 주어졌다. 우스운 예기로 신혼여행 전에는 비행기
도 타보지 못할 것만 같던 나에게 해외여행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꿈에
도 생각 지 못했던 일이 현실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드디어 9월 5일.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지만 막상 해외로 나간다는 생각을
하니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겨우 한두마디 할
정도의 영어실력에 바디 랭귀지도 자신이 없는 터라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첫차에 올라 한시간 반을 다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초원들은 벌써 거의
모여 있었다. 우리는 2조로 차장님과 과장님을 비롯해 부산과 서울사무소
사원 7명으로 구성됐다. 모두들 도착하자 환전 등 필요한 일들을 마치고 간
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후 출국수속을 했다. 수속후 우선 공항내의 면세점을
들렀다. 그리 넓지도 상품이 다양하지도 않았고 외제 화장품과 향수판매
매장이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우리 것이 잘 알려지
지 않은 것에 대한 속상함과 괜한 질투심이 일었다. 잠시 후 홍콩행 비행기
에 오르면서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이륙후 20분정도 상승하더니 이내 구름위에 올랐다. 창밖으로 보
이는 넓은 구름 밭을 보며 ‘저 위를 걸어볼 수 있다면’하는 우스운 생각
도 들었다.
자고 깨기를 반복하기 3시간 정도, 드디어 홍콩 따을 밟을 수 있었다. 우리
가 도착한 첵랍콕 국제공항은 동남아에서 가장 큰 공항으로 넓이가 약 3.5k
m에 달한다. 굉장히 넓고 깨끗하다고 느꼈더니 완공된 지 2년도 채 되지않
은 새내기 공항이라 한다. 입국 수속을 하며 여기저기를 둘러본 후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김포공항도 세계적인 공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공항 밖으로 나오니 뜨겁고 습한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안과 밖의 온
도차가 이렇게 다르니 감기를 제일 조심해양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가이드
의 안내로 버스에 올라 곧 잘 정돈된 도로위를 달렸다. 난타오 아일랜드와
구룡반도를 이어주는 도로로 홍콩에서 가장 넓고 길다고 한다. 4차선 도로
가 가장 넓다니 홍콩이 좁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최초의 철교 ‘청마대교
’였다. 청마대교를 지나 구룡반도로 들어섰다. 대부분 어우러진 모습이 상
당히 이국적이었다. 도로를 돌아 내려가자 터널이 보였다. 구룡반도와 홍콩
섬을 연결하는 해저터널로서 1.97km에 달하며 상당히 깨끗하고 불쾌한 냄새
도 없었다. 먼지자국 하나없이 깨끗한 것이 신기하다고 하자 매일 밤 사람
들이 손으로 직접 터널 벽을 닦기 때문이라고 했다. 터널을 통과하여 홍콩
섬으로 들어서자 눈에 보인 것은 탁트인 바다 위에 눈에 익은 선박들과 수
많은 컨테이너들이었다. 이 곳이 바로 말로만 듣던 ‘빅토리아 항구’였다.
빅토리아 항은 수심이 깊고 배가 드나들기 쉬워 무역업이 발달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늘 접하던 것들을 눈으로 직접 보니 새로운 것을 발
견이라도 한 것처럼 신기했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치고 리펄스베이로 향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노란줄
은 식인상어를 막기위한 철망으로 더 밖으로는 나갈 수 없게 돼 있었다. 버
스에서 내려 가까이 본 리펄스베이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해수욕장 바로
옆에 신들을 모셔놓은 작은 사원이 있었는데 재물을 관장하는 신을 비롯해
수명, 인연을 관장하는 신상들이 있었다. 대부분 빨강, 노랑, 파랑의 3색으
로 치장돼 있었는데 이는 홍콩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어서 그렇다고 했
다. 그중 노란색은 재물을 상징하는 색으로 가장 으뜸으로 꼽힌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눈길을 끈 것은 재물의 신보다는 인연을 관장하는 신이었
다. 하얀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한 손에는 책을 다른 손에는 염주를 들고
있는 모습인데, 그 옆으로 인연석이라는 까맣고 작은 돌이 있었다. 가이드
가 이 돌을 만지면 틀림없이 인연이 생기니 애인 있는 사람은 주의하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몇장의 사진 촬영후 해양공원으로 향했다.
해양공원의 입장료는 한화 약 2만원정도로 공원내의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
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입장후 산정상의 수족관을 보기위해 케이블카에 올랐
다. 마치 놀이동산처럼 아기자기 하게 꾸며진 케이블카는 두개의 산봉우리
를 넘는 동안 쉴새없이 덜컹거려 일행의 가슴을 내려앉게 했다. 아래를 내
려다보니 기다란 계단이 이어져 있었는데 등산을 증기는 사람들을 위해 만
든 것이라고 한다. 공포의 케이블카를 내려 안도의 숨을 쉬고 수족관으로
들어갔다. 마치 바다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다양한 종류와 색상을 자랑
하고 있었다. 그 중 어린아이의 팔둑 만한 상어가 눈길을 끌었는데 이 조그
만 것이 식인상어라고 하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물 곰팡이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화려하고 예쁜 광
경에 넋을 잃어 불쾌한지도 몰랐다. 해양공원을 나올 때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자리잡고 있었다. 출구에 도착하자 민속박물
관이 보였다. 일정에 따라 움직인 덕에 때마침 공연하는 곡예단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옛날 서커스를 보는 것 같아 약간은 실망했으나 끝까지 최선
을 다하는 모습에는 박수가 안 나올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빅토리아 산정을 향했다. 차창 밖을 두리번 거리며 구경하던
도중 왼쪽으로 자그마한 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수상족인
에버린족 이었다. 육지와 똑같이 수상생활을 한다니 불편하지 않을까 했지
만 택시나 포장마차의 역할을 하는 배들도 있다고 하니 괜한 걱정이었다.
그들도 한때 육지로 나온 적이 있었으나 한달반만에 다시 돌아갔다고 했다.
고정된 땅위의 생활이 육지 멀미를 일으켜서라는데 옛날 생활이 그리워서
는 아닐까라고 생각되었다.
태평산을 올라 빅토리아 산정에 도착하자 홍콩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
와 어우러진 잘 조각된 빌딩들은 마치 한장의 판화같았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두 눈 가득 홍콩을 담고 픽트램을 탔다. 픽트램은 장난감 기차 모양
으로 앞을 보며 앉도록 돼 있다. 태평산의 경사진 면을 따라 뒤로 내려가며
스치는 풍경들이 모두 기울어져 있는 듯 착각을 일으켰다.
저녁식사후 낭만의 거리로 나갔다. 홍콩은 낮과 밤이 정말 달랐다. 까만 바
다를 사이로 홍콩섬이 화려한 불빛과 구룡반도의 은은한 가로등 빛이 상당
히 대조적이었다. 화려한 불빛을 배경으로 작은 배들의 그림자가 비치고 간
간히 들려오는 음악과 어우러진 파도소리가 왜 낭만의 거리라 불리우는지
알 것 같았다. 한껏 야경에 취한 채 아쉬움을 남기며 호텔로 들어갔다.
짧은 하루가 지나고 어느 덧 아침이 왔다. 어제의 일정 때문인지 약간의 피
곤함이 느껴졌다. 간단히 조식을 마치고 환전을 위해 은행으로 향했다. 은
행직원의 너무도 친절한 태도에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단숨에 거리구경을
마치고 홍콩본사로 향했다. 건물의 외관은 공사로 인해 여기저기 지저분했
으나 막상 사무실에 들어서니 놀라우리 만치 깨끗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입
이 딱 벌어졌다. 회의실로 안내돼 기다리는 동안 창을 통해 본 사원들은 하
나같이 일을 즐기고 있구나 싶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곧이어 홍콩본사
의 사장인 시몬(SIMON)이 들어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인사를 마치고 바로
브리핑에 들어갔다. 적당히 크고 고른 말투와 중간중간 섞어쓰는 제스처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일에 대해 열정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본사의 가장
큰 특징은 화주를 우선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우선 스케줄의 활용면
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한주의 스케줄을 뽑아 화주의 요청에 따
라 보내주는 것이 보통이나 여기는 한달간의 스케줄을 컬러용지로 인쇄해
각 화주를 직접 방문하여 전달한다는 것이다. 팩스로 보낼 때보다 성의 있
어 보이고 컬러로 이쇄를 하면 눈에 잘 띄고 버리지도 않게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주 화주의 요청이 없이도 팩스로 스케줄을 보내어 전화통화가 필
요없게 한다는 것이다. 영업부의 많은 호라동이 필요한 일이라고 그는 강조
했다. 다음으로 컴퓨터 시스템의 차이였다. 누가 전화를 받더라고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쉽고 다양화 되어 있었다.
아직 미숙한 점이 많은 나로선 상당히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화주의 질문
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 때 정말 답답함을 느끼곤 하는데, 모든 자료가 잘
정리돼 입력이 돼 있다면 일 처리가 훨씬 수월하리라 생각한다. 시몬이 하
는 얘기는 하나로 정리 돼 있었다. 고객만족을 목적으로 사원들 전체가 뭉
쳐야만 하고 그럴 때 화주들은 우리를 신임한다는 것이다. 고개각 끄덕여지
며 확고한 직업의식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됐다. 솔직히 일해보
고 싶은 곳이었다.
브리핑이 끝나고 작별인사후 나왔을 때는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서 였다. 점
심식사후 여유시간이 생겨 밖으로 나가 거리를 구경했다. 도시 한 가운데서
새로를 들을 수 있는 공원도 있고 여러가지 잡화를 파는 상점이 많이 있었
다. 선물을 조금 사고나니 금새 저녁때가 되었다. 즐거울 땐 왜 이리 시간
이 빨리 가는지 또 아쉬운 하루가 지려 하고 있었다. 오후 7시쯤 모두들 짐
을 놓고 번화가로 향했다. 마지막날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저녁 관광을
나온 것이다. 2층 전차도 타보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칵테일도 한 잔씩
마시며 많은 얘기를 했다. 거리 패션쇼도 구경하고 백화점, 야시장 등을 돌
며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느껴보았다. 9월 7일, 홍콩방문 3일째.
돌아가는 날이다. 떠난다는 아쉬움과 집에 간다는 반가움이 묘하게 교차됐
다. 짧고 간단한 여행이었지만 큰 것 하나를 배웠다. 일에 대해 도전하는
용기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모험으로 만들어서 한다는 것이 아니라 소극
적인 삶에 만족하기 보다는 내가 주인공으로써 리드하는 적극적인 사람이어
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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